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예하듯 혁신안 마련할 게 아니라, 대표 기득권 내려놓으면 돼"
  • ▲ 새정치민주연합 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이 21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숙의 선거인단 경선제를 발표한 뒤, 취재진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이 21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숙의 선거인단 경선제를 발표한 뒤, 취재진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유성엽 의원이 컷오프·전략공천 폐지 등 대표의 기득권을 포기해야 하는 공천 혁신안을 제안한 가운데,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공언한 문재인 대표가 이 제안을 받을 수 있을지 야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전북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성엽 의원은 21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숙의(熟議) 선거인단' 경선 제도를 제안했다.

    숙의 선거인단 경선 제도란 공천 신청자 전원을 대상으로 경선을 진행하되 400명 규모의 선거인단이 분임 토론 등 숙의(熟議) 절차를 거쳐 공천 후보자를 선출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에서 선거인단은 중앙선관위에 의해 무작위 추출 방식으로 선정되기 때문에,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장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유성엽 의원은 △2002년 새천년민주당 정읍시장 선거 당시 대의원 경선 제도 △2006년 열우당 전북도지사 선거 당시 권리당원 현장투표 제도 △2008년 18대 총선 당시 공심위 컷오프 제도 △지난해 새정치연합 전북도지사 선거 당시 공론조사 방식 경선 제도 등을 다 겪어봤음을 밝히며 "지도부의 기득권을 내려놓으면서도 투명하고 합리적이며 민주적인 공천 방식을 제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제도를 실천하기 위한 전제로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 해체 △전략공천 전면 폐지 △단수공천 엄격 제한 등을 제시했다.

    유성엽 의원은 전략공천 제도에 대해 "과거 역사를 봤을 때 취지대로 작동한 적이 없다"며 "앞으로도 선의로 믿고 기대하기에는 너무나 큰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단수 공천에 대해서도 "단수 공천을 남발하고 비례대표 공천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게 19대 총선에서 야권이 패배한 이유"라며 "어떠한 이유로도 단수 공천을 해서는 안 된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하나 같이 대표의 이른바 '공천권'을 무너뜨리는 제안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공심위를 해체하게 되면 '2~3배수 컷오프'라는 명목으로 미리부터 반대 계파 유력 후보를 잘라내는 행위를 할 수 없게 되며, 전략공천 전면 폐지는 반대 지역·계파 현역 의원의 '물갈이'를 할 수 없게 되고, 단수공천을 제한하게 되면 자기 사람을 내리꽂는 일이 수월치 않게 된다.

    유성엽 의원은 공천 혁신안 발표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 공천 혁신안은 특정 계파를 위한 발표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만한 부분이 없다"며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진지하게 논의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아울러 전날 열린 의총에서 김동철 의원 등이 문재인 대표의 사퇴 요구를 한 것과 관련해 "사퇴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표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라며 "공천권을 당원과 국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묘한 장치를 통해 100% 돌려주려 하지 않는 것에서 계파 간의 갈등이 일어나고 혼란이 생겨난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금까지 김상곤 혁신위원장의 혁신위가 발표한 혁신안에서 대표가 기득권을 내려놓는 부분이나, 공천 혁신 관련 부분이 미비했음을 우회적으로 꼬집기도 했다.

    유성엽 의원은 "아직까지 발표된 혁신안에 대표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게 없다"며 "최고위 폐지나 사무총장 폐지처럼 묘수 찾듯이 곡예하듯이 혁신안을 마련할 게 아니라 대표의 기득권을 시원하게 내려놓으면 사무총장은 있으나마나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위가 공천 혁신 방안으로 제시한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에 대해 "정성적인 평가를 객관적으로 해낼 수 있는 설계가 가능하느냐"고 되물으며 "자의적이고 주관적인 평가로 흐르다보면 악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선출직 평가 제도는 아주 심층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다만 문재인 대표가 말그대로 '기득권'의 핵심인 '공천권'을 전면적으로 내려놓아야 하는 유성엽 의원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미 시선이 대권 도전에 향해 있는 문재인 대표로서는 긴 항해를 떠나기에 앞서 배 위에서 싸울 수는 없으니, 배에서 내리게 할 사람은 전부 내려놓으려 할 것"이라며 "대권 전년도에 열릴 총선에서 호남 물갈이 이야기가 자꾸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인데, 시스템적으로 '인위적인 물갈이'가 불가능하게 될 제안을 받아들이려 하겠느냐"고 의구심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