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계 모조리 탈락했지만, 김 대표 측근은 대부분 살아남아
  • 새누리당의 공천은 친박계의 압승으로 끝나간다. 막말 파문을 일으킨 윤상현 의원을 제외한 핵심 친박들은 모두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대구 동갑)과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대구 달성)은 단수 후보로 공천을 받았다. 강승규 전 의원과 경선이 예상됐던 안대희 전 대법관(서울 마포갑)도 일방적으로 공천을 확정지었다.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대구 서구)와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인천 연수을)도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책적 이견을 빚은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공천 탈락했지만, 국정교과서 문제에서 삐딱선을 탄 황우여 전 교육부총리는 살아남았다.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호되게 당한 친박계가 차기 국회의장 자리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험지로 간 황 전 부총리가 낙선한다해도 부의장을 지낸 정갑윤 의원이나 서청원 의원도 포진한 친박계가 고민할 일은 없을 듯 하다. 단수 공천 받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차기 당권을 쥘 것이라는 전망은 벌써부터 구체화되고 있다.

    공천 학살의 최종 목표인 유승민 의원만 결정이 남았을 뿐, 그 주변은 처참할 정도로 찢겨나갔다. 유승민 의원의 원내대표 시절 수석부대표를 지낸 조해진 의원이 컷오프됐다. 대구 지역에서 유승민 의원을 도운 김희국, 류성걸, 권은희, 홍지만 의원도 모두 탈락했다. 벌써 대구 12개 지역구 중 8명이 공천 배제됐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유승민 거취 문제를 최고위에 올리며 '반드시 잘라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 비박계 학살에 당은 아수라장이지만, 김무성 대표는 먼산만 보고 있다. 오히려 김 대표 최측근은 대부분 살아남았다. 김성태 의원과 김학용 의원은 단수 후보로 공천받았다. 강석호, 박민식, 김영우, 김종훈, 심윤조 의원 등은 경선을 치러야 하지만 컷오프는 피했다.

    친박계가 유승민 학살을 하는 동안 김무성 대표는 묵인하며 '자기 식구만 살렸다'는 비판이 나올만 하다.

    애초에 '상향식 공천'이란 꿈같은 이야기를 고집한 김무성 대표의 본래 목적이 이런 결과가 아니었겠느냐는 말까지 나온다. 명분만 세우고 뒤로 물러난 김 대표가 이번 공천에서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결과적으로 김 대표의 잠재적 대선 경쟁자인 유승민 계파는 몰락했고, 김 대표가 직접 영입한 신인들도 모조리 쓴잔을 들이켰다.

    어느 순간 오픈프라이머리도 사라졌다. 김무성 대표가 그토록 고집한 공천방식이지만, 이제는 언급하는 사람도 찾기 어렵다. 공천방식을 두고 파열음이 터져나오지만, 김무성 대표는 결코 입을 열지 않는다. 비겁한 리더십이란 쓴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나고 보니 상향식 공천은 김무성 대표의 무책임한 포퓰리즘에 불과했다.

    김무성 대표의 의도가 짐작된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대권 가도를 달려보겠다는 욕심이다. 그 욕심이 김 대표가 아무것도 하지 않도록 이끌었고, 결과는 아수라장이 됐다. 김무성 대표가 정치를 배운 3金 시절에는 '참는자에게 복'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21세기 정치에서는 아니다. 비겁하게 피하는 자에게 기회는 없다.

    비박계의 원성이 자자하다. 여기저기 곡소리가 날 정도로 이번 공천은 참혹했다. 하지만 비박계 원성이 향하는 곳이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나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라 김무성 대표라는 점은 반드시 곱씹어봐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