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고소장 작성 중...이르면 16일 접수", 與 "불쾌하고 황당"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다음주 초 여당 의원 5명을 문재인 대표에 대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수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13일 오후 기자와 통화에서 "현재 당 소속 실무자들이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 등을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장을 쓰고 있다"면서 "오늘 완료하려고 했으나 완성되지 않아 오는 16일쯤 고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혐의는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등이 될 것"이라며 "고소 고발에 따른 위자료 청구소송이 될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고소장을 접수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지난 11일 국회 브리핑에서 "새누리당 이군현 사무총장, 박대출 대변인, 심재철 김진태 하태경 의원 등 5명을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허위사실로 문재인 대표를 음해하고 야당 의원 실명을 거론하며 종북으로 몰아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발언이 명예훼손과 허위 사실 유포에 해당하는지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우선 야당이 문제 삼는 발언은, 하태경 의원이 지난 9일 자신의 트위터에 "문재인 대표는 말은 김무성 대표처럼 하지만 생각은 김기종처럼 한다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고 말한 부분이다.  

    또 야당은 김진태 의원의 "새정치연합에는 건전한 민주화 세력에다가 불순한 종북 세력까지 뒤섞여 있다"는 발언과 박대출 대변인의 "야당이 종북과 손잡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새정치연합은 '종북 숙주'에 대한 참회록을 쓸 때"라고 발언한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 

    이군현 사무총장은 당 회의에서, 김기종이 야당 의원들 소개로 국회 기자회견장을 사용한 예를 들면서 "문재인 대표는 당내에 김씨 관련 인사가 있는지 점검하고 종북주의자와 연계돼 비호하는 듯한 오해를 받지 않도록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었다.

    야당의 법적 대응 방침에는 문재의 대표의 뜻이 크게 반영됐다는 전언이다. 김기종의 주한미국대사를 피습 사건으로 격화된 정치권의 종북 논쟁이 끝내 사법부에까지 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해당 의원들이 법정에서 유죄를 받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부 의원들이 야당을 향해 지나치게 공격적인 발언을 했다고 하더라도 허위사실에 대한 명예훼손으로는 볼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형법 307조의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공연히 구체적인 사실이나 허위사실을 적시해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해야 하는데, 이번 논란에서는 구체적 사실이라든지 특정인에 대한 지명이 없었다는 것이다. 

    하태경 의원의 "문재인 대표는 말은 김무성 대표처럼 하지만 생각은 김기종처럼 한다는 의심이 든다"는 발언은 단순 명예훼손죄보다는 모욕죄 내지는 사이버명예훼손죄로 고소해야 야당에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허위사실이 아닌 개인적 의견을 트위터를 통해 표명했기 때문에, 공연하게 사람을 모욕함으로써 성립하는 모욕죄(형법 311조)나 사이버 명예훼손죄는 거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당초 12일쯤 고소장을 접수할 예정이었으나 늦춰진 이유도, 고소 혐의에 대한 구체적 사실 확인 및 타당한 법리를 찾기 위한 작업이 다소 오래걸렸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표의 법적 대응으로 인해 피고소인의 입장이 될 여당 의원들은 불쾌하고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한 의원은 "어차피 법정에 간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나올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본다"며 "무고죄 등의 법적 대응을 고려할 수는 있지만, 이런 방법은 좋은 정치인으로서의 행동이 아니다"고 말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하태경 의원.ⓒ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하태경 의원.ⓒ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하태경 의원은 문재인 대표를 겨냥, "고소 고발을 정치도구로 활용하는 의원을 징계하는 '고소왕 징계법'(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맞대응했다. 

    하태경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법 제155조 징계항목에 국회의원이 동일인을 상대로 두 번 이상 고소해서 모두 무혐의 또는 무죄판결이 나오면 동료정치인을 무고(誣告)한 해당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 징계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하 의원은 "고소 고발의 남용에 대한 정치권의 자성이 필요하다"며 "법적 고소 고발을 남발하는 문재인 의원은 국회의원보다 변호사가 제격이다. 국회의원직 사퇴하고 변호사 개업을 권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하태경 의원.ⓒ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이번 사태를 두고 여당의 격한 종북공세도 문제지만, 야당이 종북세력과 분명한 선을 긋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야당이 종북세력 통진당과 연대해 이들을 국회로 끌어들인 원죄가 야당에 있음에도, 아무런 반성과 사과도 없이 통진당 해산에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이 이번 종북 논란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결국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국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인 셈이다. 

    과거에 김기종을 도운 야당 의원들이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같은 맥락로 풀이된다. 

    야당의 강력 대응에 대한 배경을 놓고도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격"이란 비판과 함께 이번 종북 논란에서 밀리게 되면 문재인 대표의 시험무대인 4.29보궐선거에 악영향을 끼쳐 결국 '문재인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우려감 때문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한 여당 의원은 "정치적으로 문제 삼고자 한다면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는 방안도 있는데, 굳이 법원으로 달려가는 것은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보다 강한 수단으로 당장 (여당) 의원들의 입을 막고보겠다는 속셈이 깔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적 대응 방식이 야당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에서 여당의 발언에 대한 명예훼손 여부, 야당의 과거 행적 등을 따지다보면 결국 종북 논란만 더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야당이 종북 논란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그만큼 켕기는 게 많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종북 논쟁을 그만하자는 취지는 알겠지만, 이렇게 격하게 반응한다면 야당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관측했다. 

    문재인 대표가 4.29 보궐선거를 앞두고 격화된 종북 논란에 법정으로 내달릴 뜻을 밝힘에 따라, 사법부가 이번 '종북 숙주' 등의 발언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