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호남·충청으로 갈린 분열과 갈등에서 통합으로, 국민적 관심 최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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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한 22일 새벽 0시22분. 박근혜 대통령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일정을 소화하는 말레이시아 현지에 있었다.

    G20(터키)·APEC(필리핀)·ASEAN과 EAS(동아시아 정상회의) 등 굵직한 국제행사에 연이어 참가하는 와중이었다. 그리고 이날(현지시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조우를 앞둔 시점이었다.

    3김 시대의 종식(終熄)을 알리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보고 받은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 ▲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김영삼 전 대통령 ⓒ 뉴데일리 DB
    ▲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김영삼 전 대통령 ⓒ 뉴데일리 DB


    분열의 3金 시대 종식, 北 전체주의 金씨 일가 종말

    해방 이후 한반도의 역사 속에는 남한을 영남·호남·충청으로 삼분한 3김과 북한을 차지한 김일성의 김씨 일가, 즉 4金이 있었다.

    공과(功過)와 명암은 치열하게 나뉘지만, 3金(YS·DJ·JP)의 정치는 결과적으로 통합이 절실한 상황에서 분열이란 부작용을 가져왔다. 영남과 호남 그리고 충청으로 나뉜 지역주의는 갈등으로 이어졌고, 그때마다 인류 최악의 전체주의 집단을 이끄는 북한 김씨 일가는 이를 이용했다.

    자유민주주의를 일으킨 이승만-박정희 시대 이후 자유보다는 떼싸움으로 변질된 민주가 앞서고, 공화가치보다는 전체주의 국가인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에만 열을 올린 시기도 3金이 우리 정치를 아우르던 때였다.

  • ▲ 후보 단일화를 앞두고 고개돌린 김영삼과 김대중 ⓒ 연합뉴스
    ▲ 후보 단일화를 앞두고 고개돌린 김영삼과 김대중 ⓒ 연합뉴스

    돌이켜보면 패권을 쥐었던 YS와 DJ는 단 한번도 통합을 이룬 적이 없었다. 68년 신민당 원내총무 경선과 71년 대선을 앞두고 벌인 경선에서 틀어진 두 사람의 관계는 광주사태를 거치고 87년 야권 단일화에서 갈라서면서 완전히 다른 길을 걸었다.

    민주화 세력에서 이탈한 YS는 민자당에서 신한국당으로 '중도우파'라는 이도저도 아닌 정치세력을 탄생시켰다. 또 YS가 정치권으로 끌어들인 이회창 전 총재의 한나라당은 MB 정부로 이어지며 기회주의 웰빙 여당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중간지대를 빼았긴 것에 위협을 느낀 DJ는 더욱 왼쪽으로 치닫는 정치 행보를 보였다. 새정치국민회의로 정권을 잡은 이후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으로 이어지면서 전체주의를 추종하는 세력들이 사회 기득권으로 진출하는 길을 열어줬다. DJ는 훗날 자서전에서 "87년 대선에서 나라도 양보했어야 했다"고 후회했지만, 역사는 돌이킬 수 없었다.

    JP의 충청은 92년 대선에선 YS의 영남으로, 97년 대선에서는 DJ의 호남으로 향하는 갈지자 행보로 오점을 남겼다. JP 스스로는 '영원한 2인자'로, 그의 지역적 기반인 충청은 '캐스팅 보트'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반대로 얘기하면 결코 패권을 쥘 수 없다는 한계를 남겼다.

    JP는 97년 DJP 연합 당시 이회창 총재의 한나라당에 있던 박근혜 의원에게 연대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하고,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는 오히려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다.

    이처럼 애초에 JP를 중용한 박정희 대통령과의 인연을 완전히 끊어버린 것은 스스로 2인자라는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최악의 전체주의로 북한을 이끈 김일성-김정일로 이어진 북한의 金씨 일가도 김정은의 등장으로 종말을 앞두고 있다.

    소련의 붕괴와 중국의 변화부터 예견됐던 북한의 종말은 자유민주주의와 전체주의와의 대결이 이제 끝나감을 의미한다.

