탈북자들 “북한 돈, 철부지 아이들도 욕심내지 않을 정도로 가치 떨어져”
  • ▲ 한국의 지폐. 최근 북한에서는 한국 지폐가 '행운의 부적'처럼 여겨져 주민들 사이에서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IBK기업은행 블로그 캡쳐
    ▲ 한국의 지폐. 최근 북한에서는 한국 지폐가 '행운의 부적'처럼 여겨져 주민들 사이에서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IBK기업은행 블로그 캡쳐


    한국 사회에서는 한동안 미국 2달러짜리 지폐가 ‘행운의 부적’으로 유행한 적이 있다. 그런데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한국 지폐가 ‘행운의 부적’이라 불리며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북한전문매체 ‘뉴포커스’는 2016년 1월에 탈북한 장 모 씨를 인용, “북한에서 남한 돈이 행운을 부르는 기념품으로 유통되고 있다”고 전했다.

    ‘뉴포커스’와 접촉한 탈북자 장 씨는 자신 또한 북한에 있을 때 한국 돈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탈북자 장 씨는 “현재 북한에서는 중국 돈이 실질적인 화폐 역할을 하고 있으며, 달러, 엔의 경우 외환시장에서 중국 돈으로 교환해서 쓴다”면서 “반면 북한 돈은 철부지 아이들도 욕심내지 않을 정도로 가치가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탈북자 장 씨에 따르면, 북한 장마당에 나가거나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최근 한국 돈을 ‘행운의 상징’으로 갖고 다니는데, 이는 물건을 사기 위한 게 아니라 ‘귀한 보물’이나 부적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탈북자 장 씨는 “중국, 일본을 통해 들어온 한국 옷과 가전제품을 쓰면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면서 “그래서 한국 돈의 가치도 당연히 높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과의 밀수꾼들이나 러시아 등 해외에서 일하다 귀국한 근로자들이 주로 한국 돈을 북한으로 가져가는데, 주민들은 달러, 엔, 위안화 시세는 알지만 한국 돈의 가치는 잘 모른다고 설명했다. 한국 돈을 갖고 있는 것 자체가 불법이며 환전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뉴포커스’와 만난 함경북도 청진 출신 탈북자 최 모 씨는 “2007년 중국과 접한 혜산세관을 통해 한국산 중고 옷을 포대 채로 넘겨받았는데 가죽점퍼, 청바지 등 거의 새것과 다름없는 옷들이 쌓여있었다”면서 “이때 집에 와서 옷 주머니를 뒤지다 한국 돈을 발견했는데, 1,000원, 1만 원, 5만 원 짜리까지 나왔다. 한국 돈을 처음 발견했을 때의 심정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찼다”는 이야기를 전했다고 한다. 

    탈북자 최 씨는 “장사를 하면서, 달러나 위안은 매일 만지지만, 한국 돈을 가지니까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면서 “보위부에 적발되면 괜히 의심을 살 것 같아 1,000원 짜리 한 장만 ‘행운의 상징’으로 지갑에 넣어놓고 나머지는 은밀한 곳에 감췄다”고 과거를 회상했다고 한다.

    탈북자 최 씨는 “지금도 탈북하기 전에 한국 돈을 보여주면 부러움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던 친구들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뉴포커스’가 인터뷰한 탈북자 장 씨와 최 씨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한국 돈을 ‘값비싼 기념품’이나 ‘행운의 부적’처럼 여긴다고 한다.

    수십 년 동안의 분단 기간 동안 한국이 경제대국으로 발전한 것에 대해 같은 민족으로써 자부심과 부러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북한 주민들은 또한 향후 통일이 되면 한국 돈이 가장 가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품고 있다고 한다.

    이는 북한 주민들마저도 한반도 통일이 김정은 집단과 그 추종세력에 의한 ‘적화통일’이 아니라 한국이 주도하는 ‘평화통일’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며, 한국 주도의 통일을 ‘행운’으로 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