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담화 통해 작심 국회비판 "거수기 의원, 겉도는 상임위… 정쟁은 끊이질 않아"
  • ▲ 정의화 국회의장은 10일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사실상 19대 마지막 국회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12월 임시국회안에 밀린 법안들이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15일까지 선거구 획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정의화 국회의장은 10일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사실상 19대 마지막 국회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12월 임시국회안에 밀린 법안들이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15일까지 선거구 획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정의화 국회의장이 10일 "선거구 획정문제는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15일 이전에 반드시 결론을 내려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국회의장으로서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동안 "국회의장 직권상정은 없다"고 줄곧 외쳐온 정 의장이 이제는 '직권상정' 카드도 고려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10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저는 국회의장이 된 후, 어떻게든 소통과 타협을 통해 원만하게 국회를 운영하고자 최선을 다했다"면서 "여와 야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않고 의견을 경청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중요한 의제들에 대한 대타협을 이끌어내려고 정성을 기울였고, 그 결과 세월호 사건으로 인한 국회의 교착상태를 풀었다고 자평했다. 예산안도 예정된 일정 안에 원만히 처리한 것도 성과라고 했다.

    그러나 정 의장은 "돌이켜보면 19대 국회는 제가 그토록 원했던 정치정쟁의 구도는 끊어지지 않았다"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선거제도의 개편 등 근원적인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호소했지만 이루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저는 독립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각자의 의견이 존중되고, 또 상임위원회 중심으로 운영되어야 함을 줄곧 강조해왔다"면서 "그런데 지금 우리 국회의 모습은 의원은 거수기가 되고 상임위는 겉돌고 있다"면서 합의처리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국민의 신성한 권리인 선거권을 침해하고 출마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일을 두고만 볼 수는 없다"면서 "여야 지도부는 오늘밤부터 당장 세워서라도 머리를 맞대고 기준을 마련해서 획정위원회에 넘겨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마저 안 한다면 19대 국회는 존재할 이유가 없었던 국회로 최악의 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같은 정의화 의장의 '특단의 조치'발언은 '직권상정'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직권상정'은 국회의장이 국회법에 따라 쓸 수 있는 대표적인 카드로 꼽힌다. 여야 원내대표 합의 없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안을 직권으로 상정할 수 있다.

    그간 "직권상정은 없다"고 공언해온 정 의장과의 발언과는 상반되는 발언이지만, 19대 국회를 돌아본 소회를 함께 녹여낸 그의 담화문에서 '유종의 미'의 필요성을 느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 의장은 "하루빨리 국회선진화법의 보완을 서두르고 예측 가능한 국회, 효율적 국회 운영을 위한 개혁방안들을 처리해야 한다"고 적었다.

    여야의 원만한 합의 처리를 위해 직권상정을 하지 않은 것일 뿐, 민생을 팽개치고 식물국회를 만들기 위해 직권상정을 미룬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같은 그의 심정은 담화문 곳곳에 녹아있다.

    그는 "이번 정기국회를 끝내면서 대한민국 국회가 왜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못한지 여야 모두가 문제점을 충분히 느꼈으리라 생각한다"고도 했다.

    국회 선진화법을 '발목잡기'로 악용한 야당의 행태를 눈감으면서 결과적으로 민생법안을 미뤄온 정의화 국회의장이 일종의 자기 반성을 담아낸 셈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싸우지 않고 합의하도록 만들겠다는 국회선진화법이 결과적으로는 일하지 않는 국회를 만들어버렸다"면서 "민생에 우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만큼, 지금에라도 밀린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다행"이라고 평했다.

    다음은 정의화 의장의 담화문 전문이다.

    국민 여러분!

    어제 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끝났습니다.
    국회의장으로서 국민들께 걱정을 끼쳐드리는 문제들에 대해 입장을 말씀드리는 것이 옳을 것 같아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오늘 매우 착잡하고 송구스런 마음을 금할 길 없습니다.
    국민들의 국회에 대한 불신과 비판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어 의장으로서 큰 책임감을 통감합니다.

    저는 국회의장이 된 후, 구조적 전환기를 맞고 있는 대한민국의 앞날에
    걸림돌이 되는 문제들을 제거하는 국회를 만들고자 다짐했습니다.
    어떻게든 소통과 타협을 통해 원만하게 국회를 운영하고자 최선을 다했습니다.

