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종환 행정관이 K-Y 언급했다" vs. "내가 언제 그들이 배후라고 했나"
  • 음종환 전 청와대 행정관과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

    이제 둘 사이의 진실게임을 넘어 당청(黨靑)-계파(系派) 갈등의 키워드가 된 이들이다.

    #. 지난달 18일 한 술집에서 모인 다섯 명

    사건은 음종환 전 행정관, 이준석 전 비대위원, 이동빈 청와대 제2부속실 비서관, 손수조 부산 사상구 당협위원장, 신용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이 술자리를 가지면서 시작됐다.

    이준석 전 비대위원에 따르면 당시 음종환 전 행정관은 '조응천 전 비서관이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에게 줄 대기를 해 공천을 받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내가 도착하자 음종환 행정관은 나에게 '방송에서 마음대로 말하면 안 된다'고 훈계조로 말했다. 문답이 오가는 와중에 '문건 파동 배후가 누구냐'고 묻자 음종환 행정관이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언급했다."

    이후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지난 6일 김상민 의원의 결혼식 후 새누리당 전현직 의원 10여명이 함께 한 식사자리에서 음종환 전 행정관의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 대표는 이 때 이준석 전 비대위원에게 들은 이야기를 메모(문건 파동의 배후는 K-Y)했고, 최근 본회의장에서 이를 들춰보던 김 대표의 모습이 한 매체의 카메라에 포착된 게 '수첩 파동'으로 확산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 '음종환-이준석-손수조' 서로 말이 달라

    하지만 음종환 전 행정관은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언급한 사실은 있지만 그들이 배후라고 얘기한 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그는 "조응천 전 비서관이 (문건 유출) 배후다. 조 전 비서관은 김 대표와 유 의원에게 줄을 대 배지를 달려는 야심밖에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또한 술자리에 동석했던 손수조 당협위원장도 "저는 먼저 자리를 떴지만, 제가 있을 땐 그런 얘기가 전혀 나온 게 없다. (배후로 지목됐다는) 김무성, 유승민 그런 얘기가 나오면 제가 기억을 못할 리가 있겠느냐"고 했다. 손수조 당협위원장은 이어 "(음종환 행정관은) A를 얘기하고, (이준석씨는) B라고 (잘못) 알아들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음종환 전 행정관은 이준석 전 비대위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보낸 것은 맞다. 전날 같은 술집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씨가 CCTV 공개를 말하기에 그런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협박을 한 건 아니다. 내가 그럴 힘이 있겠느냐. 만약 협박을 했다면 왜 다음날 방송에 나가 폭로하지 왜 1월 6일에야 (이준석이) 얘기했겠나. (오히려 이준석이) '방송에 출연시켜 달라'고 청탁한 적이 있다. 내가 여자 이름 댔다는 데 나는 걔(이준석이)가 누구 만나는지 알지도 못한다."

    앞서 김무성 대표의 수첩 내용이 공개되자 음종환 전 행정관은 이준석 전 비대위원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언제 내가 배후라고 했나. 폐쇄회로(CC)TV 구해봐, 내 카카오톡에 네가 청탁한 게 있더라. 공개할까. 방송 잘 볼께' 등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 이준석 "음종환 행정관의 문자는 협박이 아냐"

    해당 문자 메시지를 둘러싸고 2차 파문이 이어지자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15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음종환 행정관 관련 내용으로 보도되는 것들 중 허위 사실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음종환 행정관은 여성 이름을 거론한 적이 없으며, 회사 이야기를 한 적도 없다"고 했다. 음종환 전 행정관이 이준석 전 비대위원의 여자관계는 물론 그가 운영하는 회사 내부문제까지 언급하며 협박성 발언을 했다는 일부 매체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정정한 것.

    나아가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음종환 행정관의 사건 이후의 질문들을 협박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음종환 전 행정관이 보낸 문자 메시지를 협박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는 문자 메시지 내용과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 측이 '언론공작'을 운운하며 정치공세의 고삐를 당기자, 당사자인 이준석 전 비대위원이 2차 파문을 막기 위해 내놓은 일종의 수습성 발언으로 해석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둘 사이에 주고받은 문자 내용 중 공개된 부분만 해도 종편을 둘러싸고 청탁이 이뤄졌다는 것인데 만약 그렇다면 청와대의 내밀한 곳에서 권력을 남용하면서 종편 방송사를 대상으로 언론공작을 벌인 정황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 ▲ 새누리당 비박계와 친박계의 좌장인 김무성 대표(왼쪽), 서청원 최고위원. ⓒ뉴데일리 DB
    ▲ 새누리당 비박계와 친박계의 좌장인 김무성 대표(왼쪽), 서청원 최고위원. ⓒ뉴데일리 DB

    #. '수첩 파동' 親朴-非朴 초유의 갈등으로 번져 

    이번 논란은 새누리당 내 친박(親朴)과 비박(非朴), 당청(黨靑)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양측 계파에 속해 있는 자들이 권력을 놓고 다투는 과정에서 파열음이 일어난 모습으로 비쳐지는 것이다. 이정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음종환 전 행정관은 이른바 '원조 친박' 인사로 분류된다. 박근혜 캠프에서 공보기획팀장을 지내면서 대선 당시 '십상시(十常侍])' 중 한 명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반면, 20대 청년기업인으로 2011년 말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에 합류한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한때 '박근혜 키즈'로 불렸지만 지난해 7월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뒤 청와대와 친박 진영을 향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 화제가 된 바 있다. 아울러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비박계의 한 축인 유승민 의원실에서 인턴으로도 활동했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설과 출마설도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음종환 전 행정관의 발언과 이준석 전 비대위원의 행동 등 전후 배경을 보면, 친박-비박 계파라는 여권 내부의 분열적 권력 투쟁이 깔려 있다"는 시각이 많다.

    실제 친박계 일각에서는 김무성 대표가 친박 세력과 청와대를 겨냥해 고의로 수첩 내용을 노출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고, 비박계 내에선 "이번 파동을 계기로 당청 관계를 수평적으로 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국민들은 입에선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는 한숨만 쏟아진다. 당장 먹고 사는 걱정에 전념해도 모자란 판국에 말도 안 되는 권력 다툼이 왜 일어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갈수록 차갑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