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당에 더 이상 친박(親朴) 친이(親李)는 없다” 박근혜 대통령 발언은 어디로
  • ▲ 새누리당 내 계파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뉴데일리 DB
    ▲ 새누리당 내 계파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뉴데일리 DB

    여당이 새누리당이 정초부터 부글부글 끓고 있다.

    친박(親朴)-비박(非朴) 진영 사이의 계파 갈등 때문이다. 여의도연구원장 자리를 둘러싼 신경전부터 큰 틀을 바꿔야 하는 개헌(改憲) 문제까지. 곳곳에서 잠복해 있는 갈등의 불씨 탓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문제는 계파 갈등의 중심에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말 그대로 친박(親朴·친박근혜)과 비박(非朴·비박근혜) 간의 지상전이 돼버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이던 2011년 12월, “우리 당에 더 이상 친박(親朴)이나 친이(親李)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은 어느 샌가 희미해져 있다. 3년이 지난 현재 새누리당은 과거와 같이 양분돼 진영 싸움을 벌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새누리당 내 친박 중진 의원 7명을 청와대 관저(官邸)로 초청해 비공식 회동을 가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계파 갈등은 더욱 첨예화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청와대에서 여야 지도부와 4차례, 여당 지도부 및 의원과 5차례, 야당 지도부 및 의원과 한 차례 만났다. 당시에는 일정 뿐만 아니라 참석자들의 주요 발언까지 공개됐었다.

    그러나 이번 ‘친박 7인 회동’ 만은 달랐다. 일부 참석자들의 발언만 아주 극히 전해졌을 뿐, 정작 박근혜 대통령이 그 자리에서 어떤 말을 했는지는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대표는 물론 그동안 친박계의 실세라고 불려온 이완구 원내대표조차 초청받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원조 친박’만 불러들인 셈이다.

  • ▲ ⓒ청와대 비공개 회동과 관련한 KBS 보도 화면
    ▲ ⓒ청와대 비공개 회동과 관련한 KBS 보도 화면



    비박 진영의 반발은 불보듯 뻔했다. 이재오 의원은 “2015년에는 청와대가 환골탈태해 속 좁은 정치를 그만했으면 한다. 국가나 권력을 사유화하지 말고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패거리 정치하지 말고 너그러운 정치를 했으면 한다”고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했다.

    김용태 의원은 "친박 핵심들만 불러서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는 것은 자칫 오해를 살 만한 부분은 분명히 있으며,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 끈을 고쳐매지 말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무성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그렇게라도 의원들을 만나 소통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동 이후 친박 의원들은 김무성 대표를 거세게 비판하기 시작했다. “인사 전횡을 말라”는 경고까지 하며 김무성 대표를 사정없이 흔들고 있는 상황이다.

    계파 갈등 속에는 여러 가지 복잡한 요인이 뒤엉켜 있다. 하지만 차근차근 원인을 파헤쳐보면 인사 문제와 공천권이 핵심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앞서 유기준 의원은 “당정청이 함께 모든 의지와 지혜를 모아 국민만 바라보고 가야 하는 시기에 정작 중요한 역할을 주도해야 할 당사자들이 자칫 자기 세력 과시에만 눈이 멀어 정작 제대로 바라봐야 할 것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함께 돌아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세력 과시에만 눈이 먼’ 당사자들은 바로 김무성 대표와 당권을 잡은 비박계를 의미한다. 서청원 의원 역시 “당도 앞으로 더욱 민주적으로 운영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고 언급했다. 이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에서 진행 중인 당협위원장 선정 작업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현재 친박계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 할 수 있도록 당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반면 비박계의 한 의원은 “20대 총선의 승리를 위해선 어떠한 혁신도 주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친박-비박 양측이 이렇다할 명분을 내세워 놓고, 자신들의 세(勢)를 키우기 위한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 ▲ 청와대 신년 인사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제공
    ▲ 청와대 신년 인사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제공


     

    새누리당의 내부 갈등을 두고 정치권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어느 한 편의 손을 들어줘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전체를 아울러도 모자랄 판에 일방적으로 친박 의원들의 편을 들었다가는 자칫 판이 깨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계파 갈등의 긴장감은 20대 총선 모드로 돌입하는 올 하반기에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앞두고는 본인들의 정치적 명운이 걸려있는 만큼 계파 간 눈치싸움이 본격화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친박 의원들이 김무성 대표를 향한 견제 수위를 높이고, 이에 맞서는 비박계가 세를 결집하며 반발할 경우 여권 내부가 계파 싸움으로 한층 시끄러워질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관저로 의원들을 불러 모임을 갖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은 소통(疏通)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눈이 많고 다양한 해석을 낳을 수 있기에 비공식적이라도 그리 상관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일부 의원만이 초청 대상이 된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자칫 ‘내 사람 챙기기’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이는 계파 갈등의 또 다른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분열의 정치’를 반복하는 야권을 닮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람은 7명이 아니라 새누리당 의원 전체가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0대 총선의 승패를 가늠할 수 없다”고 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이 똘똘 뭉쳐야 하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9대 총선을 앞두고 리더십을 발휘해 당을 하나로 규합했었다. 위기는 반복되고 누군가는 또 다시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균형 추가 돼야 한다”는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상황이 불 보듯 뻔한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