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트렌드' 분석 오류로 오보낸 한겨레, 조선일보에 사과역사왜곡·날조 보도한 KBS, "반론 보도한 것도 굴욕적!" 적반하장


  • 지난 3일, KBS는 <이승만 기념사업회 '망명정부설' 부인> 이라는 정정,반론 보도를 했다. 잘못된 팩트 정정은 한 줄이었던 반면, 이승만 기념사업회의 반론을 담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이쯤 되면 망명 요청 사실 전체가 오보임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안팎에서 '굴욕적 반론보도'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KBS뉴스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반론보도였다. 이것이 그동안 사장이 공언했던 '공정성 논란의 종지부'인가?

      - KBS 기자협회가 7월 15일 발표한 <비겁한 징계의 칼날을 당장 거둬라> 성명 중에서

    저는 '구글 트렌드'로 '최근 세 달'의 결과값만을 이용해 최근 상영중인 영화를 비교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정교하게 분석하지 못한 <연평해전> 검색어 관련 기사를 올리게 됐습니다. 기간을 바꿔보지 않은 제 잘못입니다.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흥행도 잘되고 대중의 관심과 사랑도 큰 <연평해전>과 이를 비중있게 보도해온 <조선일보>에게도 미안합니다.

      - <한겨레>가 7월 14일 보도한 <'연평해전'과 '조선일보'에 사과드립니다> 기사 중에서


    정치적 논조가 비슷하다고 알려진 <KBS 기자협회>와 <한겨레>의 글이다. 한쪽에선 "오보를 인정한 자사의 '반론 보도'가 대단히 굴욕적이었다"며 분통을 터뜨렸고, 다른 한쪽에선 오보를 낸 당사자가 반론 보도 차원을 넘어 상대방 측에 "미안하다"는 사과문까지 올렸다.

    과연 둘 중에 누가 더 굴욕적이었을까?

    일단 <한겨레>의 '사과 기사'는 제목부터가 굴욕적이다.

    <'연평해전'과 '조선일보'에 사과드립니다>.

    반면 지난 3일 보도한 KBS의 기사 제목은 딱딱하기가 벽돌보다 더한 모양새다.

    <이승만 기념사업회, '일 망명 정부 요청설' 부인>.


    해당 기사에서 KBS는 "6월 27일이라는 날짜는 문서 내용에 없었다", "반론 기회를 주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이다"란 말만 언급했을 뿐, 기사 자체의 오보를 인정하거나 사과를 표한다는 발언은 단 한 줄도 집어넣지 않았다.



  • ◇ 한겨레, 충실한 사과문..'오보 기사'까지 그대로 붙여


    자존심 세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한겨레>가 이런 제목을 달았다는 건, 그만큼 자신들의 오보와 실수가 뼈아팠다는 걸 의미한다.

    사과 기사를 쓴 임지선 기자는 "'구글 검색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영화 <연평해전>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기사를 작성한 바 있으나, 당시 기사에 인용한 구글 지표는 알고리즘에 중대한 오류를 안고 있었다"며 "검색 기간을 바꿔봤더니 <연평해전>의 관심도는 '제로'가 아니었다"고 실토했다.

    <연평해전>은 자주 검색되지 않아 그래프에도 표시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기준으로 삼은 기간은 '최근 3개월(90일)'이었습니다. 기사가 나간 뒤 "구글 트렌드로 검색해봤는데 기간 설정을 달리하니 결과값이 다르게 나타났다"는 항의성 메일을 받았습니다. 당장 기준이 되는 기간을 한 달(30일)과 일년으로 바꿔 검색해봤습니다. <연평해전>의 관심도는 '제로'가 아니었습니다.


    네티즌의 질타를 받고서야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임 기자는 구글 본사에 관련 내역을 문의했고, 그 결과 "검색 알고리즘 문제로 90일 기준 트렌드 그래프는 다른 기준일 그래프와 다른 결과값이 나왔다. 일관되지 못한 결과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구글 측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90일 기준의 트렌드 분석이 '주 단위'로 집계되다보니 일주일 내내 꾸준히 높은 검색량을 보이지 않으면 실제보다 폄하해서 결과값을 노출하게 됐다는 겁니다. 한달이나 일년 기준일 때는 '일 단위'이고요. 구글이 이번 <연평해전> 결과값을 보면서 다소 뒤늦게 '90일 기준'의 검색 알고리즘이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했고, 그래서 아예 해당 알고리즘을 바꾸겠다고 합니다.


    임 기자는 기사의 오류를 발견하게 된 배경부터 구글 측의 공식 답변까지, 오보가 발생하게 된 전 과정을 가감없이 기술했다.

