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노도 싸늘 "586 적폐가 가장 심각"… 정치적 운신의 폭 좁아
  • ▲ 586 그룹의 리더로 알려진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의원이 올해 2월 8일 전당대회장에서 연설에 앞서 물을 마시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586 그룹의 리더로 알려진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의원이 올해 2월 8일 전당대회장에서 연설에 앞서 물을 마시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의 이른바 '586'이 정계 진출 약 20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586 이란 50대·80년대 학번·60년대 생(生)의 약칭으로, 약 20년 전 김대중정권 기에 386 세대(30대·80년대 학번·60년대 생)라는 이름으로 정치권에 대거 입문했다. 현재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주로 고 김근태계로 분류되고 있으며,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이라는 의견 그룹을 구성하고 있다. 

    정계 진출 당시에는 신선한 젊은 피의 수혈이라는 명목 하에 일부의 주목을 받은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20년 동안 우리 정치 발전에 전혀 기여한 게 없다'는 냉혹한 평가 하에 야권 내부에서도 포위·고립된 형세로 전락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이들이 내년 총선에서 취약 지역구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물갈이'나 '하방(下放)'의 대상이 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공격은 현재로서는 586의 리더로 평가받고 있는 이인영 의원에게 집중되고 있다.

    이인영 의원은 지난 2·8 전당대회 때 586의 대표 주자로 출격해 당 대표 경선에 도전했다. 그가 문재인 대표·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함께 컷오프를 통과하자 '역시 새정치연합의 3대 세력은 친노·호남·586'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컷오프 통과 시점이 정점이었다. 이후 전당대회 과정에서는 신랄한 비판이 쏟아지며 내리막길을 탔다.

    올해 1월 21일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던 새정치민주연합 보좌관협의회 주최 당대표 후보자 초청 간담회에서 이인영 의원에게는 "이른바 586 상당수가 이미 당 지도부를 경험했는데, 열우당 시절 변화와 개혁의 상징이던 586 이 혜택만 누리면서 과연 무엇을 했느냐"며 "세대 교체 주역이라기보다는 세대 교체의 대상"이라는 질문이 제기됐다.

  • ▲ 새정치민주연합 임미애 혁신위원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인영 의원과 586 그룹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임미애 혁신위원 페이스북 캡쳐
    ▲ 새정치민주연합 임미애 혁신위원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인영 의원과 586 그룹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임미애 혁신위원 페이스북 캡쳐

    전당대회의 성과도 저조했다. 문재인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양자 대결 구도에서 화제도, 변수도 되지 못한 채 12.9%의 저조한 득표율에 그쳤다.

    이후 전당대회 때 제기됐던 목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마침내 20대 총선을 8개월 앞둔 지금, 혁신 대상으로 지목받기에 이른 것이다.

    이동학 혁신위원은 지난 15일 '586 전상서'라는, 이인영 의원에게 보내는 공개 서신 형식을 통해 586의 행태를 비판하고 차기 총선에서 적진 출마를 촉구했다.

    이동학 위원은 "86그룹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했던 국민은 이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선배들에게 허탈함을 느끼고 있다"며 "선거 때 출마로 이야기하는 정치인으로서, 이제는 당이 찾아야 할 활로가 돼주는 건 어떻겠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앞서 부산에 출마한 노무현 전 대통령, 경기 분당에 출마한 손학규 전 상임고문, 대구에 출마한 김부겸 전 의원 등의 사례를 열거함으로써 차기 총선에서 취약 지역구에 출마할 것을 압박한 셈이다.

    이에 이인영 의원은 이튿날 "당원들과 자갈밭을 일구는 심정으로 지난 15년을 보냈지 문전옥답을 물려받은 것은 아니다"라며 "혁신의 방향이 올바른 가치를 추구할 수 없다면 제가 다른 지역구에 출마한들 어떤 보람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대꾸했다.

    자신이 '쉬운 지역구'에서 안주하고 있는 것이 결코 아님을 어필함과 동시에, '혁신이나 잘하라'라는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그러자 같은 혁신위원인 임미애 위원이 이동학 위원을 거들고 나섰다.

  • ▲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최고위원은 최근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 강행을 둘러싸고 한동안 당무를 거부하는 등 문재인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는 586 그룹의 친노에 대한 불쾌한 심기가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최고위원은 최근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 강행을 둘러싸고 한동안 당무를 거부하는 등 문재인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는 586 그룹의 친노에 대한 불쾌한 심기가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임미애 위원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청년 이동학과 586 이인영의 논쟁을 보며'라는 글을 올려 "'15년간 뭘 했느냐'는 청년들의 말에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다"며 "86그룹 정치인들이 뭘 고민하고 사회에 어떤 공헌을 했는지 의심스럽다"고 돌직구를 꽂았다.

    임미애 위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이 글에는 조국 혁신위원도 댓글을 달아 동조의 뜻을 표했다.

    이처럼 새정치연합내 친노 등 주류 그룹으로부터 맹공격을 당하고 있는 586 이지만, 그간 범친노(汎親盧)라는 이름 하에 함께 양지에서 지냈기 때문에 새삼 정치적 운신의 폭도 넓지 않은 상황이다.

    비노(非盧)나 탈당파·신당파는 586에 더욱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4·29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천정배 의원은 "이른바 486 계파의 패권 적폐가 가장 심각하다"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586 이 갑자기 '변신'을 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586 도 포위 공격과 '물갈이' 시도에 맞서 나름대로 대응책을 모색 중이라는 평이다. 민평련 그룹의 대표 주자로 지도부에 입성한 유승희 최고위원이 문재인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한 게 그 반증이라는 지적이다.

    유승희 최고위원은 최근 문재인 대표의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 강행에 반발해 당무를 한동안 거부했다. 최재성 사무총장도 정세균계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출신은 같은 86 그룹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의외다.

    유승희 최고위원도 이달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최재성 의원이 사무총장으로 거명됐을 때 반대하지 않았으며 개인적으로는 좋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결국 최재성 사무총장 개인에 대한 호불호가 아니라, 문재인 대표를 정점으로 하는 친노 계파의 패권주의 행태와 독선적 당 운영을 겨냥했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586 이 포위된 형세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586 으로서는 정작 심판받아야 할 대상인 친노가 자신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총선을 앞두고 인적 쇄신 요구를 넘어가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억울함과 의심이 있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