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언론 그리고 날파리, 뭉쳐서 맞서고, 그리고 정권 나누자
  • 대통령 선거를 불과 2년 앞두고 이렇게 차기 대권에 대해 불투명한 적은 근래 없었다.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이회창을 비롯해 이명박, 박근혜 등 대세를 이끌던 유력 대권 주자는 늘 존재해 왔다.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는 권력 주변에 몰려드는 날파리들에게는 기회이자 포근한 안식처다. 한 두명의 유력 후보 옆에 붙어 기생하면 향후 5년은 보장돼 왔다.

    그래서 날파리들은 차기 권력자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발광(發狂)을 한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늘 엎치락뒤치락 했던 왕권과 귀족들의 권력 쟁탈의 역사에서도 귀족들의 반란은 늘 강력한 적통(세자.世子)의 부재(不在) 속에서 일어났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게 날파리들의 속성이다.

  • 지금의 대한민국이 딱 그 꼴이다.

    2013년 임기를 시작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끊임없이 다음 대권의 주인공이 누군지를 물어본다. 하지만 답은 나오지 않는다.

    2015년. 이제 5년 임기의 절반이 지났건만, 이 날파리들의 인내심은 한계에 이르렀다.

    불안해서 도저히 못참겠으니 누구에게 줄을 대면 되겠느냐고 이제는 답을 내라 한다. 그리고 답을 내주지 않을거면 그만 물러나라 압박한다.

    25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를 향해 쏟아낸 발언을 '선전포고'로 해석하는 이들이 이 날파리들이다.

    이날 밤 <뉴데일리>와 만난 청와대 관계자의 말이다.

    "수위가 예상 외로 강하다고 해서 박 대통령의 의중을 곡해해서는 안된다. 그 분은 원칙에서 벗어난 일에 대해서는 늘 강하게 발언해왔다. '참 나쁜 사람'이란 발언은 유명하지 않나. 이번 발언도 국회를 개혁의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거지 특정 인물을 빼거나 당을 깨겠다는 생각을 가진건 절대 아니다."

  • 전쟁을 원하나, 뭉쳐보자는 여의도 귀족

    하지만 권력의 단맛에 굶주린 날파리들은 어떻게든 청와대와 국회의 갈등을 '전쟁'으로 발전시켜 결판을 내겠다는 계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은 '배신'이니 '심판'이니 하는 온갖 거친 단어를 다 동원하며 국회를 능멸하고 모욕했다"며 "할 수만 있다면 국회를 해산해 버리고 싶다는 태도였다"고 했다. 청와대와 국회의 전쟁을 바라는 속내가 어른거린다.

    또 새누리당을 향해서는 청와대에 맞서 '국회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정세균 전 대표는 "아직도 우리 대한민국의 집권여당이 이런 수준인가 싶었다"고 새누리당을 격동시켰고, 박병석 의원은 "이제 새누리당은 갈림길에 서게 됐다"고 입장 표명을 독촉했다.

    새누리당은 아직도 마음이 들썩들썩한다. 김무성 대표가 친박비박을 오가며 분열을 적극 막았지만, 청와대를 향한 섭섭함이 여전히 풀리지 않는다. 야당의 회유책에 귀가 쏠릴 수 밖에 없다.

    직격탄을 맞은 유승민 원내대표도 납작 엎드렸지만, 그의 발언을 살펴보면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았다.

    연신 "송구하다"고 말하는 유 원내대표의 발언 뒤에는, 청와대에서 계속 밀어붙인 공무원연금법을 통과시키며 받았던 스트레스나 과거 국회 선진화법에 대한 박 대통령의 책임론도 진하게 묻어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여당 원내대표로서 권한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섭섭함을 유승민 대표가 가질 수 있다"며 "유승민 대표는 '아직도 내가 박근혜 비서실장인줄 아느냐'는 콤플렉스에 매여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 귀족 언론, 대통령 쫓아내자! 탈당 시켜!

    국정원, 세월호, 메르스까지 지난 3년간 갖가지 선전선동으로 아무리 흔들어봐도 미래 권력보다 더 지지세력이 굳건한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날파리들은 박 대통령이 권력의 정점에서 내려와야 차기 권력이 보일거라고 믿는다.

    뜬금없이 터져나온 대통령 탈당론이 여기에서 터져나온 고육책이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당청 갈등을 극대화 시켜 대통령의 운신의 폭을 줄이겠다는 속셈이다.

    안철수 의원의 발언부터 시작된 이 속셈은 <조선일보>, <문화일보> 등 주요 언론들이 조간·석간을 넘나들며 대통령의 탈당을 부채질함에 따라 서서히 그 외피를 벗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지만, 차기 권력을 키워내겠다는 주제를 모르는 언론들의 소설 같은 꿈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런 모습은 여의도 국회 귀족 옆에서 또 한축을 담당하는 언론 귀족 역시 권력의 날파리라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국 주도권을 잡고 싶어 내년 총선 공천권 행사에 목을 매는 것처럼 묘사하는 부채질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청와대 내부에 숨어 있는 또다른 날파리들이 이런 부채질에 동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말을 빌린 한 언론은 "유승민이 아무리 사과를 해도 박 대통령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로 정국을 흔들었다. 한 석간신문 역시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 말을 인용해 "청와대가 유승민을 퇴진시키는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기름을 부었다.

    <뉴데일리>와 만난 여권 고위관계자는 "당과 청와대 모두가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은 이번 사태에서 마치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것처럼 여론을 몰아가는 것에는 분명한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