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CCTV 영상 보면 ‘자발적 합류’ 가능성…외교부, 직원 현지로 급파
  •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종교를 내세워 ‘학살극’을 벌이고 있는 테러 조직 ISIS.

    지난 10일(현지시간) 터키 남동부 접경도시 ‘칼리스(Kilis)’에서 사라진 김 모 군(18)이 여기에 자발적으로 가담했다는 정황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외교부가 김 군이 묵었던 현지 호텔의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김 군은 지난 10일(현지시간) 호텔 앞에서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채 ‘카니발’ 승합차를 타고 사라진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 승합차는 시리아인이 운영하는 ‘불법택시’였다고 한다.

    이 ‘카니발’ 승합차는 김 군이 호텔에서 나오자마자 문을 열었고, 김 군은 아무런 저항 없이 차량에 탔다. 터키 경찰은 김 군이 ‘카니발’에 타기 전에 혼자 가방을 챙겨들고 호텔 로비를 나서는 장면도 확보했다고 한다.

  • ▲ 조선일보에 따르면, 외교부와 터키 경찰은 호텔 CCTV를 확인해 김 군이 '카니발' 승합차를 타고 시리아 난민촌으로 간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조선닷컴 보도화면 캡쳐
    ▲ 조선일보에 따르면, 외교부와 터키 경찰은 호텔 CCTV를 확인해 김 군이 '카니발' 승합차를 타고 시리아 난민촌으로 간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조선닷컴 보도화면 캡쳐

    ‘조선일보’는 “영상으로만 봤을 때는 양측이 미리 약속을 한 것처럼 보였다는 게 CCTV를 확인한 현지 관계자의 설명”이라고 전했다.

    호텔을 떠난 ‘카니발’ 승합차는 몇 분 뒤 킬리스 남쪽의 시리아 국경선 인근을 지났다고 한다. 하지만 킬리스 남쪽 4km 지점에 있는 국경 검문소는 통과하지 않았다고 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김 군을 태운 차량은 킬리스 동쪽으로 약 25분 거리에 있는 베시리에 마을의 시리아 난민촌 인근에서 두 사람을 내려줬다“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김 군과 만난 남성은 이날 오전 7시 30분경 차량에 다가와서 8시 30분경에 모스크(이슬람 사원) 주변으로 와달라는 부탁을 했다”며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김 군은 이 ‘베시리에 마을’에서 내린 뒤 이후 행적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현재 터키 경찰은 김 군이 묵었던 호텔은 물론 주변의 모든 CCTV 영상을 확보해 조사 중이라고 한다.

    외교부는 19일 킬리스 현지에 駐터키 대사관 직원 3명을 급파해 터키 경찰과 함께 김 군의 행적을 쫓고 있다고 밝혔다. 주변국 정부에도 김 군의 행방 파악을 위해 협조요청을 해놓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수사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김 군이 테러조직 ISIS에 자발적으로 가담하려 했던 정황이 계속 나오고 있다.

    경찰은 김 군이 터키로 떠나기 전 한국계 외국인인 ISIS 관련자와 메일이나 ‘슈어스팟’과 같은 메신저로 ISIS에 관한 대화를 나눴고, 터키 현지인으로 보이는, ‘아부 알리 하산’이라는 인물과 ISIS에 대해 2014년 12월 수 차례 대화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 ▲ 2014년 시리아 주요도시인 '코바니'가 함락된 뒤 터키 남동부 국경에는 이 같은 난민촌이 생겼다. ⓒ美ABC뉴스 당시 보도화면 캡쳐
    ▲ 2014년 시리아 주요도시인 '코바니'가 함락된 뒤 터키 남동부 국경에는 이 같은 난민촌이 생겼다. ⓒ美ABC뉴스 당시 보도화면 캡쳐

    경찰은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김 군이 ISIS 조직원에게 ‘포섭’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김 군이 실제 ISIS에 포섭돼 가담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김 군이 터키에서 시리아로 넘어갔을 가능성은 높지만, 이는 지금까지 ISIS에 가담했다 탈출한 수십여 명의 10대 청소년들의 증언처럼 ‘호기심’과 ‘일탈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접촉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설령 김 군이 ISIS에 가담하기 위해 시리아로 넘어 갔다고 해도 ‘전투병력’으로 활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일단 문제가 되는 것은 김 군의 외국어 실력과 이슬람 교리에 대한 이해다.

    테러조직 ISIS의 전투병 가운데 주축을 이루는 것은 2003년 ‘유일신과 성전’이라는 조직에서부터 함께 한 전업 테러리스트들과 체첸,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탄, 투루크메니스탄 등 무슬림 반군에서 활동했던 테러리스트들, 그리고 혼자서 전투 훈련을 한 '외로운 늑대'형 테러리스트다.

    이들은 러시아, 미국 등 각국 정부군을 상대로 교전 경험을 가진 자들로 10대 소년병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또한 이슬람에 대한 신앙이 광신적인 수준으로 이들과 ‘연대감’을 느끼려면 거의 비슷한 수준의 종교적 이해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김 군이 동양인이라는 점이다. 테러조직 ISIS가 주로 활동하는 곳은 이라크 중북부와 시리아 북서부 지역이다. 서양인이라면 수염을 기르고 활동하면 그나마 눈에 덜 띠지만, 이 지역에서 동양인은 어디에 가든 눈에 띤다. 때문에 전방에서는 활동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김 군이 자발적으로 ISIS에 가담했다는 가정이 사실이라고 해도, 실제 현장에서는 잡일이나 심부름, 또는 동아시아 지역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선전용’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과정을 거쳐 김 군의 활용도가 낮아지면, ISIS가 늘 그러는 것처럼 공습 시 ‘인간방패’로 사용되거나 ‘자살폭탄’이 되라는 강요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