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노원? 출마 지역 고심 중… 野 중진들 '후들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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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3년 6개월만의 공백을 깨고, 야권 성향이 짙은 서울 관악을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왼쪽)이 정계 복귀를 알렸다. 사진은 4.29 재보궐 선거 당시 오신환 후보(오른쪽)와 찍은 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3년 6개월만의 공백을 깨고, 야권 성향이 짙은 서울 관악을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왼쪽)이 정계 복귀를 알렸다. 사진은 4.29 재보궐 선거 당시 오신환 후보(오른쪽)와 찍은 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여야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사무총장 인선 등 선거 진용을 꾸리면서 본격적인 총선 모드에 돌입했다.

    초미의 관심사는 수도권, 그중에서도 서울이다. 내년 총선,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수도권에서 탄생할 총선 스타가 2017년 대권 가도의 최일선에 서게 될 것이라는 전망은 여의도 정치권의 중론이다.

    여야의 대권 잠룡들 가운데 서울과 수도권을 기반으로 하는 후보는 그리 많지 않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대구 행을 선언했고, 김무성 대표도 부산 지역을 기반으로 한다. 야당에서도 문재인 대표는 부산경남(PK) 지역을 연고지로 두고 있고, 안희정 충남지사도 아직 충청권 맹주에 만족하는 정도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있지만, 총선에서 그가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은 어렵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서울 노원병) 정도가 그나마 거론되는 후보군이다.

    정치권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귀환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4.29 재보선에서 27년만에 여당 후보인 오신환 의원을 탄생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오세훈 전 시장은 총선 출마에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어떤 지역구를 선택할지는 좀처럼 알려지지 않고 있다.

    오세훈 전 시장은 지난 18일 새누리당 여권의 '돌밥회'등, 사적인 모임자리에서도 출마지역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최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004년 말 당시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이 만든 저녁 모임인 '돌밥회'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로부터 종로 출마에 대한 질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오세훈 전 시장은 여전히 특정 선거구 출마를 언급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 달 17일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강남 등 쉬운 곳으로 가지 말라"는 주문에 오세훈 전 시장이 "당에 도움이 된다면 지역구에 개의치 않는다"고 답한 내용을 재 확인 한 것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역구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수 차례 말하고 있지만 여전히 종로와 노원병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배경은 무엇일까.


    ◆ 왜 계속 종로와 노원이 거론될까?

    오세훈 전 시장의 상대로는 광진갑의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전 대표, 광진을의 새정치연합 추미애 최고위원, 노원병의 새정치연합 안철수 전 대표, 종로의 새정치연합 정세균 전 대표 등 야권 내 굵직한 중진 의원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외에도 관악갑의 새정치연합 유기홍 의원, 성북구을의 새정치연합 신계륜 의원도 상대로 점쳐진다.

    그 중 종로와 노원병에 질문이 몰리는 이유는 오세훈 전 시장과 매치업이 성사된다는 가정 하에 가장 상징성이 클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종로는 정치 1번지로 상징성이 큰데다 정세균 대표가 5선이나 한 지역구이기 때문이다. 다만, 정몽준 전 의원 등도 종로를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차선으로 차기 대권후보 주자끼리 대결이라는 프레임 하에 노원 병이 거론된다. 노원 병은 안철수 의원의 지역구로 차기 대권후보이긴 하지만 정치 경험은 적은 초선이다. 때문에 서로 '해볼만 하다'는 말이 나온다. 다소 걸리는 부분은 안철수 의원이 친노가 아니어서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카드일 수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의외로 여당의 입장과 오세훈 전 시장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곳으로 성북구을도 무게감이 충분하다"며 "4선의 신계륜 의원은 친노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새누리당 입장에서도 환영할 수 있는 카드"라고 말했다. 

  • ▲ 3년 6개월만의 공백을 깨고, 야권 성향이 짙은 서울 관악을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왼쪽)이 정계 복귀를 알렸다. 사진은 4.29 재보궐 선거 당시 오신환 후보(오른쪽)와 찍은 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수도권의 맹주로 올라서면 TK-PK 러브콜도 

    오 전 시장이 서울 패권을 거머쥐면 PK를 지역 기반으로 하는 김무성 대표와, TK 행을 택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보다 대권 가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게 된다. 때문에 여권 내에서 대권후보끼리 '러닝 메이트'를 명분으로 동맹이 성립된다면 단숨에 당 내 입지 역시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오세훈 전 시장이 일찌기 지난 달 23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에 출마한다면 새누리당이 어렵고 판세를 견인할 수 있는 상징성이 있는 곳으로 가겠다"고 말한 부분은 이를 뒷받침한다.

    앞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역시 지난 16일 오세훈 전 시장에게 "내년 총선 때 서울에 출마하라"고 했었다. 김무성 대표가 직접 손을 내밀며 서로 당 내 입지 강화에 도움이 되자며 '러브콜'을 보낸 셈이다.


    ◆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진짜 상대 … 야당 중진 아닌 여당 중진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오세훈 전 시장이 수도권에서의 입지를 넓혀 차기 대권을 위한 행보를 하고 있다"며 "사실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중요한 것은 상대할 야당후보가 누가 되느냐가 아니라 다른 수도권 주자들이 누구와 붙느냐다"라고 귀띔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가장 강력한 여권 내 대권주자다. 특히 그의 서울시장 경력은 그를 여권 내 가장 강력한 수도권 주자로 만들어 줬다. 때문에 판세가 가장 크고 가장 어려운 지역구에도 자신있게 뛰어들 수 있다. 실제로 야권의 중진 지역구 의원들은 내심 그를 상당히 껄끄러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수도권에 출마하는 무게감 있는 의원들이 넘쳐난다는데 있다. 선거에서 승리를 하면 정치적으로 화려한 재기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도권의 맹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 박진 전 의원과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의 종로 출마설이 흘러나오고 있고, 이미 대구 수성갑에 출마선언을 한 김문수 전 보수혁신특별위원장에게도 수도권 출마를 여전히 권하는 목소리가 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여당 내 굵직한 인사들의 내년 총선 출마설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오세훈 전 시장의 입장에서는 이 모든 중진 의원들이 굵직한 싸움판을 벌인다면, 전장의 상황에 따라 혈투를 어렵사리 이기고도 조명을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봉착할 가능성도 적지 않은 셈이다. 따라서 오세훈 전 시장이 시간을 끌면서 내년 총선에 나올 후보들을 관망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오세훈 전 시장은 지난 2일 레이더P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을 위한 선거구 획정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출마 지역을 미리 정한다는 건 아무 의미도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선거구 획정 문제가 의원들의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당분간 결정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총선 지역구를 정하는 시기는 상당히 늦춰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