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정치공학적 평당원 징계 요청 쇄도하는데, 스스로 위상 망쳐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16일 안병욱 카톨릭대 명예교수(사진 왼쪽)에게 윤리심판원장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는 가운데, 뒷쪽으로 막말 논란에 휩싸인 서화숙 윤리심판위원의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사진DB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16일 안병욱 카톨릭대 명예교수(사진 왼쪽)에게 윤리심판원장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는 가운데, 뒷쪽으로 막말 논란에 휩싸인 서화숙 윤리심판위원의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사진DB

    "김경협 의원도 징계 대상이 되겠죠?"
    "일단 수순이 있으니까…… 영남 지역 평당원들이 나서서 징계 요청을 하지 않겠어요?"

    새정치민주연합 김경협 의원의 "비노(非盧, 비노무현)는 새누리 세작" 망언이 있었던 지난 11~12일 직후, 한 새정치연합 의원실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던 중에 나온 말이다.

    이 관계자는 그간의 징계 요청들을 되돌이켜 보라면서, 이번에는 친노(親盧, 친노무현) 김경협 의원의 망언이 있었으니 친노의 본거지로 평가되는 PK(부산·경남)에서 평당원들의 징계 요청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니나다를까 15일 부산·경남 지역 평당원들이 김경협 의원에 대한 징계 요청서를 윤리심판원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징계 요청에도 정치공학이 작용하고 있고, 이러한 '수순'이 되풀이되다보니 이제는 누구나 이를 미리 내다볼 수 있을 정도로 자조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그간 새정치연합 내홍 과정에서 제기된 평당원들의 징계 요청을 보면, 비노 의원에 대한 징계 요청은 호남 지역 평당원이, 친노 의원에 대한 징계 요청은 PK 지역 평당원이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는 비노의 정치적 근거지가 호남, 친노의 정치적 근거지가 PK로 여겨짐에 따라 '정치적 근거지의 평당원들조차 망언·막말을 참지 못하고 징계를 요청했다'는 정치적 효과의 극대화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치공학에 따라, 앞서 주승용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요청에는 전남 지역 평당원 60여 명이 나섰으며, 조경태 의원에 대한 징계 요청에는 그의 지역구인 부산 사하을 평당원 4명이 총대를 멨다.

    반대로 친노의 수장 문재인 대표에 대한 징계 요청에는 부산 지역 평당원 241명이 나섰고, 김경협 의원에 대한 징계 요청에도 부산·경남 지역 평당원들이 앞장섰다.

    징계 요청에 정치적 명분을 더하고 무게를 싣기 위한 행동이지만, 짧은 기간에 너무 반복되다보니 이제는 당내에서조차 "다음에는 ○○ 지역 평당원들이 나설 것"이라며 웃음거리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새출발을 다짐한 새정치연합 윤리심판원 자체가 '봉숭아 학당' 급의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있기도 하다.

  • ▲ 지난 16일 새정치민주연합의 윤리심판위원으로 임명돼 막말 의원들에 대한 징계 심사를 해야 할 서화숙 위원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던 글들. ⓒ서화숙 윤리심판위위원 트위터 캡쳐
    ▲ 지난 16일 새정치민주연합의 윤리심판위원으로 임명돼 막말 의원들에 대한 징계 심사를 해야 할 서화숙 위원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던 글들. ⓒ서화숙 윤리심판위위원 트위터 캡쳐

    지난달 8일의 이른바 '공갈' 막말을 자행한 정청래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요청에는 이례적으로 지역을 가리지 않고 서울·부산·광주·전북 등 전국에서 평당원들이 결집했다. 그만큼 정청래 최고위원의 막말에 대한 당내의 문제 의식이 심각했다는 방증이다.

    단순히 정치공학에 따라 제기된 징계 요청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더 무겁게 여겨 엄중히 심판했어야 함에도, 새정치연합 윤리심판원은 지난 25일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여 징계를 당직 1년 정지에서 6개월 정지로 감경해줬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로 정치권이 발칵 뒤집힌 와중에 '몰래 감경'이 이뤄진 것이다. 3개월·4개월·6개월 등 3개 안을 놓고 무기명 투표를 한 결과, 개중 가장 무거운 6개월 정지로 다시 결정됐다고 하니, 이걸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나아가 안병욱 신임 윤리심판원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두 분(김경협·조경태 의원)의 경우, 사안의 심각성이 정청래 최고위원보다 크다"고 발언했다. 사안의 경중을 전혀 가리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 정도로 끝났으면 '역시나 윤리심판원도 친노의 수중에 떨어졌다'는 계파패권주의 문제로 끝날 일이겠지만, 서화숙 윤리심판위원까지 봐주고 넘어가기로 했다고 하니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

    안병욱 원장은 "서화숙 위원이 그러한 발언을 하게 된 당시 상황을 잠깐 말했다"며 "더 이상 그에 대해서는 심각한 논의가 필요없는 것으로 모든 위원들이 충분히 이해했다"고 밝혔다.

    서화숙 위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박근혜는 과연 부정당선된 X답다" "부정당선한 대통령에게는 도둑질 총리가 짝" 등 각종 막말을 쏟아낸 것으로 악명 높다. 막말 위원이 막말 의원을 '윤리' 심판하는 셈이다.

    이를 '잠깐' 해명하고, 모든 위원들이 '심각한 논의가 필요 없다고 충분히 이해'했다니, 윤리심판원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존재 의의에 의문이 갈 지경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지난달 8일의 이른바 '5·8 참사'에 대해 회고하면서 "정청래 최고위원이 막말을 하고 주승용 최고위원이 이에 항의해 뛰쳐나간 것으로 끝났다면 '내홍이 이 지경이구나'라고 심각한 뉴스로 끝났을 것을, 유승희 최고위원이 노래를 부르는 바람에 개그가 되고 말았다"고 한탄했다.

    새정치연합 윤리심판원이 단지 정청래 최고위원을 봐주는 것으로 끝났다면 "역시 친노 윤리심판원의 팔은 안으로 굽는다" 정도로 끝났겠지만, 서화숙 위원의 목까지 붙여놓는 것을 보니 스스로 '봉숭아 학당' 같은 개그 소재로 전락하려는 것 같아 보기 민망한 느낌을 지울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