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선거연대 실현하라" 등 구체적 지침 내려
  • ▲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2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통진당 야권연대'에 대한 북한 지령문을 공개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2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통진당 야권연대'에 대한 북한 지령문을 공개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지난 2012년 통합진보당과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의 야권연대는 북한의 지령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이같은 주장은 통진당이 최근 헌법재판소의 해산 결정에 불복하고, 새정치민주연합도 통진당을 노골적으로 옹호하는 상황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24일 북한 지령문을 공개하면서 "통합진보당의 합당 및 야권연대가 북한의 지령에 따라 이뤄졌다"며 "실제로 모든 것이 북한의 각본대로 거의 그대로 진행됐는데 정말 경악스러울 지경"이라고 개탄했다.

    하 의원이 이날 공개한 자료는 지난 2011년 왕재산 간첩단 사건 당시 북한의 대남전략기구인 225국에서 왕재산 측에 보낸 내용으로, '진보대통합당' 건설을 위한 전략과 전술 등에 대한 북한의 구체적 지령이 담겨있다.

    하 의원은 지령문 입수 경위에 대해 "왕재산 총책이었던 김덕용이 이 지령문을 해독해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해 놓고 있던 중 수사당국에 발각됐다"며 "이 지령문을 왕재산 사건의 1심, 2심 재판부 모두가 증거로 채택했고, 지난 5월 8일에 열린 통진당 해산 심판 청구 사건에서도 헌법재판소가 증거로 채택했다"고 강조했다. 

    지령문에 따르면 북한은 "국회의석을 차지하는 것은 국회무대를 활용해 합법적인 정치투쟁을 벌이며 장외에서 전개되는 민중투쟁을 정치적으로 엄호하기 위한 것", "4.27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에 패배를 안기고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진보 및 개혁세력의 총체적 선거연대를 실현하라" 등의 구체적 지침을 하달하면서 대한민국 정치판도를 좌우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 ▲ 2012년 3월10일,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와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총선 후보자를 단일화를 담은 '공동정책합의문'을 발표했다.ⓒ연합뉴스
    ▲ 2012년 3월10일,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와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총선 후보자를 단일화를 담은 '공동정책합의문'을 발표했다.ⓒ연합뉴스

    더욱 충격적인 점은 대한민국 정치판이 북한의 각본대로 움직였다는 점이다. 

    북한은 2011년 지령문에서 야권연대 방식에 대해 "연립정부구성이 아니라 국회의석을 양보받아내는 것, 정책적 담보를 받아내는 것 등 연대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시했다.

    실제 통진당 이정희 대표와 민주통합당(현 새정치민주연합) 한명숙 대표는  2012년 3월 통진당 후보만 전략지역 16곳에 출마하는 야권연대 협상을 타결한 바 있다. 

  • ▲ ⓒ하태경 의원실
    ▲ ⓒ하태경 의원실

     

    특히 북한은 지령문을 통해 국민참여당 통합의 전제조건과 관련, "국민참여당은 비정규직법, 대북송금특검법의 제정시행, 이라크파병, 한미FTA 발기추진,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주장한 것 등 노무현정부시절의 과오내용들에 대한 공개반성을 요구하고 받아들이면 참여시켜라"고 요구했다. 

    하 의원은 "당시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는 진보진영과 충돌하는 과거 참여정부 정책에 유감을 표명했고, 민주노동당 수임기관 회의에서 국민참여당의 성찰과 반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며 북한의 각본대로 진행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지령문에는 "진보대통합당 건설은 민주노동당이 주동적으로 펼치는 것이 정당했다"는 주장과 함께 민주노동당이 이미 채택한 '진보적민주주의'를 지도이념으로 관철시켜라는 내용이 강조돼 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통진당 해산결정에서 '진보적민주주의'는 북한의 대남혁명 전략의 일환으로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했다고 판단한 바 있다.

    북한은 또 "조승수(현 정의당 정책위의장) 등 악질종파주의자들은 일단 대통합당을 창당하고 점차적으로 고립축출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국민참여당의 경우 종파행위단절 등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진보대통합당에 참여시킬 수 있다. 확정된 방침이다"고 지시하는 등 당시 정치 상황에 대응한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전달하기도 했다. 

    북한은 나아가 종북 논란을 비켜가기 위한 방책으로 "민주노동당 전체적으로 종북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지난 시기에 있었다면 개별적인 사람들의 성향이다(라고 주장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이정희 전 대표가 최근 해산심판 최후변론에서 "북한과 무관하게 진보 정당으로서의 활동을 해 온 것이며 일부 당원의 불법적인 행위가 있었더라도 이는 개인의 일탈에 불과할 뿐 당의 공식 활동이 아니었다"고 주장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하태경 의원은 이에 대해 "북한이 종북에 대한 대응논리 및 일탈논리를 지시했는데, 여전히 통진당이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특이할 만한 점은, 이 지령문은 2011년 2월 남쪽으로 하달됐는데, 같은 해 3월에 국내 사이트인 '동북아의 문'(http://namoon.tistory.com/)이라는 블로그에 게재됐다는 점이다.

    이 블로그의 대표집필자로 소개된 문경환은 '종북 콘서트'로 논란을 일으킨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과 함께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인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태경 의원은 '동북아의 문'에 대한 북한 지령문 전파 통로 의혹을 제기하면서, "수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검찰에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령문 공개 시점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판결 이후에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를 보고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예상대로 북한 조평통(조국평화통일위원회) 은 지난 20일 대한민국 헌재판결을 맹비난하면서 자신들과 연결하는 것은 괴뢰보수패당의 비열한 짓이라고 오리발을 내밀었다"고 비판했다.

    하태경 의원은 "90년대의 지령문은 대부분 라디오 난수표 형태로 보냈지만 이 방식은 해독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보안상의 문제가 있었다"며 "그래서 북한은 2000년대 들어 이메일 방식을 사용하면서 분량에 제한이 없는 대량의 지령문을 하달하고 있다"고 했다.

    하 의원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잦은 방북을 시도하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을 비판하기도 했다.  

    통진당 해산을 반대한 국회의원이 통진당을 조종한 수장을 만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북한 지령문에는 "민주노동당의 명칭을 견지하겠다고 강력히 주장하다가 그것을 양보하면서 진보적민주주의 이념을 기어이 관철시켜라"며 "진보적민주주의 명칭을 양보할 경우 본사에 다시 문의하라"고 써 있었다.

    하태경 의원은 "여기서 말하는 본사는 김양건이 맡고 있는 북한의 225국 통일전선부를 말하는 것이다"며 "그런 수장이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에게 만나자고 요구했다. 박지원 의원의 방북이 부적절하다는 근거"라고 비판했다.

    하 의원은 나아가 "통진당 통합과 야권연대에 적극 협력했던 분들은 이 역사적 범죄에 책임이 없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야당의 자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