    구글의 공식 답변만 놓고 보면 "지표로 사용한 구글 트렌드의 알고리즘 오류 때문이었다"며 오보를 내게 된 책임을 구글 측에 떠널길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임 기자는 "'최근 30일'과 '최근 1년'이 아닌, '최근 세 달'의 결과값만을 이용해 상영중인 영화를 비교하는 바람에 <연평해전>에 대한 관심도가 낮다는 기사를 올리게 됐다"며 기간을 바꿔보지 않은 자신의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간을 바꿔보지 않은 제 잘못입니다.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흥행도 잘되고 대중의 관심과 사랑도 큰 <연평해전>과 이를 비중있게 보도해온 <조선일보>에게도 미안합니다.


    나아가 임 기자는 잘못된 데이터를 갖고 작성한 자신의 '오보'를 사과 기사 말미에 붙여, 독자들이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 ◇ 반론보도 몇 줄에 제2노조 '펄쩍'‥"굴욕적이다!"

    지난 6월 24일 "이승만 대통령이 1950년 6월 27일, 일본 정부에 망명정권 수립을 타진했다"는 기사를 방송해 파란을 일으킨 KBS는 시민 단체들로부터 "일본 야마구치 현 기록에는 6월 27일이라는 날짜 자체가 없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지난 3일 "전쟁 발발 이틀만이라고 할 근거인 6월 27일이라는 날짜는 문서 내용에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뉴스내용에 오류가 있음을 인정했다.

    또한, 같은 기사를 통해 "지난달 24일 보도한 이승만 정부의 일본 망명 정부 요청설과 관련해 이승만 대통령 기념사업회 측은 '정부 공식기록이 아니'라며 '보도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고 전했다.

    겉으로는 유감 표시와 정정, 반론 보도의 형식을 띄고 있었으나 진정한 의미의 사과 방송은 아니었다. 게다가 '날짜 표기 문제'만 잘못으로 인정, 여전히 기사의 전반적인 내용은 사실에 부합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저 독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차원에서 상대방의 반대 주장을 실었을 뿐, 애당초 진실을 알리거나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의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럼에도 불구,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제2노조)는 '누구를 위한 굴욕적 반론보도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이승만 대통령 기념사업회 측의 반론을 전한 우리의 보도는 마치 '이승만 정부의 망명 요청설'을 전한 당초 보도가 전체적으로 완전히 잘못된 것처럼 시청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과도하고 굴욕적인 내용으로 채워졌다"고 펄쩍 뛰었다.

    무엇이 굴욕적인가?

    KBS는 지금까지 자신들의 기사가 '오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유감 표명을 담은 기사의 제목도 <이승만 기념사업회>가 '망명 정부 요청설'을 부인했다는 뜻이지, KBS 보도국에서 '망명 정부 요청설'이 사실과 다르다고 인정한 것은 아니었다.

    사과 표명을 한 것도 아니고, 형식적인 반론 보도에 그친 스트레이트 기사가 '굴욕적'이었다는 것은 KBS 기자들의 '교만함'이 하늘을 찌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 ◇ '오보' 수준을 넘어선, 조작(造作)된 자료 뭉치

    지난달 24일 방송된 KBS의 기사가 '오보'였다는 사실은 이미 수차례 보도된 바 있다.

    엄밀히 말하면 이 기사는 '오보'가 아닌, 조작(造作)된 자료 뭉치일 뿐이다.

    사실을 착각해 '실수'로 잘못된 기사를 내보낸 것이라면 얼마든지 용인(容認)할 의사가 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다르다.

    원문에는 없던 '허구의 날짜'가 기사에 들어갔고, 당시의 날짜를 유추해볼 수 있는 결정적인 문단은 아예 빠져 버렸다.

    누군가 고의적으로 '날조된 내용'을 기사에 담아 내보냈다면, 과연 이것을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였다고 말할 수 있을까?

    KBS는 "다나카 타쓰오 야마구치현 지사가 6월 27일, 외무성을 통해 '한국 정부가 6만명의 망명정권을 야마구치현에 세우고 싶어한다'는 전보를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정작 일본 야마구치 현청 원문 기록에는 "6월 27일에 외무성 전보를 받았다"는 대목이 빠져 있었다.

    KBS가 인용한 야마구치 현청 원문을 살펴보면 다나카 타쓰오 지사가 외무성 전보를 받은 시점은 북한군이 부산을 위협할 당시인 1950년 8~9월을 가리키고 있었다.

    … 釜山の北のね,洛東江の川の所まで北朝鮮軍 ママが来てね。それで,このまま行ったならば,釜山は第二のダンケルクになると。そういった時にどうするかという問題ですが,外務省の方から電報が入って ね,韓国政府は六万人の亡命政権を山口県に作るということを希望しとると。


    하지만 KBS는 해당 원문에서 "북한군이 부산의 북쪽, 낙동강까지 진격해 들어왔다"는 대목을 삭제한 뒤 "한국 정부가 6만 명의 망명정권을 야마구치 현에 만들기를 바라고 있다고 한다"는 번역 문구만 방송에 내보냈다.

