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순은 친일파가 만들어냈다? “근거 없다”시민단체 스토리K 이종철 대표, 문제 논문 분석·반박
  • ▲ "유관순은 친일파가 만들어낸 영웅"이라는 주장이 담긴 논문과 관련돼, 오류가 적지 않다는 시민사회의 주장이 나왔다. 논문의 논거가 매우 취약할 뿐만 아니라 연구동기부터 사실과 다르다는 것.  문제의 논문은 2009년 정모씨가 계간지 '역사와 현실'에 실은 <3·1 운동의 표상 유관순의 발굴>이다.ⓒ 논문 출력본 캡처
    ▲ "유관순은 친일파가 만들어낸 영웅"이라는 주장이 담긴 논문과 관련돼, 오류가 적지 않다는 시민사회의 주장이 나왔다. 논문의 논거가 매우 취약할 뿐만 아니라 연구동기부터 사실과 다르다는 것. 문제의 논문은 2009년 정모씨가 계간지 '역사와 현실'에 실은 <3·1 운동의 표상 유관순의 발굴>이다.ⓒ 논문 출력본 캡처

    "유관순은 친일파가 만들어낸 영웅"이라는 주장이 담긴 논문이 오류가 적지 않다는 시민사회의 주장이 나왔다. 논문의 논거가 매우 취약할 뿐만 아니라 연구동기로 밝힌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

    문제의 논문은 2009년 정모씨가 계간지 '역사와 현실'에 실은 <3·1 운동의 표상 유관순의 발굴>이다. 이 논문은, 정부 검정을 통과한 고교 한국사교과서 가운데 일부가 유관순 열사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지난 8월 26일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는, 교육부가 주최한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의 개선안 토론회'에서, 위 논문을 언급했다. 김 교수는 일부 한국사교과서가 유관순 열사를 제외시킨 이유를 설명하면서 "유관순은 친일파가 만들어낸 영웅이라는 역사학계의 연구 성과가 있기에 기술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스토리케이> 이종철 대표는 10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논문을 직접 검토한 결과 큰 결함을 갖고 있었다"며 "논지의 출발부터 허점투성이며,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부실한 논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렇게 부실한 논문이 어떻게 국사편찬위원회의 지원을 받았는지 모르겠다"며 의문을 나타냈다.

  • ▲ “북한에서는 3·1운동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상이한 상(像)을 가지고 있으며, 유관순 역시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고 한다. 즉 유관순을 통해 3.1 운동을 떠올리고, 일제의 무차별적인 탄압과 한민족의 저항정신을 떠올리는 것은 남한만의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관순을 부각한 것은 어떤 이들일까 하는 의문이 자연스레 제기된다. 남한만의 유관순이라면 그녀가 부각되어 강조된 시점은 분단을 낳게 되는 이념갈등이 표면화 된 시점 이후의 일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정상우, “3·1운동의 표상 ‘유관순’의 발굴”, 『역사와 현실』, 2009, p. 236.). 사진은 스토리케이 이종철 대표가 해당 내용을 프린트로 출력, 밑줄을 그어가며 꼼꼼히 읽은 흔적. ⓒ 뉴데일리 김태민 기자
    ▲ “북한에서는 3·1운동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상이한 상(像)을 가지고 있으며, 유관순 역시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고 한다. 즉 유관순을 통해 3.1 운동을 떠올리고, 일제의 무차별적인 탄압과 한민족의 저항정신을 떠올리는 것은 남한만의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관순을 부각한 것은 어떤 이들일까 하는 의문이 자연스레 제기된다. 남한만의 유관순이라면 그녀가 부각되어 강조된 시점은 분단을 낳게 되는 이념갈등이 표면화 된 시점 이후의 일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정상우, “3·1운동의 표상 ‘유관순’의 발굴”, 『역사와 현실』, 2009, p. 236.). 사진은 스토리케이 이종철 대표가 해당 내용을 프린트로 출력, 밑줄을 그어가며 꼼꼼히 읽은 흔적. ⓒ 뉴데일리 김태민 기자


    이 대표는 먼저 "논문이 연구동기로 전제한 내용이 다른 논문을 잘못 인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 논문은 유관순 열사의 행적과 관련돼 "북한에서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며 "유관순을 통해 3.1운동을 떠올리는 것은 남한만의 현상"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그러면서 논문은 임경석의 논문 <3·1운동을 보는 남과 북의 시각>을 각주로 달아놨다.

