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인가 블러핑인가, 갈수록 절박해지는 친노의 발버둥
  •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가 같은 당 문재인 대표의 혁신기구 위원장 제안을 거부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가 같은 당 문재인 대표의 혁신기구 위원장 제안을 거부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압박인가 아니면 블러핑인가.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가 혁신기구 위원장직 수락을 거절했지만, 문재인 대표는 도돌이표를 집어들었다.

    새정치연합은 20일 오후 비공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혁신기구 위원장직 문제를 재논의한 끝에 안 전 대표에게 혁신기구 위원장직을 맡아줄 것을 다시 요청키로 했다. 아울러 새정치연합 초·재선 의원 12명도 공동 명의로 안철수 전 대표의 혁신위원장직 수락을 촉구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가 끝난 직후 "안철수 전 대표에게 혁신기구 위원장을 맡아줄 것을 다시 한 번 설득하기로 했다"며 "초·재선 의원들의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한 삼고초려 요구도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고위원들이) 이미 한두 번의 설득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 단계에서는 안철수 대표를 설득하는데 일단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혀, 조국 교수나 다른 대안 인물들은 일단 선택지 밖에 있음을 시사했다.

    초·재선 의원 12명을 대표해 기자회견을 연 김상희 남인순 박홍근 우원식 의원도 "안철수 전 대표가 (혁신위원장) 적임자라고 믿는다"며 "당의 변화를 위해 헌신적으로 결단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의아한 구석이 있다.

    김성수 대변인은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번 주 안에 혁신기구 위원장의 인선을 마무리 짓겠다는 당초 일정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이미 거부 의사를 밝힌 안철수 전 대표의 마음을 되돌리려면 조건이 바뀌어야 하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아는 바 없다"고 함구했다.

    비슷한 시각, 기자회견을 열고 있던 새정치연합 우원식 의원도 "고사를 재고해달라는 게 한 축"이라면서도 "(안철수 전 대표가) 정 안하시겠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다른 길을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대표 밖에 대안이 없다면서 거듭 읍소를 하는 쪽에서 오히려 시간이 없다고 재촉하는 양상이다. 게다가 그를 끌어들일 '당근'엔 침묵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를 두고 사실상 최고위원회의의 결론과 초·재선 의원들의 공동 기자회견을 이끌어냈을 것으로 짐작되는 문재인 대표의 의중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정치권에서 분분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사실상 안철수 전 대표마저 거절할 경우 '사면초가'에 빠진다는 점에서, '블러핑'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사실상 안철수 전 대표마저 거절할 경우 '사면초가'에 빠진다는 점에서, '블러핑'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첫 번째 해석은 '압박'이다.

    평소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친노패권주의로 통칭되는 고압적 당 운영이 자주 입방아에 오르내린다는 점을 감안한 해석이다.

    같은 날 오후 최고위원회의가 끝나갈 무렵, 김현·장하나·최민희 등 평소 친노 성향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조건 없는 단합이 필요하다"며 주승용 최고위원의 복귀와 안철수 전 대표의 혁신위원장직 수락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마치 잠시 후 끝날 최고위원회의의 결론과 미리 입을 맞춘 듯한 모양새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표가 친노를 총동원한 전방위적 압박을 통해 '지금 받지 않으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 아니겠느냐는 설명이다. 앞서 안철수 전 대표를 끌어들이기 위한 구체적 조건에 대해서 "아는 바 없다"고 한 부분도 구슬리기보다는 힘으로 안철수 전 대표를 혁신기구 위원장에 앉히겠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반면 정반대의 해석도 존재한다. 문재인 대표가 안철수 전 대표에게 '블러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러핑은 포커 용어로 나쁜 패를 들고 좋은 패를 든 상대를 속이려고 아주 좋은 패를 든 척을 하는 속임수를 뜻한다. 문재인 대표가 현실적으로 쓸 수 있는 카드가 거의 없는 절박한 상황에서 안철수 전 대표를 마치 압박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는 것은 사실상 블러핑이라는 설명이다.

    문재인 대표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책임론과 사퇴 요구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혁신기구를 만들어 당을 쇄신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위원장직을 맡을 사람조차 없어 사면초가에 빠지고 있다.

    실제로 당 내외에 문재인 대표가 손을 내밀어도 이를 잡아줄만한 사람이 거의 없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위시한 구민주계, 김한길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비노계, 주승용 최고위원으로 대표되는 호남 의원들 모두가 문재인 대표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단순히 '영입할만한 사람이 없다'는 말로 설명하기엔 현실은 훨씬 심각하다. 정계를 은퇴하고 전남 강진의 토굴에 칩거한 손학규 전 대표를 모셔오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현재 문재인 대표로서는 그나마 손을 내밀만한 사람이 안철수 전 대표밖에 없다. 그를 필사적으로 끌어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