    그렇다면 KBS 기자들은 도대체 무슨 근거로 '6월 27일'이라는 날짜를 특정하고 해당 기사에 삽입을 했을까?

    이것은 지난 1996년 4월 <경향신문>이 일본 교도통신을 인용한, <6·25때 한국 망명정부 日 야마구치縣에 구상>이란 제하의 기사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경향신문>은 "<미국 외교관계>라는 책 속에는 '한국 지도부는 절망하고 있으며 (한국 측에서)대통령과 내각을 망명정부로서 일본에 이동하는 가능성에 대해 (자신에게)문의해 왔다'는 무초 전 주한미대사의 전보 내용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무초 전 대사가 해당 전보를 국무부에 타전한 날짜는 1950년 6월 27일이었다. 결국 무초 전 대사가 전보를 친 날짜가 '이승만 정부의 6.27 망명 요청설'로 와전된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2013년 <오마이뉴스>에 실린 기사다. <일본 망명정부 구상한 이승만, 선조와 닮았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오마이뉴스>는 "6월 27일 새벽에 수원 천도를 결정할 때에 이승만은 존 무치오 주한미국 대사에게 '일본에 망명정부를 세울 수 있겠느냐'고 문의했었다"고 밝혔다.

    또 <오마이뉴스>는 "<미국 외교관계>에 수록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존 무치오 대사는 '한국 지도부는 절망하고 있으며 대통령과 내각은 망명정부가 되어 일본으로 이동하는 가능성에 대해 문의해왔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앞에서 언급한 이승만 대통령의 발언은 출처 불명. 두 번째 인용한 존 무치오 대사의 발언은 오래 전 <경향신문>에서 보도했던, <미국 외교관계>라는 책자에 실린 내용이었다.

    그런데 <경향신문>과 훨씬 나중에 쓰여진 <오마이뉴스>의 기사는 화자(話者)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앞선 <경향신문> 기사에선 '한국 지도부 중의 누군가가' 대통령과 내각을 망명정부로서 일본에 이동하는 가능성에 대해 문의했다고 기록돼 있으나, <오마이뉴스>는 '이승만 대통령과 내각이' 직접 일본으로 이동하는 가능성에 대해 문의해왔다고 밝혔다.



  • ◇ 원문 확인 없이 번역된 기사 옮기면서 실수 범해


    누군가 대통령의 망명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말과, 대통령 스스로 망명 가능성을 물어왔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그러나 다수의 언론은 비교적 최근에 쓰여진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인용, '이승만 대통령이 실제로 망명 정부 수립을 일본 측에 요청한 사실이 있다'는 잘못된 사실을 전파했다.

    이는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대다수의 언론이 '원문'을 보지 않고, 번역된 기사를 단순히 옮겨적으면서 발생한 오보였다.

    미국 국무부 홈페이지에 기록된 실제 원문은 아래와 같다.

    He despaired of saving anything and inquired possibility President and Cabinet moving to Japan as “government in exile.” I made no commitment.

    그는 절박한 심정으로 대통령과 내각을 망명 정부로 일본에 세울 수 있는지를 내게 물었다.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여기에서 'He'는 신성모 국방장관을 가리킨다. 영문 기록을 보면, 망명 정부 가능성을 타진한 화자는 대통령이 아니라 신성모 장관이었다.

    조금만 검색을 해봐도 '대통령과 내각을'이 올바른 번역이고, '대통령과 내각은'이라는 표현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특히 해당 전보에 이승만 대통령의 '의중'이 전혀 담겨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쟁 발발 이틀 만에 이승만 대통령이 일본 정부에 망명정부 수립을 타진한 게 사실이었다"는 보도는 정확도에서 한참 벗어난 대형 오보가 아닐 수 없다.

    결국 KBS의 단독 보도는 다나카 타쓰오 야마구치현 지사가 외무성을 통해 받았다고 알려진 내용에, 무초 전 주한미대사가 국무부에 타전한 날짜를 교묘히 합성한 '조작물'이었음이 드러났다.

    있지도 않은 가공의 날짜를 덧붙여 억지로 짜맞춘 기사가 '명백한 잘못'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그리도 어려운 일인가?

    이렇게 심각하게 왜곡된 기사가 정녕 '오보'가 아니라면, <한겨레신문> 역시 애당초 영화 <연평해전>과 <조선일보> 측에 사과할 이유조차 없었을 것이다.

    자국의 역사를 깎아내린 '허위 기사'를 내보내고도, '최종 책임자'에 대한 문책은 커녕, 사과조차 하지 않는 KBS의 뻣뻣한 태도가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