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 대상 아냐' 법무부 의견 묵살...책임전가-말바꾸기 논란도
  • ▲ 국회 본회의장에서 동료 의원과 대화를 나누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뉴데일DB
    ▲ 국회 본회의장에서 동료 의원과 대화를 나누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뉴데일DB
    "'성완종 리스트' 관련자 모두가 직책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발언이 자신의 발목을 잡는 올가미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참여정부 당시 두 차례 이례적인 특별사면을 받은 것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문재인 대표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비리 혐의로 처벌받은 기업인이 한 정권에서 두 번씩이나 특별사면 혜택을 받았는데, 이런 절차를 주도한 인물이 바로 문재인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문재인 책임론'이 거세게 불거진 것이다. 

특히 특별사면 당시 법무부가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에 대해 "특사 대상자로 부적절하다고 판단된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개진했음에도 청와대가 이를 묵살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성완종 파문의 화살이 문 대표를 향하는 모양새다. 


문 대표의 말 바꾸기 논란도 또다시 불거질 조짐이다. 앞서 문 대표는 지난 13일 특별사면 논란에 대해 "사면은 법무부 업무인데 그 사면에 성 전 회장이 돈을 줬다면 특검 대상이 돼야한다. 그런데 그런 일이 없지않느냐"고 주장했다. 또 최근에는 당시의 특별사면은 MB정부 측 요구를 수용해서 단행했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며 책임전가의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이명박 정부 당시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14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사면과 관련된 권한은 노무현 대통령 측이 전권을 쥐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이제 와서 이명박 정부에 특별사면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법의 규정에 비춰봐도 문 대표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사면법 
제10조 1항에 따르면, <법무부장관은 대통령에게 특별사면, 특정한 자에 대한 감형 및 복권을 상신(上申)한다.>고 돼 있다. 또 제9조(특별사면 등의 실시)에는 <특별사면, 특정한 자에 대한 감형 및 복권은 대통령이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해당 정권의 대통령이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특별사면을 실시하도록 돼 있는 것이다. 

문 대표의 책임론은 여당은 물론 야당 안팎에서도 나온다. 박대출 새누리당 의원은 15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문재인 대표는 당시의 대통령 비서실장, 민정수석 등 권력 핵심부에 위치하고 있었다. 노무현 정부와 성완종 회장 간의 어떤 커넥션이 있는지 의혹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며 "이런 의혹들에 대해서 문재인 대표가 직접 해명해야한다. 필요하다면 검찰조사도 받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왼쪽)와 4·29재보선 관악을에 출마한 국민모임의 정동영 국회의원 예비후보가 5일 서울 관악구 서원동 성당에서 악수를 나눈 뒤 등을 돌리고 있다.ⓒ연합뉴스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왼쪽)와 4·29재보선 관악을에 출마한 국민모임의 정동영 국회의원 예비후보가 5일 서울 관악구 서원동 성당에서 악수를 나눈 뒤 등을 돌리고 있다.ⓒ연합뉴스

    당초 정치권의 문 대표에 대한 책임론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정동영 전 고문 측으로부터 제기됐다. 

  • 4.29재보궐선거 서울 관악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정동영 후보 측 국민모임은 지난 12일 [새정련, 뭐가 그리 무서워 '박근혜 게이트' 특검요구 못하나] 제하의 성명에서 "새정치연합이 특검 도입을 주장하지 못하는 이유가 혹시 노무현 정권 때 성 전 회장의 이례적인 두 차례 특별사면특혜의혹 때문은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때 문 대표와 한솥밥을 먹었던 동지였다는 점에서 모종의 사실을 알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제기됐다. 

    나아가 정동영 후보 측 임종인 대변인은 13일
     '문재인 대표의 해명과 조사가 필요한 이유'라는 제목의 편지 형식의 메시지를 출입기자들에게 보내면서 "문 대표가 비서실장 시절 이뤄진 성 전 회장의 특사는 여러 가지 면에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특사였다"고 했다. 

    특히 그는 "
    성완종 회장에 대한 2번의 특별사면을 주도한 책임자가 모두 문재인 대표라는 점(2005년 특사 때는 청와대 민정수석, 2007년 특사 때는 청와대 비서실장)"이라면서 "2007년 특별사면의 경우 초고속 사면이었을 뿐 아니라 성 전 회장이 스스로 상고를 포기했다는 점에서 청와대와 사전 교감의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언론들은 '정동영 후보가 문재인 대표를 정면 겨냥했다'며 관련 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에 대표적인 좌파 논객으로 불리는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14일 자신의 트위터에 "함량미달 정치꾼, 선거에 나와서 하는 행태가 고작 새정연 계파갈등의 연장전"이라며 정동영 후보를 맹비난했다.

    하지만 논란이 확산되자 정동영 후보 측은 개인적인 문자가 후보의 공식입장으로 보도됐다며 돌연 태도를 바꿨다.

    임종인 대변인은 15일 기자와 통화에서 "과거 언론에 나왔던 사설 내용을 정보제공 차원으로, 참고용으로 지인들에게 문자를 보냈던 것인데, 후보의 입장으로 잘못 보도된 것"이라며 "각 언론사에 
    정정보도 요청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임 대변인은 이어 "최근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과 관련해 문재인 대표의 의문을 제기한 바 있지만,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촉구한 적은 없다"면서 "그런 논평을 낸 적도 없고 앞으로도 내지 않을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표에 대한 수사 요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언론인이 보기에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수사해야 한다고 쓰면 되지 않겠느냐"며 "수사에는 대통령도 성역 없다고 하는데, 누구든 수사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애매한 입장을 표명했다. 

    국민모임 측 관계자 역시 "임 대변인의 문자 내용은 우리의 공식입장이 아니다"며 조만간 당의 공식 입장을 정리해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새정치민주연합은 문 대표의 특별사면에 의혹을 제기한 정동영 후보를 향해 "새누리당 2중대나 하자고 당을 박차고 나간 것인가"라고 맹비난했다. 

    강선아 부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 대한 특사 의혹을 제기한 것도 모자라 정동영 후보 측 국민모임도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며 "국민모임은 새누리당의 물귀신 작전에 편승하지 말고 근거 없는 주장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문재인 책임론 확산 차단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여당 핵심 인사들이 거론된 '성완종 리스트'에 야당도 연루됐다는 의혹이 계속되면서, 급부상하고 있는 야당 대표의 특별사면 책임론이 어디까지 확산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