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파문, 5·8 참사 이어 또 당론 무시 '돌발 발언'
  • ▲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최고위원이 지난달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8일의 [봄날의 간다] 가창 건에 대해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이날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이른바 5·8 참사에 대해 자숙하는 의미에서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외에는 모두발언을 하지 않았으며, 이종걸 원내대표 이후 바로 마이크를 유승희 최고위원에게 넘겨 사과 발언만 한 채 공개 발언 순서를 마무리한 바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최고위원이 지난달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8일의 [봄날의 간다] 가창 건에 대해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이날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이른바 5·8 참사에 대해 자숙하는 의미에서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외에는 모두발언을 하지 않았으며, 이종걸 원내대표 이후 바로 마이크를 유승희 최고위원에게 넘겨 사과 발언만 한 채 공개 발언 순서를 마무리한 바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최고위원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대한 정부 대응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직무 정지를 주장했다.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수 차례에 걸쳐 "정쟁을 그만두고 메르스 문제에 집중하자"고 했음에도 이에 배치되는 발언이 터져나온 셈이어서 관심이 집중된다.

    유승희 최고위원은 5일 최고위원~메르스대책특별위원 연석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미국 방문 일정을 취소해야 한다며 "국민안전 생명이 우선인가 미국방문이 우선인가"라고 포문을 열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미국에 놀러가는 것도 아니고 북핵과 잠수함 발사 미사일(SLBM) 위협 등 격변하는 한중일 동북아정세를 놓고 오바마 (미 대통령)와 논의하러 가는 것"이라며 "박원순 서울시장이 유럽 방문 일정을 취소한 것과는 격이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승희 최고위원이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사고방식을 보여준 것은 이번이 처음 일이 아니다"라며 "이런 운동권적 사고방식을 벗어나지 못한 인물이 최고위원으로 있는 정당이 정녕 '수권 정당' '대안 정당'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질타했다.

    이 관계자가 지적한 것은 거듭된 유승희 최고위원의 돌출·돌발성 발언으로 보인다.

    유승희 최고위원은 이날도 "문형표 장관은 사태 수습에 도움이 안 되고 방해만 될 뿐인 것 같다"며 "직무정지를 시키고 차관이 대행하는 게 낫겟다"고 주장했다. 메르스 감염 확산 사태의 대응 책임자인 문형표 복지부 장관의 책임론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유승희 최고위원의 이같은 발언은 당론(党論)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같은 자리에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야당은 (메르스 위협에) 초당적으로 지원하고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모두가 함께 힘을 모으면 메르스 대란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엔 반드시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표는 지금 책임을 물어서는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금은 잘잘못을 따지지 않겠다"며 "책임을 묻는 것은 나중으로 미루자"고 순서를 정했다.

    당의 '투톱'에 해당하는 이종걸 원내대표도 장단을 맞췄다. 그는 "(국민들이 메르스 공포와 불안에 떠는 것은)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라며 "현재로서는 책임을 물을 때가 아니다"라고 보탰다.

    뿐만 아니라 강기정 정책위의장도 전날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책임자 문책은 사태 수습 후에 하겠다"는 것이 "우리 당의 일관된 요구"라고 분명히 했다.

    이렇듯 한자리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가 엇갈려 나오자, 이를 두고 새정치연합이 내부에서도 문책에 대한 입장 정리가 안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되레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유승희 최고위원이 당론과 다른 돌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유승희 최고위원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발생했을 때 즉각 특검 도입을 주장해, 선(先) 검찰 수사~후(後) 특검을 내세운 당 지도부와 이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달 8일에는 이른바 '정청래 공갈발언'으로 아수라장이 된 회의장에서도 미리 준비한대로 연분홍빛 옷을 맞춰 입은 채, 꿋꿋하게"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라며 노래 〈봄날은 간다〉의 한 소절을 불러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당시에도 당내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메르스 감염 확산이라는 비상 사태를 맞아 여야가 정쟁을 그만 두고 초당적 협력을 하기로 한 마당에, 보건·방역 당국의 최고책임자인 문형표 장관의 직무정지를 홀로 주장한 것은 단순한 '당내 이견'이나 '봉숭아 학당식 가창'과는 차원을 달리한다는 것이 정치권 관계자의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만일 유승희 최고위원의 발언이 당론으로 채택됐다면 사실상 야당이 행정부를 지휘하고 통제하겠다는 것이 되지 않느냐"며 "최근의 국회법 개정안 논란처럼 입법부와 행정부의 바람직한 경계에 대한 정치권의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