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忠臣’을 선택할 것인가, ‘도살장의 소’로 전락할 것인가?
  • ▲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우윤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비선실세-국정농단 청와대 외압규탄 비상의원총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우윤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비선실세-국정농단 청와대 외압규탄 비상의원총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청와대 문건 유출 논란’을 둘러싼 야당의 공세가 심상치 않다.

    이번 논란을 권력암투(權力暗鬪)와 국정농단(國政壟斷)으로 규정 지어버린 새정치민주연합은 하루도 빠짐 없이 박근혜 정부를 겨냥해 칼을 들이대고 있다.

    ‘문고리 권력 3인방’이라는 표현은 물론 십상시(十常侍·10명의 내시)라는 조롱까지 등장하면서 야당의 정치공세가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시퍼런 칼날은 ‘만만회(박지만·이재만·정윤회)’를 향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과 정윤회씨를 넘어 청와대의 실세(實勢)로 불리는 이재만 총무비서관에게까지 불똥이 튄 셈이다.

    박지만 회장과 정윤회씨의 경우는 현 정권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없는 인사다.
    하지만 이재만 총무비서관이라면 전혀 얘기가 달라진다.

    ‘권력암투-국정농단’ 이러한 논란이 왜 불거지게 됐는지 이재만 비서관의 역할을 중심으로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흔히 이재만 비서관은 ‘문고리 권력 3인방’의 맏형이라고 불린다.

    박근혜 대통령이 1998년 대구 달성 보궐선거를 통해 정계에 입문할 때부터 무려 16년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면서 청와대 총무비서관 자리까지 올랐다.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청와대의 재정과 행정 등 살림을 책임지는 집사에 해당한다. 최도술 총무비서관이나 김백준 총무비서관 등 역대 정부의 총무비서관은 어김없이 대통령의 심복으로 통했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정책 실무를 총괄했던 이재만 비서관은 인사위원회 필수 참석자로 청와대 인사에까지 관여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야권으로부터 정권의 숨은 실세로 줄곧 지목받아 왔다.

  • ▲ 12시간 검찰조사 받고 나오는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조선일보 DB
    ▲ 12시간 검찰조사 받고 나오는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조선일보 DB


    이재만 총무비서관의 영향력은 지난 검찰 조사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검찰이 설설 길 정도로 ‘의전백태(儀典百態)’를 보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일 검찰에 출석한 정윤회씨는 수많은 취재진 앞에 공개소환 됐고 검찰청사 안에서 조사실로 향할 때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 현직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지만 회장 역시 수백명의 취재진이 보는 앞에서 공개소환 됐다.

    그러나 이재만 총무비서관 만큼은 달랐다.

    이재만 비서관은 주중에 소환된 두 사람과는 달리 취재진의 눈을 피하기 쉬운 일요일에 조사를 받았다.

    소환 사실도 전혀 알려진 바가 없고 조사를 받고 돌아갈 때야 비로소 취재진이 접촉할 수 있었다. 검찰이 특별히 신경을 써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래서일까?

    이재만 비서관은 청와대 안팎에서 ‘왕(王)비서관’으로 통한다.

    “문고리 권력 3인방이 사실상 수석 위의 비서관 역할을 하고 있으며 3인방을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 일도 되지 않는다”는 풍문이 비일비재하다.

    여권 관계자들도 “청와대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이 없으면 대통령은 아마 일이 안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 3인방의 좌장은 바로 이재만 총무비서관이다.
    이는 이재만 비서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 이재만 비서관이 찌라시(증권가 정보지)에서 시작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국민의 신뢰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번 내부 문건 유출 사태의 한복판에 이재만 비서관이 있다.

    “정윤회씨와 최근 10년 동안 만난 적이 없고 연락을 끊고 지낸다”던 이재만 비서관의 주장은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고 급기야 야당에게 정치공세의 빌미를 내주게 됐다

    이재만 비서관은 자신이 ‘문고리 권력’으로 지목되는 데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른 루머”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이미 국민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해버렸다.
    심지어 보수 진영까지 청와대에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청와대의 큰 부담이 돼 버렸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쏟아진다.


  • ▲ 최근 주요 언론사들의 지면을 도배한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YTN 방송화면
    ▲ 최근 주요 언론사들의 지면을 도배한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YTN 방송화면



    ‘무릇 장수는 물러설 때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재만 비서관은 박근혜 대통령을 가장 오랜 기간 보필해 온 충신(忠臣)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몸 바쳐 싸워온 장수(將帥)다.

    잘잘못을 떠나 자신으로 인해 구설이 생겼고 주군(主君)인 박근혜 대통령이 당장 레임덕이라는 중차대한 난관에 봉착했다면 충신이자 장수인 이재만 비서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검찰 조사결과 발표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중구난방으로 터져 나오는 폭로성 주장에 왕조시대의 궁중암투나 다름없는 진흙탕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들의 한탄과 분노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런 혼란 속에서 박근혜 정부 3년차 출범이 제대로 이뤄질지 걱정이 앞선다.

    야당이 갖은 명분을 내세워 내년 재·보궐선거까지 이번 파문을 물고 늘어질 것이 뻔하다.
    무죄를 주장하며 아무 일 없는 듯 청와대에서 버티는 건 박근혜 대통령을 위한 일이 아니다.
     
    내년 1월 9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는 도살장이다.
    그리고 이재만 총무비서관은 도살장에 끌려나가는 소와 같다.
    민심이 민심인 만큼 선거에서 제 역할을 해야 할 새누리당이 어디까지 감싸줄지가 의문이다.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충절으로 나라의 위기를 극복한 충신들은 역사에 기록된다.

    충신(忠臣)의 길을 선택해 스스로 문고리 권력에서 물러날 것인가?
    아니면 도살장에 끌려나간 소처럼 야당에 의해 낱낱이 해체될 것인가?

    이재만 총무비서관은 이제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