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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의 돌파구는 이렇게 열리나?
미사일의 폭음과 연방제의 함성에 실려
대한민국의 봄날은 자∽알도 가∽안다.
이덕기 / 자유기고가
드디어 남북관계가 풀리고, 돌파구가 열린다?
‘찌라시와 당당히 겨루는’ 우리네 언론들의 최근 기사 제목 몇 가지만 소개한다.
“꽉 막힌 한국 외교/신 실용의 길... 남북관계부터 풀어야, 남북관계를 외교 무기로”
“동북아 외교전쟁/위기 해법... 남북관계 돌파구 열어야”
통일연구원의 선임연구위원이라는 분은 “5년 만의 대북 비료지원, 남북관계 개선 물꼬 기대”라는 제목으로 “금번 대북 비료지원은 민생협력모델의 시범케이스”라고 찬사를 보냈다.
다음은 몇몇 언론들의 사설(社說) 제목이다.
“6·15 공동행사, 남북관계 돌파구 계기 삼아야”
“남북 공동행사 합의가 당국간 대화로 이어지길”
기대와 바램대로 아주 순조롭게(?) 잘 나가고 있다. 여기저기서 축포(祝砲)도 오른다.
지난 4월 말에는 민간단체가 지원하는 비료 15톤과 50동(棟) 규모의 온실(溫室) 자재 및 영농(營農) 기자재가 5년 만에 육로(陸路)로 북녘에 수송되었다고 한다.
원컨대 그 비닐하우스에서, 그 비료 주고 키운 싱싱한 소채(蔬菜)가 제발 거리를 헤매는 꽃제비들 밥상에 오르기를 바란다. 허긴 좃선노동당 간부나 군 고위층에게는 절대로 가지 않을 것이다. ‘민생협력모델’의 시범 케이스라고 하지 않는가?
북녘에도 남녘의 단체와 해외에서 만날 수 있는 ‘민간단체’가 있나 보다.
엊그제 남북의 ‘민간단체’들이 중국의 심양(審陽)이라는데서 만나 ‘6·15남북공동행사’를 다음달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그리고 ‘6·15공동선언’ 발표 15주년과 함께 8·15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남북공동행사’도 추진하기로 했다고...
이와 관련, 통일부 대변인은 “정부는 문화·학술·체육 등 (정치색 없는) 민간 교류는 허용한다는 취지 아래 승인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단다. 말이 “정치색 없는”이지, “있거나 말거나”라는 건 궁민(窮民)들은 다 안다.
그러자 발 빠르게, 『광복 70돌, 6·15공동선언 발표 15돌 민족공동행사 서울 준비위원회(약칭 광복 70돌 서울준비위)』가 광화문 광장에서 ‘평화통일 서울시민 1000인 원탁회의’라는 행사를 개최하였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는 “남북공동선언 이행”이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펼치는 퍼포먼스도 있었다고. 이들은 “(6·15)행사 첫날인 내달 14일 기념 공연이 확정될 경우, 서울광장에서 진행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단다.
언제 그렇게 긴 이름의 단체가 생겼는가? 언론에 언뜻언뜻 비치는 그 『준비위원회』 직책 가진 분들의 이름은 그 옛날 ‘광우병’과 최근의 ‘세월’이 들어간 그 무슨 『대책위원회』에서도 본 듯 한데, 그 분들 어지간히 바쁘시다.
어찌 되었건, 지금 추세라면 오는 6월 15일 어간에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연방제 통일” 구호가 메아리 칠 것 같다. ‘6·15남북공동선언’의 핵심은 ‘연방제 통일 합의’라고 북녘에서도, 이른바 ‘대한민국의 시민·사회단체’들도 끈질기게 주장해 오지 않았던가 말이다.
그러하니 남북의 ‘민간단체’들은 그 간의 한풀이라도 하듯이 목이 메일 때 까지 외쳐 볼 것이다. 특히 ‘대한민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미 칼집에 넣어 박물관에나 보냈어야 할” 그 무슨 법(法) 때문에, 그리고 궁민(窮民)들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목소리를 본의 아니게 낮추곤 했었으니...
이런 저런 일들을 훼방하지 말라고 북녘에서는 벌써부터 “우리의 해상 분계선을 침범하는 함정은 조준 타격하겠다”고 넌지시(?) 타이르고 있다.
이와 함께 ‘서울 한복판의 연방제 함성’을 미리 축하라도 하듯, 신형 잠수함 탄도 미사일(이름이 『북극성』이란다)을 물 속에서 물 밖으로 분수처럼 씨원하게(?) 내뿜게 했다. 그리고 이어서 6월의 그 함성을 미리 들어나 보라는 듯이 동해에다가 미사일 폭죽까지 발사했다.
그간 잠잠하던 남북관계가 이 만큼 활기·열기(?)를 띠기 시작하는 것은 역시 ‘민간단체의 대북 비료지원’이 큰 역할을 했나 보다. “퍼 주면 움직인다”는 속설이 또 한번 증명됐다.
드디어 남북관계가 풀리고 돌파구가 열리니 ‘외교전쟁’을 헤쳐나가는 해법도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려나 기대가 크다. 경하(慶賀)·경축할 분들이 많겠다. 이제,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모르지만 북녘 어린 ‘최고 돈엄(豚嚴)’에게 “특별히 사죄”(特謝)하러 사람 보낼 일만 남았다. 그러니 여의도 새(鳥)떼들 중에서 흥에 겨워 “봄날은 간다”는 콧노래가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當然之事)이다.
그렇다. 때 이른 고온(高溫)으로 여름이 빨리 와서인가, 대한민국의 봄날은 속절없이 잘도 간다.
잠수함에서 내 뿜는 미사일의 연기와 여기저기 쏴 대는 또 다른 미사일의 폭음, 그리고 수도 서울 한복판에 메아리 칠 ‘연방제 자주통일’의 함성과 함께 ‘대한민국’은 어디론지 자∽알도 가∽안다.
아주 커다란 ‘한반도 단일기(單一旗)’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아. <더 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