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국회의원" 비판 쇄도! 누구를 위한 개헌?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론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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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헌(改憲)론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세월호 특별법을 붙들고 무려 151일 동안 공전국회를 야기했던 일부 여야 의원들이 개헌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블랙홀' 등을 우려하며 개헌론에 제동을 걸고 나섰지만, 개헌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형국이다.  

    심지어 여권의 잠재적 대권주자들도 개헌론 주장에 가세하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8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분권형 대통령제 같은 제도는 바로 도입할 수 있다"면서 내년초 개헌 특위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홍준표 경남지사도 "대통령으로 하여금 (개헌으로) 마음을 돌리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여권 내 친박계는 "대통령 집권 전반기에 개헌을 논의한다는 것은 힘빼기에 불과하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개헌론에 군불을 때고 있는 이들은 대체 무슨 꿍꿍이를 감추고 있을까?

    개헌을 둘러싼 정치권의 첨예한 신경전, 그 속내를 들춰봤다.


    ◇ 박근혜 대통령 흔들기?

    개헌론에 가장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세력은 일부 여권 인사와 야권 진영이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여도 모자랄 작금의 현실에서 왜 개헌론에 불을 지피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적잖이 나오고 있다. 

    실제 한 정치권 인사는 "식물국회 주범인 야당이 또 '대통령 흔들기-민생 버리기'에 올인하려 한다"며 강한 비판을 제기했다. 

    개헌에 반대하는 여당 핵심 의원은 8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야당의 장외투쟁 등으로 공전국회가 장기화 됐다"며 "'결국 일 안하는 국회의원'이라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해가기 위해 개헌카드를 띄워 대통령에게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몰고 가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국민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국회에 대한 불만이지 대통령에 대한 불만은 아니지 않느냐"며 "그럼에도 그런 야당 의원들이 개헌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고 개탄했다.  

    특히 그는 "개헌론이 여론에 퍼지게 되면 국민들은 '이 정부가 무능하고 도덕성에도 흠결이 있고 청와대에도 리더십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며 "결국 그런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의도도 분명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친박(親朴) 주류와 비박(非朴) 진영 간의 의견이 갈리긴 하지만 '지금의 개헌 논의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얘기를 하고 있고, 그 부분에 대해서 필요성을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개헌에 목메일 상황이 아니다.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친박계인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도 통화에서 "개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개헌론이 부각되면 모든 이슈가 여기에 쏠려 산적한 민생현안을 챙길 수가 없다"며 현재 개헌론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당 이종진 의원 역시 "개헌론에 반대한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경제를 살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경제가 살아나려는 그런 시점에서 개헌론에 불이 붙기 시작하면 국민의 뜻과는 정 반대로 가는 것 아니겠냐"며 "대통령이 취임한지 1년 10개월쯤 됐는데 지금은 경제살리기 올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5년 단임제를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정치권에 형성돼 있지만, 언제 어떤 구조로 바꿔야 하는지를 놓고 극명한 대립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뉴데일리
    ▲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뉴데일리


    사실 최근 개헌론이 급부상하게 된 배경에는 새누리당 비박(非朴)계의 핵심인 이재오 의원이 이끌고 있는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개헌 모임)'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이 모임에는 무려 여야 의원 총 155인 (새정치민주연합 95인, 새누리당 58인, 정의당 2인)이 참여하고 있다. 이재오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친노(親盧)계 원혜영-유인태 의원이 고문을 맡고 있고, 이군현 새누리당 의원,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여야 간사로 활동하고 있다. 

    여야 의원 각 15명씩 운영위원을 두고 있다. 새누리당 운영위원으로는 권성동, 김용태, 김재경, 김종훈, 김회선, 나성린, 신성범, 안효대, 여상규, 이군현, 정우택, 조해진, 주호영, 진영, 함진규 의원 등이다. 대부분 비박(非朴) 진영 소속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김관영, 김동철, 노웅래, 문병호, 민홍철, 박남춘, 백재현, 부좌현, 오영식, 우윤근, 윤후덕, 이윤석, 전해철, 강기정 의원 등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고 정의당 김제남 의원도 운영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재오 의원 등은 그동안 개헌론을 줄기차게 주장해왔고, 지난 1일에는 의원회관에서 개헌 공론화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  경제 블랙홀 등을 우려하며 개헌 논의 자제를 강하게 요청했지만, 야당과 일부 여당 의원들은 오히려 날선 비판만을 쏟아낼 뿐이다.

