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거부권 행사, 46.8% 찬성 여론 우위 '民生 발목잡기 종식되나'
  • ▲ 25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하며 정치권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25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하며 정치권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던 박근혜 대통령.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三權分立) 원칙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당장 행정업무가 마비 사태로 치닫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였다.

    만약 국회법 개정안이 유지될 경우 행정부는 입법 만능주의(立法 萬能主義)에 사로잡힌 제왕적 국회의 손아귀에 떨어지게 된다. 국회의원들의 특권(特權) 의식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 가늠할 수가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민생(民生) 발목잡기 행태가 더욱 노골화 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를 행사할 수 밖에 없는 구체적인 이유를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나를 먼저 생각하고, 정부의 정책이 잘 될 수 있도록 국회가 견인차 역할을 해서 국민들이 잘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부와 정부 정책에 대해 끊임없는 갈등과 반목, 비판만을 거듭해 왔다. 그 단적인 예로 지금 정부가 애써 마련해서 시급히 실행하고자 하는 일자리 법안들과 경제 살리기 법안들이 여전히 국회에 3년째 발이 묶여 있다."

    "기가 막힌 사유들로 국회에서 처리못한 법안들을 열거하는 것이 어느덧 국무회의의 주요 의제가 돼버린 현실정치가 난감할 따름이다. 가짜 민생법안이라고 통과시켜주지 않고,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을 해볼 수 있는 기회마저 주지 않고 일자리 창출을 왜 못하느냐고 비판을 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법들을 통과시켜주지 않으면서 정부에만 책임을 물을 것인지 묻고 싶다."

    "국회와 정치권에서 국회법 개정 이전에 당연히 민생 법안의 사활을 건 추진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묶인 것들부터 서둘러 해결되는 것을 보고 비통한 마음마저 든다. 정부를 도와줄 수 있는 여당에서조차 그것을 관철시키지 못하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국회법 개정안으로 행정업무마저 마비시키는 것은 국가의 위기를 자초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고 후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법안처리가 시급한 상황에서 여야는 아동학대 예방과 아무 관련도 없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특별법을 영유아보육법과 연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정작 시급한 영유아보육법은 2월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연계법안만 처리했다. 또한 지방채 발행요건을 완화해서 지방교육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지방재정법 개정안 처리와 행정부의 고유권한인 목적예비비 집행을 연계했다."

    "법안 내용상 전혀 관련이 없는 관광진흥법과 최저임금법의 처리를 연계하기로 합의했던 바도 있었다.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많은 법안들은 길게는 3년이 다되도록 상임위에서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하고 발이 묶여있는 상황이다. 내년 총선까지 통과시켜 주지 않고 가짜 민생법안의 껍질을 씌워 끌고 갈 것인지 묻고 싶다."

       - 박근혜 대통령, 25일 국무회의 발언 中


     

    국민들도 박 대통령의 답답한 마음을 어느정도 헤아리는 듯 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5일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문제와 관련해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찬성하는 여론이 오차범위 내에서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46.8%(매우 찬성 26.7%, 찬성하는 편 20.1%)로 '반대한다'는 응답 41.1%(매우 반대 25.2%, 반대하는 편 15.9%)보다 5.7%p 높았다.

    지지 정당별로는 새누리당 지지층(찬성 85.2%, 반대 6.4%)에서 찬성 응답이 압도적 우위를 점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지지층(찬성 29.3%, 반대 61.4%)과 무당층(찬성 29.7%, 반대 48.4%)에서는 반대 응답이 많았다.

    정치성향별로는 보수층(찬성 77.6%, 반대 13.1%), 중도층(찬성 34.6%, 반대 53.8%), 진보층(찬성 29.6%, 반대 61.9%) 순으로 집계됐다. 

    이번 여론조사는 성인 7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50%)와 유선전화(50%)으로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6.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7%p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정치권을 비판한 것은 경제활성화 민생(民生) 법안 처리지연 등 그동안 (국회 쪽에) 쌓아뒀던 불만을 한 번에 쏟아낸 것으로 보인다. 자칫 행정마비 사태를 부를 수 있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다소 격앙된 목소리를 낸 것도 정치권에 대한 불만을 고스란히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 ▲ 25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하며 정치권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하지만 항상 혼란한 틈을 타 이득(利得)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26일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계기로 '탈당(脫黨)'을 고려하고 있다는 식의 주장을 펴고 있다. 이들 매체들은 불특정 정치권 인사의 발언을 인용하거나 자체 해석을 통해 박 대통령이 현 새누리당과 결별하고 신당(新黨)을 창당할 수 있다는 여론를 조성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여기에 일부 친박(親朴) 인사들이 가세해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脫黨) 여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언론과 일부 정치인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을 언급하자, 당장 청와대는 "진심을 훼손하지 말라"며 펄쩍 뛰는 분위기다.

    청와대의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은 어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자기 자신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을 비판했고, 국민 신뢰를 저버리는 배신의 정치를 한다면 국민이 심판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인데 이것을 두고 대통령 탈당을 말하는 것은 소설같은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이 왜 여권의 분열(分裂)을 종용하고 있는지 목적은 분명치 않다. 다만 얻을 수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이른바 주도권이다. 친박(親朴) 진영은 이번 거부권 정국을 적극 이용해 비박(非朴) 진영을 강하게 압박할 심산이다. 이는 향후 치러질 총선과 무관치 않다. 공천권의 확보와 계파의 입지 강화로 요약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친박(親朴) 인사들의 이러한 압박 행보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지는 의문이다. 여권 내부에선 "이미 박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를 호되게 질책해 비박(非朴) 진영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친박(親朴) 측이 나서 긁어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친박(親朴) 진영이 자신들의 잇속을 채우기 위해 탈당 여론몰이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박 대통령의 저변 강화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인지 명확한 셈법을 분석할 수는 없다. 허나 결과적으로 이들의 공세가 더해질수록 박근혜 대통령의 '운신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전열을 재정비해 여권 전체가 총선과 대선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분열(分裂)과 반목(反目)은 있을 수 없다.

    정치인들이 자기 밥그릇을 채우기 위한 술수(術數)를 고민할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민생과 경제를 챙겨보면 어떨까?

    제왕적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이 금배지를 사수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는 지금, 우리 청년들이 일자리 부족으로 신음하고 경제활성화의 동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