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 Vs. 반독재 프레임 또 가져와, 배신하면 박근혜 편?… 이해못할 논리
  • "광주는 반토막 났고, 문재인 독재는 더욱 심해진다. 이제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것 같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아무래 '독재 대(對) 반독재' 구도를 잡으려 해도 공허한 외침으로만 사라진다. 이미 야당 내에는 '진짜 독재자'는 문재인이란 공식이 자리 잡았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탈당 러시가 이 공식을 증명해준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벌써 광주 8석의 국회의원 의석 중 4명이 이탈했다. 이미 신당 창당에 속도를 내는 천정배 의원을 시작으로, 박주선·김동철·임내현 의원이 문재인·친노당으로 점철된 새정치민주연합을 차례로 탈당했다.

    광주의 '반(反) 문재인 정서'는 이제 돌이키기 힘들어 보인다. 남은 강기정·박혜자·장병원·권은희 의원 중 강기정 의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탈당이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의 이 같은 정서는 호남 전체로 이어지고 있다. 앞서 탈당한 전남도당위원장(황주홍), 전북도당위원장(유성엽)의 선도 탈당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의 '호남 기반'은 무너졌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급해진 문재인 대표는 또다시 '이해하기 어려운 프레임'을 들고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을 '독재자'로 규정하고, 자신은 독재에 맞서는 '반 독재 민주투사'로 투영하는 방식이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총선은 시간이 지날수록 여야 1대1 구도가 될 것"이라며 "신 독재 대 반 독재 야권세력의 선명한 구도로 만들겠다"고 했다.

    문 대표 자신과 함께 하지 않으면 '박근혜 대통령과 똑같은 독재자'라는 극단적인 논리에서 비롯된 발언으로 보인다. 이는 여당이나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기보다는 기존 정치세력을 모두 '구(舊)정치'로 몰아세우고 '새정치'를 하겠다며 나선 안철수 신당 세력을 겨냥하는 모습이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혁신안에 관한 의원총회를 앞두고 김상곤 혁신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가운데는 대화를 나누는 둘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이종걸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혁신안에 관한 의원총회를 앞두고 김상곤 혁신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가운데는 대화를 나누는 둘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이종걸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그러나 문재인의 이 같은 '내편이 아니면 더 나쁜 사람'이라는 논리에 동의할 사람은 친노 패권주의에 젖은 몇몇 측근과 호위무사들 외에는 없어 보인다.

    '진짜 독재자'는 문재인이란 얘기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호남이 보낸 투표 지지율은 90%에 육박했다. 하지만 이런 호남 열망을 무너뜨리고 '총선 필패론'이 나오는 새정치연합의 현 상황을 초래한 원흉은 바로 문재인 대표였다.

    세월호 정국을 틈타 다시 당권을 탈환한 문재인 대표는 2·8 전당대회에서 "누가 이길 수 있겠느냐"며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외쳐 대표로 선출됐다.

    그러나 대표직을 맡은지 3개월 만에 치른 4·29 재·보궐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은 네 곳의 국회의원 선거구 모두에서 전패(全敗)했다.

    야당에게는 서울의 '강남 3구'로 불리는 관악을에 친노 측근 정태호 후보 공천을 끝끝내 고집해 얻은 최악의 성적표였다. '당의 심장부'라 불리던 광주 서구 을에서도 천정배 의원에게 압도적인 격차로 졌다.

    문재인 대표는 그러고도 "우리 당이 패배한 것일 뿐 국민이 패배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괴한 궤변을 늘어놓았다. '문재인 독재'라는 단어가 입도마에 오른 것도 이 때부터였다.

    당내 실망감은 '김상곤 혁신위'를 만들면서 극에 달했다. 아무도 만들라고 하지 않은 혁신위는 문재인 대표의 책임 회피용에 불과한 혁신안을 스리슬쩍 완성했다.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처럼 오랫동안 당에 몸담고 폐족(廢族)으로 내몰린 친노(親盧)에 구원의 손길을 내민 적이 있던 사람들도 신당을 만들겠다고 등을 돌렸다. 그러는 동안 10·28 재보선을 또 졌고, 이때는 처음부터 아예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태도로 나왔다.

    결국 안철수 탈당과 광주 반토막 이후 당은 사분오열이 됐지만, 문재인 독재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총선 공천권을 쥔 전략공천위원장에 친노 김성곤 의원을 배치하고, 문재인 호위병을 뽑는 비례대표선출팀장에 역시 친노 홍익표 의원을 앉혔다. 총선 총괄단장에는 역시 문재인 제1호위무사로 꼽히는 최재성 의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능한 경제·안보정당' 따위의 '중도 코스프레'를 중단하고, 문재인 대표가 본래 내심 갖고 있었던 색채를 뚜렷이 드러내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수 있다. 대권 라이벌 안철수가 당을 나간 이상 공천권을 더욱 틀어쥐고 '문재인 왕국'을 건설하겠다는 셈법이다.

  • ▲ 임내현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하고 있다. 이날 임내현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에는 이은방 광주시의원과 조석호 광주북구의회 부의장 등 광역·기초의원들이 함께 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임내현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하고 있다. 이날 임내현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에는 이은방 광주시의원과 조석호 광주북구의회 부의장 등 광역·기초의원들이 함께 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독재 타도'를 외치는 문재인 대표는 '박근혜를 꺽자'며 함께 모였던 당 동지들과 열광적인 호남 민심이 왜 식었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봐야 한다는 목소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23일 탈당과 안철수 신당 참여를 선언한 임내현 의원은 "(문재인 대표의)소통 부재와 독선, 불공정·불투명한 의사결정 과정 등 당 운영 방식이 문제"라며 "일부 주류와 비선(秘線)의 의견만 수용되며, 문제를 야기한 경우에도 계파별로 차별적 처리를 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탈당한 또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과 독재를 타도하겠다 외쳤던 사람들이 문재인 대표는 그보다 더한 독재자라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며 "당내 내분은 수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미 돌아선 호남 민심은 다시 돌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