    특히 개헌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8일 오전 CBS 라디오에 출연, "정부가 개헌 논의를 하는 게 아니라 국회가 개헌 논의를 하는 것"이라며 "행정부가 하라 마라 간섭할 수는 없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은 국회의 개헌 움직임에 왈가왈부하지 말라]
    는 식의 엄포인 셈이다. 

    여당 이재오 의원의 선봉장 역할에 장단을 맞추듯 야당 지도부도 불붙은 개헌론에 기름을 붓는 모양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를 강조하면서 현 시점에서 개헌 논의에 반대한 것과 관련해 "개헌에도 골든타임이 있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이 개헌 논의에 반대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헌법에 대한 논의는 국회의 당연한 역할"이라면서 "대통령이 세월호특별법 가이드라인에 이은 개헌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것으로, 의회주의를 위협하는 위험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재오 의원과 함게 개헌론에 군불을 때고 있는 박지원 의원은 "후보 때에는 개헌을 공약했다가 당선되고는 공약을 팽개치고 안면을 바꾸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제왕적 대통령이 국가 발전의 싱크홀이 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비난했다.


    ◇ 누구를 위한 개헌?

    개헌을 요구하는 의원들은, 현재의 5년 단임제는 제왕적 대통령 등의 폐해를 갖고 있기 때문에 
    4년 중임제 등의 분권형 대통령제로 권력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제왕적 대통령을 운운하기 전에 '결국 [제왕적 국회의원]들의
     권력 나눠먹기 속내가 아니냐'는 물음에 먼저 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오 의원과 야당은 차기 총선-대선 전에 개헌을 완료하기 위해서는 지금이 골든타임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런 사고방식 자체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행태라는 비판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여당의 핵심 관계자는 "차기 여야 대권주자 중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후보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승패자가 분명한 5년 단임제 보다는 함께 갈 수 있는 내각제 권력구조가 필요할 것"이라며 "핵심은 결국 권력 배분의 대안"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여의도를 위한 개헌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도 야당의 '제왕적 대통령' 운운과 관련, "그렇게 말할 정도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며 "오히려 국회에 권력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회 권력을 강화시키고 있고, 선진화법체제가 되면서 오히려 더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 ▲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뉴데일리
    ▲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뉴데일리



    김재원 부대표는 또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이런 용어는 사실 국회의 생산성을 충분히 갖추거나 산적한 문제를 국회가 해결한다면 모르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만약 대통령과 총리로 권력을 분리했는데, 둘이 충돌해서 국정을 마비시키면 조정을 누가하느냐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그 문제에 대한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면 개헌 논의는 힘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명연 의원은 "대통령이 임기 2년 정도 하면서 제왕적으로 군림했다는 말이 과연 적절하느냐. 제왕적이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뭘 얘기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이런 것을 보면 오히려 제왕적 여의도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강석훈 의원 역시 "국회가 1년 가까이 제구실을 못하다가 이제야 국회에 등원했다. 그런데 이제 자기 중심들을 정치 중심적인 주장을 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개헌에 관심이 없다"고 했고, 종진 의원은 "여러가지로 논의는 해야겠지만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실질적으로 대통령 단임제가 되다보니 그것에 대한 폐해를 개선해보자는 뜻인데, 권력구조가 개편된다고 개선이 될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막말과 갑(甲)질] 논란에 휩싸인 19대 국회는 개헌을 입에 담을 자격이 없다는 비난도 나온다. 

    대통령을 향해 저질 막말을 퍼붓고, 민생 뒷전 행태와 "내가 누군지 알아?" 등의 갑질 행세를 부리더니, 이젠 급기야 자신들의 특권을 더욱 강화시키려고 한다는 비판도 거세다. 

    개헌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의원은 이런 문제점을 의식한 듯 "권력개편 문제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여러 가지 헌법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임에 참여했지만, 지금 개헌 이슈가 뜨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자칫 역풍이 불 수도 있다는 우려감도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