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간담회 자청-정면 충돌 야기 강력 비판.."靑도 냉정 찾아야"
  • '홧김에 서방질한다'는 속담이 있다. 울분을 참지 못해 차마 못할 짓을 저지른다는 말이다. 집안싸움을 벌이다 금도를 벗어난 행동을 한다면 반드시 후회를 낳는다는 교훈을 준다.

    민생경제법안 처리 문제를 두고 새누리당 출신의 정의화 국회의장과 정부여당이 정면으로 충돌, 감정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는 작금의 정치권 상황을 두고 하는 얘기다.

  • ▲ 정갑윤 국회부의장이 18일 오전 국회 본청 부의장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정갑윤 국회부의장이 18일 오전 국회 본청 부의장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새누리당 소속 정갑윤 국회부의장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18일 오전 국회 본청 국회부의장실에서 만난 정갑윤 부의장. 그는 "정치란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직업"이라며 인터뷰 내내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경제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불만이 폭발 직전임에도, 자신의 주장만을 앞세우며 루비콘 강을 건너는 청와대와 국회의장을 좌시할 수 없다는 듯 신랄한 비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오죽하면 대통령이 그렇게 간곡하게 법안 처리를 당부했겠는가. 그런 국가원수를 상대로 국가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이 '한번 해보자'는 식으로 맞받아 싸울 수가 있는가!"

    정갑윤 부의장이 가장 격정을 토로한 부분은, 정의화 의장이 지난 16일 기자 간담회를 자청해 전날 청와대의 쟁점법안 직권상정 요청을 거부하며 "현 경제상황을 국가비상사태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청와대로부터 법안 처리에 대한 압박을 받은 정 의장이 개인적 시각을 앞세우며 돌출 행동을 했다고 보는 듯 했다.

    과거, 주식회사 '해성목재' 대표를 지낸 정갑윤 부의장은 "의원들 중에 구멍가게 식으로 자영업을 하던 사람 별로 없다. 저는 자영업을 하다가 정치권으로 왔는데 IMF 등의 경제위기를 피부로 느껴봤다"며 "지금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 금리인상 등으로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을 대비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상황을 비상사태라고 보기엔 이르지만, 곧 닥쳐올 쓰나미를 막기 위해 조속히 경제활성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 ▲ 정갑윤 국회부의장이 18일 오전 국회 본청 부의장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정갑윤 국회부의장이 18일 오전 국회 본청 부의장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특히 정 부의장은 "법안을 통과시켜 경제위기를 막을 준비를 해야 하는데, 협상 파트너인 야당은 난파선이 돼 있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의 파업으로 국회가 마비된 상황인데, 의장은 이 점은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의장의 기자 간담회에 대해 "의장은 국회 정상화에 나설 의무가 있음에도, 야당이 제 구실을 못하는 상황에서, '경제위기가 아니다'며 정부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며 "아무리 기분이 나쁘다고 해도 그런 식으로 맞받아치는 방식은 정말 아니다. 사태를 더 지켜보고 좀 노력했어야 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정의화 의장은 어느 당 출신인가. 국회의장을 누가 만들어줬나. 이제와서 이럴 수가 있는가!"
     
    정 부의장은 "정치를 하다보면 별일이 다 생기는데, 그때마다 어떻게 일일이 말대꾸하면서 산다는 말인가"라며 "저는 답답한 정치권의 현실에 욕하고 싶어도 참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속으로만 하고 넘어간다.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정의화 의장의 감정적 대응이 더 큰 문제를 불러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정 의장을 겨냥 "자기 인격이 소중하면 남의 인격도 소중한 것이다. 그동안 아무리 섭섭한게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런 식으로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특히 '가재는 게편'이라는 속담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속담과는 다르게 정 의장이 마치 야당 대표처럼 행동한다는 설명이다.

    전날 정의화 의장이 "내가 성(姓)을 다른 성으로 바꾸든지.."라며 쟁점법안 직권상정 불가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서는, 정갑윤 부의장은 "그런 식으로 말해서야 되겠는가. 역지사지(易地思之)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 의장은 국회선진화법에 대해서도 '내가 통과돼선 안 된다고 했었다'고 주장했는데, 누가 통과시켰고 나는 안했다는 식의 이런 얘기도 하는 게 아니다"고 비판했다.

  • ▲ 정갑윤 국회부의장이 18일 오전 국회 본청 부의장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청와대도 국회의장 설득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쟁점법안 처리 전망에 대해서는 "야권의 경제전문가들도 바른 목소리를 내서 나라를 살려야 한다. 의장도 국회 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며 "국민적 비판 여론이 높아지는 형국이기 때문에 국회의장도 여론에 끝까지 대항할 수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정갑윤 부의장은 다만 "정부도 힘겨루기를 할 게 아니라, 조금 더 냉정을 찾아서 국회의장을 다시 한번 설득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며 청와대도 사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4선 중진인 정 부의장은 그동안 정치적 사회적 갈등해결에 앞장서며 부의장의로서의 리더십을 가감없이 발휘해왔다. 최근 종교계와 공권력이 정면충돌 조짐을 보일 당시 이른바 '신의 한 수'로 중재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조계사에 숨어들어갔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이 경찰에 자진 출두, 종교계와 공권력과의 정면 충돌하지 않았던 배경에는 정갑윤 국회부의장의 중재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정갑윤 부의장은 지난 8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검거하기 위한 공권력 투입 계획이 확정되자, 즉시 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중재에 나서겠으니 작전 시간을 늦춰 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정 부의장은 9일 조계사를 방문, 총무원장 자승스님과 한상균 자진 출두 방안을 논의하며, 노동계와의 갈등이 종교계로 번지는 사태를 막았다. 

    정 부의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공권력 투입을 막지 않았었다면, 자칫 공권력과 종교계 사이의 갈등을 야기시키려는 한상균의 전략에 말려 들 수 있었다.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 ▲ 정갑윤 국회부의장이 18일 오전 국회 본청 부의장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울산대 공업화학과 ▲(주)해성목재 대표 ▲제4대 경남도의원 ▲한나라당 울산시당위원장 ▲한나라당 재해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대한산악연맹 울산지부 회장한나라당 중소기업활력화위원회 위원장 ▲제18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16~19대 국회의원 ▲ 19대 국회부의장

    '울산 중구'가 지역구인 정 부의장은 정치역사를 전부 새로 쓰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울산 최초의 내리 4선에서 울산 최초의 예결위원장, 울산 최초의 국회부의장까지. 유력한 차기 국회의장 후보로 급부상하는 이유다.

    정갑윤 부의장은 "지금 여기까지 오기까지는 제 나름대로의 피타는 노력이 있었다"며 "국회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항상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크고 작은 각종 지도자 수업을 받으며 처절할 정도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