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말 군사통신 체계 전면 개편해 ‘신호정보’ 한 달 넘게 ‘공백’
  • ▲ 2015년 5월 북한이 공개한 잠수함 발사 탄도탄(SLBM) 시험발사 장면. 지금까지 세 차례의 시험발사를 했다. ⓒ北조선중앙통신 화면캡쳐
    ▲ 2015년 5월 북한이 공개한 잠수함 발사 탄도탄(SLBM) 시험발사 장면. 지금까지 세 차례의 시험발사를 했다. ⓒ北조선중앙통신 화면캡쳐

    북한이 지난 6일 4차 핵실험을 실시하기에 앞서 통신 신호체계를 전면 개편, 한국과 미국 정보당국이 제대로 북한군의 통신내용을 감청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경향신문’은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 “한미 정보당국이 수집한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탄(SLBM) 관련 첩보가 외부에 노출된 뒤 북한군이 신호통신 체계를 모두 바꿔 한미 대북정보 수집에 심각한 지장이 초래됐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2015년 11월 28일 북한군의 SLBM 사출시험 실패 사실이 국내 언론을 통해 상세히 보도된 뒤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국방부는 북한의 SLBM 발사 시험 실패와 관련된 정보가 군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흘러나간 정황을 확인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로 인해 북한군이 신호통신 체계를 갑자기 모두 바꿔 한미 연합군의 대북감청 첩보수집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 대북 ‘신호정보수집(SIGINT)’에 상당 기간 ‘공백’이 생겼다는 것이다.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육해공군 등은 대북군사첩보가 노출된 정황이 드러나자 모든 근무자를 대상으로 ‘보안서약서’를 제출토록 했다고 한다. 이 ‘보안서약서’를 제출한 사람은 군 수사기관이 요구하면 휴대전화 통화목록 등을 자진 제출해야 한다고.

    다른 이야기도 나왔다. ‘조선일보’는 12일 “북한군이 최근 한국군의 도·감청을 피하기 위해 군 통신망에서 거짓 정보를 자주 흘리고 있다”고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북한은 2015년 8월 지뢰도발 직후 포격 도발을 감행할 때 우리 군이 도·감청으로 북한군 포병 등의 움직임을 미리 파악했다고 자체 분석한 것 같다. 그 이후 북한군은 군 통신망을 개선해 정보 당국이 북한 정보를 입수하기가 더 어려워진 것으로 안다”는 정부 소식통의 이야기를 전했다.

    ‘조선일보’는 군 관계자를 인용, “북한은 최근 도·감청이 우려되는 군 통신망을 이용할 때 마치 우리 군이 들으라는 듯 자주 거짓정보를 흘린다”면서 “통신 내용을 듣고 확인해 보면 움직임이 전혀 포착되지 않는 식”이라고 전했다.

    ‘경향신문’과 ‘조선일보’의 보도 내용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라 15년 전부터 있었던 남북 ‘첩보전’ 결과다.

    옐친 정권 시절 러시아 정부가 ‘FAPSI(연방통신정보국, 2003년 조직개편으로 해체·FSB에 통합)’이 운영하던 북한의 감청시설을 철수하려 할 때 북한 김정일 정권은 “사람만 나가라”고 협박, 시설을 빼앗은 바 있다.

  • ▲ 2012년 11월 국내 언론들은 "北인민군 4군단이 전방 지역에 수십 곳의 감청시설을 운용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채널A' 관련보도 화면캡쳐
    ▲ 2012년 11월 국내 언론들은 "北인민군 4군단이 전방 지역에 수십 곳의 감청시설을 운용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채널A' 관련보도 화면캡쳐

    이 시설을 운용하는 기술을 배운 북한은 한국군의 감청부대인 ‘777사령부’와 美NSA가 북한 내부 통신을 모조리 감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뒤 ‘대북지원’이 크게 증가한 1990년대 말부터 모든 군 통신망을 지하 광통신으로 교체했다. 2000년대 중반에는 북한과 중국 간의 해저케이블을 한미 연합이 감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뒤 해당 시설을 철거하기도 했다.

    북한은 또한 한미 연합의 SIGINT(신호첩보)망을 교란하기 위해, 감청이 가능한 휴대전화 통신이나 무선 통신 등에서는 다양한 역정보를 흘려왔다. 한미 연합은 북한의 역정보에 속지 않기 위해 U-2S나 RQ-170, 금강·백두 같은 정찰기, KH-14 등의 첩보위성을 통해 각종 정보를 ‘교차확인(Cross Check)’해서 보디 정확한 첩보를 만들어 낸다.

    한미 연합은 북한과 중국 국경, 탈북자들과 북한에 남은 가족들 사이의 국제전화 등을 통해서도 첩보를 수집할 때도 있고, 필요할 경우에는 ‘인간첩보(HUMINT)’망을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DJ-盧정권을 거치면서 크게 약해진 ‘인간첩보’망은 아직 완전히 복구되지는 않은 상태로 알려져 있다.

    한편 북한은 한미 연합과 비교해 ‘비대칭적 우위’를 가진 인적자산과 IT 기술, 즉 재미종북세력이나 한국 내 종북 성향 인물들, 언론계·재계·문화계 등을 통해 민감한 정보를 수집하고, 웹하드-P2P, 토렌트 등에 악성 코드가 섞인 파일을 올려 ‘저인망식 정보 수집’을 벌이거나 대남 IT 공격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5~6년 사이에는 다른 위협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북한이 해외에 마련해 놓은 위장 무역업체를 통해 독일 등으로부터 휴대전화 감청장비와 GPS 교란장치 등을 도입, ‘대남사업’에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감청장비는 한국 국민들의 휴대전화나 무선 인터넷망까지 감청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돼 충격을 주었다.

    실제 북한 국가안전보위부가 러시아제나 독일제 휴대전화 감청장비로 중국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북한 주민들을 찾아내 처벌하고 있다는 소식은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하지만 한국 내에서는 북한의 이런 감청능력에 별 관심이 없어, 지금도 자신의 전화통화나 이메일 등이 북한에 의해 감시받고 있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