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승용, 사퇴 의사 철회 안 해… 수습책 없는 문재인 '묵묵무답'
  •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이 12일 본회의에 등원했지만, 문재인 대표를 향해 투명한 공개적 당 운영만 거듭 요구했을 뿐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는 거둬들이지 않았다.

    동시에 당내 4선 이상 중진급 의원들은 연석회의를 갖고 "지도부의 의사결정은 공식 기구에서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기에는 안철수 전 공동대표도 "(문재인 대표가) 이제는 선언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가세해, 문재인 지도부를 향한 압박의 강도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 와중에 문재인 대표를 위한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좌충우돌했던 정청래 최고위원을 향해서는 공개적인 출당 요구까지 나오는 등, 친노패권주의 세력이 벼랑끝에 몰렸다는 지적이다.


  • ▲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이 12일 국회 본회의에 등원하기에 앞서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이 12일 국회 본회의에 등원하기에 앞서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주승용, 정청래에 불쾌감 여전… 문재인 향해서는 "패권주의 청산"

    지역구인 전남 여수에 칩거했던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날 소집된 국회 본회의에 출석하기 위해 항공편으로 상경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본회의장에 입장하기 전에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대표가) 사퇴하지 않으려면 비공개적으로 당을 운영하는 문제점을 고치고, 패권주의를 청산할 확실한 방법과 의지를 보여달라고 했었다"며 "지금은 (문재인) 대표가 패권주의 청산에 대한 방법과 의지를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라고 압박했다.

    이른바 '문재인 비선(秘線)'이라 불리는 비공개적이고 불투명한 정무 판단의 주체에 대해 재차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최고위원직 복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일단 나는 사퇴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나아가 "정청래 최고위원의 발언은 사퇴를 빨리 하게끔 시기적(으로 앞당긴) 문제는 있었다"며 "(김동철 의원의 정청래 최고위원 출당 요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불쾌감을 여전히 가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정청래 최고위원이) 어제 약속도 없이 여수를 방문해서 일단 사과를 전하기에 받았다"며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 있는 사과라고 믿는다"고 밝힌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날 본회의장에서 정청래 최고위원과 나란히 앉았으나, 정청래 최고위원의 단독 회동 요청에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본회의가 끝나자마자 다시 항공편으로 전남 여수로 낙향했으며, 본회의 전후에 열린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 ▲ 12일 당내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을 모아 입장을 발표한 새정치민주연합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이 같은 날 국회 본회의에 등원한 주승용 최고위원의 자리로 찾아가 위로와 격려의 뜻을 전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12일 당내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을 모아 입장을 발표한 새정치민주연합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이 같은 날 국회 본회의에 등원한 주승용 최고위원의 자리로 찾아가 위로와 격려의 뜻을 전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野 4선 이상 중진들 "의사 결정, 공식 기구에서 공개적으로"

    주승용 최고위원의 '문재인 비선' 문제 제기에 대해 새정치연합 당내 중진들도 호응하고 나섰다.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은 이날 오전 이종걸 원내대표와 문희상·이미경·정세균·김영환·신기남·원혜영·추미애 의원 등 4선 이상 의원들과 국회 귀빈식당에서 모여 긴급 연석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중진 의원들은 1시간 30여 분간 비공개 회동을 갖고 '비선' 문제의 심각성에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석 의원은 모임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지도부의 의사 결정은 공식 기구에서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는 점에 의견이 모였다"고 밝혔다.

    중진 의원들은 "(지난 8일의) 최고위 사태에 관련해서는 진정한 사과와 조속한 복귀를 촉구하며, 향후로는 품격 있는 최고위원회의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사과'는 정청래 최고위원, '복귀'는 주승용 최고위원, '품격'은 유승희 최고위원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날 합의에 이르지 못한 개별 의견 중에는 정청래 최고위원에게 보다 강한 조치, 즉 징계 등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석 의원도 "(의원마다 의견의) 강도의 차이는 있었으며, (합의된 의견은) 그 중 공통분모를 정리한 것"이라고 밝혀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도 이날 본회의가 산회한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제 (문재인) 지도부에 필요한 것은 선언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문재인 대표 책임론도) 대표와 지도부가 결심할 몫"이라고 거들고 나섰다.


  • ▲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이 12일 국회 본회의에 등원한 주승용 최고위원의 손을 덥썩 잡고 따로 한 번 만나자는 뜻을 전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표가 옆자리인 이종걸 원내대표의 자리로 옮겨 앉아 주승용 최고위원과 정청래 최고위원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의 이날 제안에 주승용 최고위원은 가타부타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이 12일 국회 본회의에 등원한 주승용 최고위원의 손을 덥썩 잡고 따로 한 번 만나자는 뜻을 전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표가 옆자리인 이종걸 원내대표의 자리로 옮겨 앉아 주승용 최고위원과 정청래 최고위원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의 이날 제안에 주승용 최고위원은 가타부타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동철 "정청래 막말 있을 수 없어… 출당 안 하면 내가 결단"

    '비선' 청산과 투명한 공개적 당 운영, 나아가 사실상의 사퇴 요구까지 받고 있는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날 내내 복잡한 심경이 표정에 드러난, 침통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새정치연합의 본회의장 좌석 배치는 문재인~이종걸~주승용~정청래 의원의 순으로 돼 있다. 문재인 대표는 이종걸 원내대표가 본회의 도중에 잠시 자리를 비우자, 이 자리로 옮겨 주승용 최고위원의 옆으로 다가갔으나 주승용 최고위원과 정청래 최고위원의 어색한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본회의가 산회한 뒤 문재인 대표는 "어떻게 구체적인 혁신안을 내놓을 생각이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묵묵무답인 채 곧바로 당대표실로 들어갔다.

    한편 문재인 대표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좌충우돌하던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본회의에 앞서 열린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서 공개적인 출당 요구를 받는 등 벼랑끝에 몰렸다.

    김동철 의원은 의총 발언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의 막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구체적으로 당이 혁신하는 것을 보여주는 첫 조치로 정청래 최고위원의 출당을 문재인 대표께 요구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문재인 대표는) 구체적으로 뭘 혁신하겠다는 것인지 말이 없어 진정성이 없다고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만약 그런 일(출당)이 일어나지 않으면, 내가 결단할 것"이라고 중대 결단을 시사했다.

    벼랑끝에 몰린 정청래 최고위원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함인지 이날 본회의장에서 주승용 최고위원의 손을 덥썩 잡으며 "둘이 따로 만나자"고 요청했으나,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에 답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본회의가 산회한 뒤 취재진과 만난 정청래 최고위원은 "거기(김동철 의원의 출당 요구)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