    이에 대해 이종철 대표는 "확인 결과 임경석의 논문은 유관순에 대해 단 한 번 언급하고 있을 뿐, 유관순이 북한에서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위 논문 작성자가 임경석씨의 논문을 읽어는 보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 “『조선전사』가 제시한 3·1운동사 인식은 주체사상의 명제들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북한의 역사가들은 3·1운동사 서술을 통해 ‘수령’의 등장이 민족해방운동 발전의 필연적 요구였음을 입증하고 싶어했던 것이다. 남한 독자층에게는 이러한 3·1운동사 인식이 생소할 것이다. ‘민족대표, 파고다공원, 기미독립선언서, 유관순 누나’ 등과 같은 표상을 통해 3·1운동을 이해해온 사람으로서는 당연한 반응이다. 『조선전사』의 집필자가 사실을 옳게 판단하고 그 인과적 연관을 바르게 설정했는지 궁금할 것이다.”(임경석, “3·1운동을 보는 남과 북의 시각”, 『통일시론』, 1999, p. 190.). 사진은 스토리케이 이종철 대표가 해당 내용을 프린트로 출력, 밑줄을 그어가며 꼼꼼히 읽은 흔적. ⓒ 뉴데일리 김태민 기자
    ▲ “『조선전사』가 제시한 3·1운동사 인식은 주체사상의 명제들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북한의 역사가들은 3·1운동사 서술을 통해 ‘수령’의 등장이 민족해방운동 발전의 필연적 요구였음을 입증하고 싶어했던 것이다. 남한 독자층에게는 이러한 3·1운동사 인식이 생소할 것이다. ‘민족대표, 파고다공원, 기미독립선언서, 유관순 누나’ 등과 같은 표상을 통해 3·1운동을 이해해온 사람으로서는 당연한 반응이다. 『조선전사』의 집필자가 사실을 옳게 판단하고 그 인과적 연관을 바르게 설정했는지 궁금할 것이다.”(임경석, “3·1운동을 보는 남과 북의 시각”, 『통일시론』, 1999, p. 190.). 사진은 스토리케이 이종철 대표가 해당 내용을 프린트로 출력, 밑줄을 그어가며 꼼꼼히 읽은 흔적. ⓒ 뉴데일리 김태민 기자

    특히 이 대표는 "북한 교과서도 유관순을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유관순이 북한에서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에 따르면, 북한 고등중학교(한국의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해당) 역사 교재 <조선력사> 6학년 교과서는 유관순을 소개하고 있다.

    《충청남도 천안군에서 반일봉기에 앞장서 싸우다가 일제경찰에게 체포된 16살의 녀학생인 류관순은 재판정에서도 재판의 부당성을 견결히 단죄하였으며 감옥안에서도 굴함없이 싸우다가 희생되였다.》

  • ▲ “충청남도 천안군에서 반일봉기에 앞장서서 싸우다가 일제경찰에게 체포된 16살의 녀학생인 류관순은 재판정에서도 재판의 부당성을 견결히 단죄하였으며 감옥안에서도 굴함없이 싸우다가 희생되였다.”(리인형, 『조선역사6』, 교육도서출판사, 주체91, p. 24.). 사진은 스토리케이 이종철 대표가 해당 내용을 프린트로 출력, 밑줄을 그어가며 꼼꼼히 읽은 흔적. ⓒ 뉴데일리 김태민 기자
    ▲ “충청남도 천안군에서 반일봉기에 앞장서서 싸우다가 일제경찰에게 체포된 16살의 녀학생인 류관순은 재판정에서도 재판의 부당성을 견결히 단죄하였으며 감옥안에서도 굴함없이 싸우다가 희생되였다.”(리인형, 『조선역사6』, 교육도서출판사, 주체91, p. 24.). 사진은 스토리케이 이종철 대표가 해당 내용을 프린트로 출력, 밑줄을 그어가며 꼼꼼히 읽은 흔적. ⓒ 뉴데일리 김태민 기자

    나아가 이종철 대표는 "위 논문은 유관순을 친일파가 '소환', '발굴', '부각'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 논문 작성자인 정모씨는 "해방 직후 유관순이 발굴된 데에는 박인덕, 신봉조와 같은 '이화'관련 인사들이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추론에 불과하다.

    이는 정씨가 박인덕, 신봉조의 유관순 관련 발언을 인용하면서, "(중략) 자신들의 '친일' 과거를 덮고 새로운 도덕적 권위를 부여해 줄 표상으로서 유관순을 발견한 것이 아닐까 한다"고 언급한 사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종철 대표는 "유관순 열사를, 친일파가 만들어낸 영웅으로 만든 것은 좌파 사학자들의 '지적 게으름'과 '역사 인식의 주관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청년지식인포럼 <스토리케이>는 2011년 검정제를 통해 처음 발행된 6종 한국사 교과서를 비교 분석하고 2013년에는 검정을 통과한 8종 한국사 교과서를 비교 분석해 보고서를 내는 등 어느 단체도 하지 못한 한국사 교과서 비교 연구 성과를 보여준 바 있다.

    이를 인정받아 최근 교육부는 [남북한 역사 교과서 근현대사 비교]라는 연구과제를 <스토리케이>에 맡기기도 했다. 이 대표는 "교육부의 여러 차례 검증과 엄정한 심사를 거쳐 이번 프로젝트를 수주받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 ▲ 스토리케이 이종철 대표가 '남북한 역사 교과서'를 분석하고 있다. 2014.10.10 ⓒ 뉴데일리 김태민 기자
    ▲ 스토리케이 이종철 대표가 '남북한 역사 교과서'를 분석하고 있다. 2014.10.10 ⓒ 뉴데일리 김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