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안·타협안 받지 못하는 이유… 「정치적 거래」 있었나
  • ▲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용득·유승희·전병헌 최고위원,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 오영식·추미애 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용득·유승희·전병헌 최고위원,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 오영식·추미애 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새로운 사무총장 후보자로 점찍은 최재성 의원에 대한 당내의 반대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문 대표가 고집을 꺾지 않고 있어 그 배경을 두고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22일 오전 2시간여에 걸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이어갔으나 사무총장 인선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최고위원들은 이날 최고위 공개 모두발언과 대정부질문 참석까지 미루며 다시 한 번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 최고위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선 최고위원들 발언의 뉘앙스도 엇갈렸다.

    최재성 사무총장 인선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이종걸 원내대표는 "(결정을) 내일까지 하루 유보하기로 했다"며 "문재인 대표가 통큰 리더십으로 당 지도부 밖의 인사들까지 넓은 팔로 껴안고 갈 수 있도록 모든 조건을 마련해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내일은 결정하기로 했다"며 "문재인 대표가 당의 화합과 안정,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다 껴안을 수 있는 리더십을 아마 발휘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당내 반발에 봉착한 최재성 사무총장 인선안을 문재인 대표가 거둬들일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친 것이다.

    반면 전병헌 최고위원은 "어제 논의하고 오늘 다시 충분히 논의한 결과, 문재인 대표에게 위임하기로 했다"며 "최종적으로 결정하기 전에 문재인 대표가 이종걸 원내대표와 한 번 더 협의하기는 하겠지만, 어찌됐든 중요한 것은 (문재인 대표에게) 위임하기로 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견이 좁혀졌다면 오늘 당연히 발표를 했을 것"이라며 "이견이 남아 있기 때문에 하루 동안 한 번 더 조정을 해서 결정하는 것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제까지 (이름이) 나온 사람들을 가지고 다시 논의를 했다"며 "문재인 대표가 직접 한 번씩 (본인들에게 의사를) 확인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이종걸 원내대표가 해서, 문재인 대표가 확인을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앞서 21일 비공개 최고위에서 최재성 사무총장 인선안에 대한 대안으로 친노본당(親盧本黨)인 노영민 의원, 또는 두터운 인망과 합리적인 판단력으로 손꼽히는 친노 온건파의 우윤근 전 원내대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비노(非盧)계에서는 김동철 의원이 후보군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이 사무총장 수락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종걸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표 본인이 다시 한 번 당사자들의 의사를 확인해볼 것을 권했다는 분석이다. 무작정 최재성 사무총장 인선안만 고집하지 말고, 시야를 넓혀 정치적 유연성을 발휘해달라는 충언으로 풀이된다.

    반면 당내에서는 문재인 대표가 결국 최재성 사무총장 인선안을 밀어붙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분당(分黨)으로 향하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셈인데도 문재인 대표가 이렇듯 고집을 꺾지 않는 이유가 뭘까.

    야권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고집을 꺾지 '않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며 "정세균 전 대표와의 관계 때문에 최재성 사무총장 인선안을 물릴 수가 없는 처지"라고 귀띔했다.

    무슨 뜻일까. 문재인 대표는 지난 2·8 전당대회에서 압승을 자신했으나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무서운 상승세로 추격해 오자, 여론조사 관련 경선 규칙의 해석을 바꾸는 등 온갖 무리수를 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자신할 수 없게 되자 막판에 정세균 전 대표 측과 모종의 정치적 거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의원·권리당원 사이에서 상당한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정세균 전 대표가 당대표 경선에서 문재인 대표에게 표를 몰아주는 대신, 최고위원 경선과 향후 각종 당직에서 지분을 보장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양자 간의 정치적 거래에 따라 당대표 경선과 최고위원 경선은 그들의 뜻대로 순조로운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후 문재인 대표의 정치적 헛발질이 거듭되고 4·29 재보선 참패로 친노 책임론이 불거지자, 원내대표 경선에서 '삐끗'하는 결과가 나왔다.

    당시 비노의 대표주자로는 이종걸 원내대표, 범친노의 대표주자로는 정세균계의 최재성 의원이 나섰다. 그런데 친노가 표를 결집했음에도 비노에게 원내대표 경선에서 패하는 결과가 나왔다. 그간 작심하고 덤비면 한 번도 당내 경선에서 져본 적이 없는 친노이기에 충격은 적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패한 정신적 충격은 둘째치고, 2·8 전당대회를 치르는 과정에서 이뤄진 '정치적 거래'의 연장선상에 있는 원내대표 경선에서 약속이 어그러지게 됐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원내대표 경선 당시 자신의 상대 후보였던 최재성 의원의 사무총장 인선에 강하게 반발하는 와중에도 문재인 대표가 고집을 꺾지 못하는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표는 △최재성 사무총장 인선안을 수용하는 대신, 같은 정세균계인 강기정 정책위의장의 사의를 수리하고 이를 비노 몫으로 넘기는 방안 △같은 친노인 우윤근·노영민 의원 등을 사무총장으로 대신 인선하는 방안 등 여러 가지 정치적 절충안과 타협안이 제시됐음에도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치권 관계자는 "최재성 사무총장 인선안을 거둬들이지 못하는 문재인 대표의 태도는 확실히 의아한 구석이 있다"며 "지난달 발표하려다 말았던 '당원께 드리는 글'을 통해 '계파'와 '지분'을 누구보다 강하게 비판했던 문재인 대표 본인이 혹시 당직 지분 약속에 얽매여 있는 것은 아니냐"고 의구심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