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업무에 지역구 현안까지..."벌써 100일이나 됐나"
  • ▲ 7·30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당선으로부터 한 달여가 흐른 지난 9월 2일에야 의원 선서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7·30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당선으로부터 한 달여가 흐른 지난 9월 2일에야 의원 선서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7·30 재·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7일로 등원(登院) 100일을 맞았다.

    이들은 세월호 사고로 인한 정국의 혼란이 정점에 달했을 때 당선돼 숨가쁜 100일을 보냈다.

    의원 선서부터 쉽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세월호 특별법과 다른 법안을 연계하며 본회의 개의를 거부해 당선으로부터 한 달여를 넘긴 9월 2일에야 선서를 할 수 있었다.

    8월에는 분리국감이 무산되며 당선 직후부터 준비해 온 국감 자료를 날려버리기도 했고, 반대로 10월에는 국감이 갑자기 합의돼 밤을 새며 준비하기도 했다. 정신없이 국감과 대정부질문을 끝낸 뒤로는 어느새 예산안 정국이 도래해 선거 과정에서 내건 많은 공약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기도 하다.

     

    처음 국회에서 100일을 보낸 초선 의원은 소회가 더욱 남다를 수밖에 없다.

    〈뉴데일리〉가 7·30 재보선으로 첫 금배지를 단 새누리당 홍철호 의원(경기 김포), 유의동 의원(경기 평택을)으로부터 등원 100일 소회를 들어봤다.

     

  • ▲ 새누리당 홍철호 의원.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새누리당 홍철호 의원.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일 안 하는 건 이상해" 홍철호, 국회 공전 중에 지역구 훑고 다녀

     

    자수성가한 기업인이 국회의원으로 변신해 화제를 모았던 새누리당 홍철호 의원.

    홍 의원은 동생 홍경호 대표와 함께 국내 3위의 프랜차이즈 치킨 기업인 '굽네치킨'의 성공신화를 일궈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국회가 공전 중이었던 지난 9월 17일, 홍철호 의원은 〈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방호원·사무처 직원 등) 많은 사람들이 국회의원 일하라고 다 자기 역할을 하고 있는데, 정작 일해야 할 국회의원들은 일을 안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왜 이런 (일을 안 하는) 상황을 하나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되물었다.

    기업인 출신답게 '일 안 하는 상황'에 익숙치 않은 홍철호 의원은 국회가 공전 중인 상황에서도 지역구 김포를 구석구석 훑고 다녔다.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인구가 급성장하고 있는 김포의 최대 과제는 교통 문제. 분당·일산과는 달리 서울로 통하는 도시철도망이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도시가 들어서 입주민들의 불만이 상당하다.

    홍철호 의원은 "당선 직후부터 전임 김포 지역구 의원인 유정복 인천시장과 수 차례 만나며 인천지하철의 김포 연장을 추진했다"며 "9월에는 오홍식 인천교통공사 사장을 만나 모든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는 확약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런 홍 의원의 노력은 마침내 빛을 발휘했다. 지난달 16일 인천시가 발주한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연구용역에는 인천지하철 1호선의 김포 연장사업이 포함됐다.

    도시철도는 구축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홍 의원은 당장의 교통난을 덜기 위해서도 열심히 뛰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공약인 굿모닝버스의 김포 유치에 총력을 기울인 덕에 이달 안으로 79석을 갖춘 2층 버스가 김포에 시범 투입될 예정이다.

     

  • ▲ 새누리당 홍철호 의원.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새누리당 홍철호 의원.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홍철호에게 국정감사는 호통 치는 자리가 아니라 일하는 자리

    홍철호 의원은 국회가 정상화된 이후로는 짧은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국정감사를 내실있게 준비했다.

    단순히 증인이나 참고인을 불러 호통을 쳐 튀어보려는 구태를 답습하지 않고, 국감마저도 지역구 현안 해결의 장으로 활용해 CEO 출신다운 실용주의 마인드를 힘껏 발휘했다.

    홍철호 의원은 국방위에 자원했다. 김포시민의 한강변 접근을 가로막고 있는 철책선을 제거해 "잠실이나 반포처럼 한강을 김포시민들의 품에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홍 의원은 "이번 국회의 잔여 임기는 국방위원으로서 한강 철책선 제거를 마무리짓고, 20대 국회 때 만약 또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교문위로 가 김포의 교육 문제에 착수하고 싶다"고 거듭 이야기 해왔다. 

    국방부의 안건을 심사하고 동시에 지역구 현안을 해결하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포부다.

    그는 "국감을 앞두고 삼성SDS·국방과학연구소·17사단·수도군단·합동참모본부 관계자와 만나며 어떤 방향에서 이 문제를 제기할지 숙고를 거듭했다"고 밝혔다.

    홍철호 의원의 노력이 만들어 낸 성과도 상당하다.

