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 등 특조위 주도세력, 위원회를 반정부집단으로 만들어”
  • ▲ ▲ 이헌 세월호 특조위 부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 이헌 세월호 특조위 부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세월호 사고의 원인을 밝히고 유사 사건 발생을 예방한다는 취지로 출범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세월호 특조위)가, 최근 이석태 위원장의 도를 넘는 월권행위와 일부 위원들의 편향적 행태 등으로 좌초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여당 측 추천 상임위원인 이헌 특조위 부위원장은 지난달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홈페이지에 대국민호소문을 올리고, “이석태 위원장의 사조직화, 일부 소속 별정직 국가공무원들의 이념적ㆍ정치적 세력 연계 활동 등으로 정치기관화됐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날선 비판을 제기했다.

    이헌 부위원장은 "현재 위원회는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다"며, "특조위의 위법성·불합리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지만, 이 시점에서는 희망과 기대는 커녕, 전임 조대환 부위원장 보다 더 큰 절망과 분노에 이르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헌 부위원장이 비판했듯 세월호 특조위의 파행운영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달 16일 열린 특조위 전체회의는, 위원회의 정치적 편향성과 반정부적 행태를 그대로 노출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ㆍ야ㆍ유가족 추천 위원 등이 모두 모여, 무엇을 조사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세월호 특조위 전체회의는, 이날 오전부터 파행으로 치달았다. 여ㆍ야ㆍ유가족 추천 위원들 사이의 갈등은, 세월호 사고 당일 대통령의 행적을 조사하는 내용이 담긴 안건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촉발됐다.

    당시 여당 측 위원들은 ‘대통령의 7시간 행적’ 등 사고 진상 규명과 관계가 없는 부분을 조사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수정안을 상정했으나, 야당 및 유족 측 추천위원들은 이를 부결시켰다.

    이헌 부위원장은 당시 “조사신청서에 가해자가 ‘박근혜 대통령’으로 돼 있다”며, '대통령 행적 조사'를 포함한 조사개시 신청서 자체가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 ▲ ▲ 세월호특조위 전체회의 모습. ⓒ뉴데일리 유경표 기자
    ▲ ▲ 세월호특조위 전체회의 모습. ⓒ뉴데일리 유경표 기자

    그러나 야당과 유족 추천 위원들은, 사고 당일 대통령의 행적 등을 조사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고영주ㆍ차기환ㆍ황전원ㆍ석동현 위원 등 4명은 특조위의 정치적 편향성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이들은 "모든 결정이 야당과 유족 추천 위원들의 요구대로 의결되는 특조위에 더 이상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며,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들이 퇴장한 뒤, 남은 위원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조사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조사개시 결정안을 참석 위원 19명 중 9명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어 부위원장은 대국민호소문에서, 이석태 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인사들이, 특조위를 사실상 ‘사조직화’하고, ‘월권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헌 부위원장은 “상임위원이자 부위원장, 사무처장인 자신이 특조위의 주도 세력에 의하여 의도적으로 배제되고 있다”며, “절박한 심정으로 특조위의 위법과 정치(편향)성을 시정해야 한다는 결심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이헌 부위원장은 “(특조위가) 지난 9월 중순부터 진상조사를 위한 신청을 받은 지 2개월이 넘었지만, 단 한명의 조사대상자에 대한 소환조사도 없을 정도로 무능하고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특조위 내 일부 인사들이 ‘우리가 특조위를 장악했다’, ‘내가 특조위 실세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고 다니는 등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헌 부위원장은 이석태 위원장이 특조위 일부 직원의 비리에 대해 징계를 미루면서, "소속 직원들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본인이 직접 행사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이헌 부위원장은 새누리당 안효대ㆍ이종배의원이 특조위에 요구한 ‘대통령 7시간 관련 자료’ 제출요구에 대해서도, 이석태 위원장이 자료 제출과 관련된 전결권을 자신이 행사하겠다며, 사무처장의 권한을 부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 ▲ 지난 4월 광화문 광장에서 농성 중인 이석태 세월호 특조위 위원장(사진 왼쪽).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농성 천막을 찾아와 이 위원장을 만나고 있다. ⓒ 조선닷컴
    ▲ 지난 4월 광화문 광장에서 농성 중인 이석태 세월호 특조위 위원장(사진 왼쪽).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농성 천막을 찾아와 이 위원장을 만나고 있다. ⓒ 조선닷컴

    이헌 부위원장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석태 위원장은 세월호 특조위 내부에서 감시ㆍ견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이헌 부위원장의 권한을 훼손한 것은 물론, 특조위를 사조직화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에 대해 이헌 부위원장은 “위원장을 비롯한 주도세력이 법규에 반해 위원회를 사조직화하고, 여당 추천 위원에 대한 인신공격을 자행하는 등 특조위를 반정부ㆍ불법집단으로 만들고 있다”며, “이들이 바로 특조위 활동의 방해세력”이라고 말했다.

    여당 추천 위원들이 특조위의 정치적 편향성에 항의하며 ‘전원사퇴’라는 강수를 둔 반면, 이헌 부위원장은 조직의 위법ㆍ불합리성을 ‘정상화’하기 위해, '내부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헌 부위원장은 “‘특조위 위원들의 전원 사퇴’와 ‘특조위 해체 검토’ 등 여당과 일반 여론의 입장에 공감한다”면서도, “특조위가 정치놀음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조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