    제 방에 ‘참을 인’자를 써서 걸어놓고, 여와 야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않고 의견을 경청하려고 했습니다. 중요한 의제들에 대해 대타협을 이끌어내려고 정성을 기울였습니다.

    나름대로 성과도 있었습니다.
    세월호 사건으로 인한 국회의 교착상태를 풀었고, 예산도 예정된 일정 안에 원만히 처리했습니다.
    공무원 연금 개혁을 포함해 주요 법안들이 여야 합의로 처리되도록 중재의 노력도 많이 기울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기국회를 끝낸 지금 현재의 국회 모습에 대한 세간의 걱정과 비판을 의장으로서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19대 국회는 제가 그토록 원했던 정쟁의정치 구도를 끊어내지 못했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패권주의와 양당 대립을 심화시키는 선거제도의 개편 등 근원적인 정치개혁을 호소했습니다만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이런 근원적인 정치개혁은커녕 선거구 획정 기준마저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야가 합의 처리하기로 한 쟁점 법안들도 상식과 합리를 바탕으로 충분히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각 당의 ‘이념의 덫’과 ‘불신의 벽’에 가로막히고 말았습니다.

    저는 어제 정기국회 본회의 도중 양당 원내대표를 불러 이에 대한 합의를 마지막으로 시도했으나 불발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경주하겠습니다.

    국회와 정부는 국가를 운영하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습니다.
    각자 기능에 충실하면서 또한 서로를 존중해야 합니다.
    이 시대의 정신인 소통과 공감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무언가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소통의 노력보다는 비난의 화살만이 오가고 있습니다.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국회의 기능과 권한이 커지는 만큼 국정에 대한 국회의 책임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견제와 감시도 중요하지만, 나라의 어려움을 주도적으로 해소하는 기능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이런 국회의 생산적 기능이 지금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회가 국정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고있다는 비판을 우리 국회의원들은 있는 그대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한편 저는 국회가 독립된 헌법기관인 의원 각자의 의견이 존중되고, 상임위원회 중심으로 운영되어야 함을 줄곧 강조해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국회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국회의원과 상임위는 보이지 않고, 교섭단체의 지도부만 보입니다.
    국회의원은 거수기가 되고, 상임위는 겉돌고 있습니다.
    전혀 연관이 없는 법들을 당리당략에 따라 서로 주고받는 거래의 정치가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민생과 경제를 살리기 위한 법안조차 흥정의 대상이 되는 보기 민망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소위 「국회선진화법」이 높은 수준의 타협과 합의보다는 낮은 수준의 ‘거래’를 촉진하는 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이 선진화법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제가 국회개혁자문위원회의 의견으로 제안한 ‘무쟁점 법안 신속처리 제도’ 등 국회 개혁법은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이번 정기국회를 끝내면서 대한민국 국회가 왜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못한지 여야 모두가 문제점을 충분히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만큼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하루빨리 국회선진화법의 보완을 서두르고 예측 가능한 국회, 효율적 국회 운영을 위한 개혁방안들을 처리해야 합니다.

    오늘부터 임시국회가 시작됩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사실상 19대 국회 마지막 국회입니다.
    「노동개혁 관련 법안」,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사회적경제 기본법」, 「대·중소기업 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 등 아직도 남아있는 숙제들을 이제는 정말 마무리해야 합니다.

    여야는 서로가 제안한 법에 대해 “재벌과 특권층을 위한 법”, “反시장적인 법”이라는 구태의연한 이념적 색안경을 벗어야 합니다.
    다른 의견을 이단(異端)으로 인식하면 공동체는 반분되기 마련입니다.
    시야를 미래에 두고, 작은 이해관계를 넘어서면 얼마든지 의견을 모을 수 있는 법들입니다.

    선거구 획정 문제 역시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15일 이전에 반드시 결론을 내려야 합니다.

    여야 지도부는 오늘부터 당장 밤을 새워서라도 머리를 맞대고 기준을 마련해서 획정위원회에 넘겨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회의장으로서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민의 신성한 권리인 선거권을 침해하고 출마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일을 두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이마저 안 한다면 19대 국회는 존재할 이유가 없었던 국회로 최악의 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부디 이번 임시국회를 통해 19대 국회의 밀린 숙제를 모두 정리하고, 국민들의 걱정을 덜어드리는 연말이 되길 의장으로서 간곡히 호소 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여러 가지 힘든 일이있더라도 용기를 내시기 바랍니다.
    내일은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그득한 연말이 되셨으면 합니다.
    국민 여러분의 평안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