    홍 의원은 국방부·합참 국감에서 완벽한 자료 준비와 함께 삼성SDS의 철책선 대체 감시장비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대안까지 제시해 한민구 국방부 장관, 최윤희 합참 의장으로부터 전향적인 검토를 약속받았다.

    황진하 국방위원장과 국방위 야당 간사인 윤후덕 의원 등이 참여하는 '한강하구 철책 제거 특별소위'도 발족했다.

    앞으로도 지역구 현안 해결을 위해 더 많은 시민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게 홍 의원의 바람이다.
    홍철호 의원은 "국회의원이 특권과 권위주의를 내려놓고 이웃집 오빠·동생·아들 같은 느낌을 줘야 할 것"이라며 "시민들이 편하게 속내를 털어놓는 진정한 소통을 바탕으로 일하고 싶다"고 밝혔다.

     

  • ▲ 새누리당 유의동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유의동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비서관~보좌관 거친 유의동, 누가 그를 '초선'이라 할까

    지난 7·30 평택을 재선거에서 3선의 정장선 전 의원을 격침시켜 화제를 모은 정치 신인 유의동 의원.

    비록 초선이지만 이한동 전 국무총리의 비서관, 새누리당 류지영 의원의 보좌관을 거치며 쌓은 오랜 국회 경력에서 나오는 노련함에 "초선답지 않다"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지난 8월 11일 새정치연합이 의원총회에서 세월호 특별법 관련 여야 원내대표 1차 합의문을 파기하자, 유의동 의원은 13일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양당 원내대표가 합의를 했다면 그 무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인데, 불과 며칠만에 재협상 이야기가 나온다"며 "정치의 근본은 신뢰"라고 거침없이 비판했다.

    정국 교착 사태가 해결되고 국회가 정상화되자 지역 현안과 국감 등 중앙 정치 현안에서 물 만난 고기와 같이 활약하고 있다.

     

    평택의 최대 현안은 주한미군기지 이전 사업. 유의동 의원은 "주한미군 기지가 이전하는 평택의 '캠프 험프리' 앞에서 태어나고 자라났다"며 "미군기지 이전 업무를 추진하는 국무조정실을 관할하는 국회 정무위에 상임위 배정이 된 것은 의미가 있다"고 자평한 바 있다.

    국무조정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유의동 의원은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따라 정부가 약속한 특별지원금에 대한 예산 확보 대책을 질의하고, 아울러 치안·안전 대책 마련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촉구했다.

    평택에 대규모로 조성되고 있는 고덕산업단지와 관련해서는 삼성전자와 유치협약을 체결했다.

    유의동 의원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가 평택에 들어서게 되면 지역주민들의 일자리뿐만 아니라 관련 기업 입주 등 부가적인 효과가 발생해 향후 평택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평택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도로와 기반시설 조성 등 관련 예산 확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 새누리당 유의동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유의동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낭중지추 활약 펼친 지난 100일 "벌써 백일?" 되레 놀라

    국회의원은 지역의 대표임과 동시에 국민 전체의 대표다. 유의동 의원은 국정감사 기간 동안 국민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금융권의 방만 경영과 관피아 논란을 파헤치는데도 주력했다.

    지난달 21일 정무위의 기업은행 국감에서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기업은행의 횡령·유용·부실 대출 건수를 조목조목 지적하며 금융권에 만연한 모럴 해저드를 질타했다.

    유의동 의원은 "금융 부문은 국민의 삶과 가장 직결되는 분야"라며 "잘못된 관행과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그치지 않고 생산적인 대안을 제시하고자 노력했다"고 술회했다. "국고의 낭비를 막고 민생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제기하기 위해 애썼다"고도 덧붙였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고 했던가.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눈에 띄는 질의와 대안 제시 덕분에 유의동 의원은 이튿날 한 중앙일간지에 의해 국감 스타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국감을 마친 유의동 의원에게는 못내 아쉬움이 많아 보였다.

    그는 "올해 분리국감이 무산되고 정기국회 및 국정감사 일정이 연기되는 것을 보며 일을 하지 못하는 답답함과 국민들께 죄송한 마음이 너무 컸다"며 "민생을 살피고 현안을 해결하는데도 부족한 시간이 정쟁으로 인해 낭비된 것은 아닌지 우리 모두 되돌아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내년 국정감사에는 더욱 성실히 임하는 국회가 되도록 나부터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유의동 의원에게 지난 100일의 소회를 물었다.

    그는 되레 "벌써 100일이나 됐느냐"고 반문하며 "국정감사를 비롯해 결산 심사·업무 보고 등 의정 활동을 충실히 소화해내기 위해 뛰어다니다보니 정신이 없다"고 슬며시 웃었다.

    이어 잠시 생각에 잠겼던 유 의원은 "미군기지 이전 문제나 삼성전자 유치 등 지역 현안과 의정 활동을 챙기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책임감과 무게감이 커지고 있다"며 "국회의원으로서 우리 사회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다는 생각을 하면 보람의 시간"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