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단체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했던 김무성, 조금 더 지켜봐야”
  • ▲ (사)건국대통령이승만박사기념사업회(회장 박진)가 주최한 ‘제50주기 우남 이승만박사 추모식’이 17일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렸다. 박진 회장이 추도사를 읽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사)건국대통령이승만박사기념사업회(회장 박진)가 주최한 ‘제50주기 우남 이승만박사 추모식’이 17일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렸다. 박진 회장이 추도사를 읽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건국대통령 이승만 박사의 50주기 추도식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이승만 대통령에게 ‘국부’(國父), ‘건국대통령’이란 표현을 사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애국단체 관계자들이 발언의 진정성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현직에서 물러난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 이승만 박사에게 ‘국부’(國父), 혹은 건국대통령이란 호칭을 사용한 경우는 있지만, 현직에 있는 정치인이, 그것도 집권 여당의 대표가 공개 석상에서 이런 표현을 사용한 경우는 그 예를 찾기 어렵다.

    때문에 김무성 대표의 ‘국부’  발언이, 이승만 박사에 대한 재평가를 위한 변곡점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건국대통령이승만박사기념사업회(회장 박진)가 주최한 ‘제50주기 우남 이승만박사 추모식’이 17일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이승만 대통령의 아들 이인수 박사 내외와 정의화 국회의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등 정·관계 인사와 시민단체 대표 등이 참석해 이승만 대통령의 건국 이념과 업적을 되새겼다.

    박진 기념사업회 회장은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 “조선 말기에는 젊고 총명한 유학도였고, 이후 개화(開化)사상에 눈을 뜨면서 독립정신과 기독교 정신, 민족 자결의 주창자이자, 시대를 앞선 선각자였다”라고 평가하면서, “당시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각축 속에서 잃어버린 자주와 독립을 위한 이승만 대통령의 초인적 정신력, 불굴의 의지가 없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진 회장은 이승만 대통령이 말한 '참된 민주정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

    “이승만 박사는 대통령 취임사에서 ‘나도 뼈에 사무치는 눈물을 금하기 어렵다. 40년 전 잃은 나라를 다시 찾은 것이요, 죽었던 민족이 다시 사는 것이 여기서 표명되는 까닭이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정부는 일반 국민이 모두 자기 직책에 한해서 나라를 사랑해야 하며, 내 집을 내가 사랑하지 않는다면 필경 남이 주인노릇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진 회장은 한반도가 아직 분단된 상태임을 언급하면서, “이승만 대통령이 살아생전 꿈꾼,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남북통일'을 이루는 것이 대한민국의 완전한 건국”이라고 덧붙였다.

    박승춘 보훈처장도 추모사를 통해 “분단 70년에 이르러 남한의 국력이 분열되는 사이, 북한은 핵무기를 만들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대한민국의 군사적 대비도 중요하지만 이념적 대비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승만 대통령이 하늘나라로 가신지 50년이 됐다. 이 대통령은 그곳에서도 우리를 위해 기도하고 계시리라 생각한다”며, “그분께서 건국하고 지키고 발전의 토대를 만든 위대한 대한민국이 한미동맹을 튼튼히 하면서 경제를 발전시키고, 평화통일을 이뤄 세계 중심국가 반열에 오를 수 있도록 국민정신력 혁신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 ▲ ▲이승만 대통령의 아들 이인수 박사.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이승만 대통령의 아들 이인수 박사.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인수 박사는 이승만 대통령이 고국의 땅을 밟지 못하고 하와이에서 서거하기 전, 자신에게 당부했던 말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이승만 대통령께선 돌아가시기 제게, ‘굳세게 서서 자유를 지키라’ 는 성경 갈라디아서 5장 1절의 말씀을 전해주셨다. 이어 그 분은 ‘우리 국민이 일치단결해 어서 남북통일을 하기를 소원한다’고 말씀하셨다.