  • ▲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표 ⓒ 뉴데일리
    ▲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표 ⓒ 뉴데일리



    박근혜와 반기문, 그리고 한반도 통일

    지난 70년간 자유민주주의와 전체주의의 대회전이 펼쳐진 한반도에서 이를 이끌었던 4金의 종말과 시대의 종식은 곧 한반도 통일이 가까워져 옴을 몸으로 느끼게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로 18대 대통령에 오른 박근혜 대통령의 운명은 YS가 서거한 이 때, 북한 방문을 앞둔 반기문 총장과 말레이시아 조우를 앞둔 시점으로까지 이어진다.

    충청 대망론을 품고 있는 반기문 총장의 세간의 평가는 중요치 않다. 그가 대통령으로 출마할지도 대통령감인지도, 나아가 대통령이 될지도 분명치 않다.

    민주화라는 명분 아래 자행된 분열과 갈등의 시대를 청산하고 통합과 통일의 새 시대로 나가기 위해 반기문 총장의 역할이 중요할 뿐이다.

    한반도 통일은 남한 내 세력의 통합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통합은 지금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이미 지난 대선에서 한광옥-김경재 등 DJ 동교동계 핵심이 박근혜 대통령 진영으로 합류했으며, 야당 대권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한자리 수로 곤두박질 쳤다.

    김무성-김문수-홍준표 등으로 이어지는 영남의 YS키즈(Kids)들은 박근혜 정부가 집권 하반기에 들어섰음에도 제대로 숨 한번 크게 쉬지 못하고 끌려오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 전쟁에서 얻은 박 대통령의 충청 표심은 반기문 대망론과 맞물려 더욱 공고해진다. 반 총장이 총리 경질 문제로 박정희 대통령을 배신한 JP의 전철만 밟지 않는다면 한반도 남쪽의 '통합'도 꿈같은 이야기만은 아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JP에 대해 "어짜피 다음 대통령인데 자꾸 욕심을 낸다"며 못마땅해 한 일화는 정계의 오래된 이야기다.

  • ▲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 뉴데일리
    ▲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 뉴데일리

    통합 다음은 전체주의 세력과의 마지막 결전이다.
    이번 총선과 다음 대선이 이 대회전의 전장(戰場)이다.

    다행이 한반도 운명을 바라보는 국민적 관심은 최고조다.

    63%에 그친 2008년 17대 대선 투표율이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무려 75.8%으로 치솟은 것이 방증이다.

    대한민국 19대 대통령까지 자유민주주의와 공화가치를 신봉하는 사람이 된다면, 전체주의의 마지막 산실인 북한의 붕괴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될 공산이 크다.


    YS 서거 소식에 새정치민주연합은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를 온 국민과 함께 애도한다.

    오늘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일생을 민주화 운동에 헌신한 한국 민주주의의 거목으로 한국 정치사에 길이 남을 큰 지도자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를 온 국민과 함께 애도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 

    김영삼 전대통령은 박정희 독재 시절 정권에 의해 국회의원직을 제명당한 최초의 국회의원이었으며, 그의 국회의원직 제명은 부마항쟁으로 이어져 유신의 종막을 고하는 도화선이 됐다.

    당시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한 고인의 말은 독재 타도와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민중의 염원을 담은 시대적 명언으로 우리는 기억한다. 

    전두환 정권 시절 민주화를 요구하며 단식 투쟁을 전개하는 등 고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민주화 운동의 구심점으로 큰 발자취를 남겼다.

    1992년 대통령 선거에 당선, 32년간의 권위주의 통치를 종식시키고 문민정부를 출범 시킨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도입, 공직자 재산 공개 등 과감한 개혁을 단행해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특히 광주 민중 항쟁을 민주화 운동으로 승화시키고 신군부에게 광주 유혈 진압의 죄를 물은 것은 우리의 불행했던 과거사를 정리하는 역사적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3당 합당, IMF 구제 금융 등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지워질 정치적 책임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민주화에 대한 고인의 업적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고인의 영면을 기원하며 명복을 빈다.

    DJ 서거 직전에서야 화해 아닌 화해를 할 정도로 처절하게 대립해왔던 야당이 추모하는 글 치고는 상당히 절절한 감정이 묻어 있다. 그 감정의 이유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테다.

    하지만 혹시나 또 만에 하나, 민주화라는 명분으로 분열과 갈등을 일으키고 그 속에서 정치적 잇속을 챙겼던 4金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를 우리 정치권이 그리워 한다거나, 앞으로 다가올 자유민주주의와 공화 가치로 통일된 대한민국을 두려워 하는 심정이 아니길 바라고 또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