    저는 손을 잡아드리면서 ‘아버님의 소원을 반드시 이루겠습니다. 아버님 소원대로 다시는 나라를 뺏기는 일 없이 자유를 지키고 남북통일을 우리 손으로 이룩하겠습니다’라고 서약했다.“


    이인수 박사는 이승만 대통령의 업적과 생애를 알리는데 기여한 각계 인사들과, 화환을 보낸 박근혜 대통령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 새누리당의 ‘之’자 행보에 실망했던 애국단체들..‘건국’, ‘국부’ 발언에 주목

    한편, 김무성 대표와 정의화 국회의장의 이날 추모사에 대해 시민단체 대표들은 각각 상반된 반응을 나타냈다.

    김무성 대표는 숙연한 모습으로 이승만 대통령의 영전을 바라보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동안 우리 후손들은 이승만 박사의 흠결을 파헤치고 드러내는 데만 골몰했을 뿐, 그의 역사적 공로를 인정하는 데는 몹시 인색했다. 국가는 존재해도 국부는 존재하지 않았다. 한국현대사의 성숙과 함께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성숙해져야 한다.

    건국대통령을 자랑스러워하는 것이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이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마음을 모아 삼가 존경의 뜻을 표한다.“


    김무성 대표가 이승만 대통령을 향해 ‘국부’라고 지칭하는 순간, 참석자들 사이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다.

  • ▲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부터), 정의화 국회의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부터), 정의화 국회의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정의화 국회의장도 이승만 대통령의 업적을 소개하면서 존경의 마음을 표했다.

    "이 나라를 세우신 (이승만)박사님과 선배 지도자들께 무한한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이승만 대통령은 청년기부터 일편단심으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전력을 다하셨고, 광복 이후 (국회)의장으로서,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셨다.

    당시 시대 상황을 생각할 때 기적같은 업적이 아닐 수 없다. 우리에게 (이승만)박사님처럼 용기있고 지혜로운 큰 지도자가 없었다면 대한민국 건국과 전쟁극복, 산업화의 시작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동안 애국단체들 사이에서는, 좌와 우를 넘나드는 김무성 대표의 갈지자 행보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이들이 많았다.

    앞서 김무성 대표는 지난 5월 17일과 같은 달 23일 각각 5.18 전야제와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 잇따라 참석했다. 5.18 전야제에서는 북한의 선전선동 도구로 쓰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모습이, 취재기자들의 카메라 앵글에 잡히기도 했다.

    김무성 대표의 ‘좌클릭 행보’는 애국단체 관계자들이 새누리당에 등을 돌리는 주요한 이유가 됐다. 그러나 이날 김무성 대표가 분명한 어조로, 이승만 대통령을 국부(國父)이자 건국대통령으로 평가하면서, 애국단체 관계자들은 “다시 보게 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 ▲ 17일 오후 서울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이승만 대통령 50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이승만 대통령의 영전 앞에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고 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17일 오후 서울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이승만 대통령 50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이승만 대통령의 영전 앞에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고 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서정갑 국민행동본부 대표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시민사회에서 김무성 대표에 대해 비판이 많았는데, 직접 김무성 대표를 만나 대화를 해보니 주변에서 듣던 것과는 달랐다. 시민단체들과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서정갑 대표는 이날 김무성 대표의 ‘국부(國父)·건국대통령’ 발언에, “유승민 파동 등으로 당이 흔들리면서 김무성 대표가 뭔가 느낀게 아니겠느냐”면서, “애국진영에 귀를 많이 기울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마음이 기쁘고, (새누리당이) 중도표를 의식해 표를 잡기 위한 행보를 보인 것이지, 완전히 집토끼(보수 우파)를 버린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의화 의장에 대해서는 “아직 그분에 대해선 의문 부호를 달고 있다. 너무 앞서가는 의견일지 모르나 김무성 대표에 비해 유승민·정의화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무성 대표가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 ‘국부’, ‘건국’ 등의 인상 깊은 표현을 쓴 것은 고무적이지만,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주옥순 엄마부대 봉사단 대표는 “김무성 대표는 과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의 필요성을 역설한 사실이 있다. 김무성 대표가 좌·우의 경계선을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계속 보이는데, 이 분의 정체성에 대해 ‘위험하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주옥순 대표는 “김무성 대표가 오늘 건국대통령에 대해 올바른 시각과 의견을 밝혔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보고자 한다”고 운을 뗀 뒤, “김무성 대표가 정말 신뢰할 수 있는 새누리당 대표로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선 국가정체성을 지키고 건국을 재조명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