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두구육(鳥頭狗肉)과 기회주의
= 한국 정치의 진화(2) =이 덕 기 / 자유기고가
올해도 봄이 왔다. 여의도에 새(鳥) 소리가 더욱 시끄러워지고 있다.
봄철이어서 인지, 선거철이 다가와서 인지...
그런데 여의도의 철새는 계절이 바뀌어도 절대로 떠나지 않고 지저귄다.
주둥아리가 닫혀있을 때가 없다.
그래서 그곳에 구개의사당(口開議死堂 : 아가리는 열렸는데 논의/토의는 죽은 곳)이 있다.
요즘 여의도에 이상한 동물이 출현했다.
대가리는 새(鳥)인데, 몸통은 개(狗)다.
새(鳥)가 개(狗)로 진화하다가 멈춘 돌연변이다.
‘정치판에서 영원히 철수 안할 새대가리’(어느 시인은 ‘깡통’이라고 했다)가
온갖 잡새와 철새들을 모아 놓고 새(鳥)정치를 한다고 난리를 치다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처먹고 누구든지 구분 없이 이리저리 붙어먹는
개(狗)정치로 진화하려 한 쉰당(新黨?), 즉 ‘새(鳥)연합’이 바로 그것이다.
“새(鳥)대가리 걸어 놓고, 개(狗)고기를 팔기로 했다”... 조두구육(鳥頭狗肉)?
‘새(鳥)연합’에 합의한 후 어디로 나갈건 지,
즉 쉰당의 정강·정책을 정하면서 새(鳥)대가리가 그 무슨 ‘6·15’니 ‘10·4’니 하는 선언을
삭제하자고 했다가, 개(狗) 몸통들의 눈 흘김과 “판 깨자는 얘기냐?”는 협박에 못 이겨
꼬랑지를 내렸다고 한다.
그 선언에 대해 북녘의 ‘식견(食見)있는 지도자’는 “연방제 합의”라고 늘 주장했고,
지금 대(代)를 이은 나이 어린 ‘최고 돈엄(豚嚴)’도 그렇게 확신하고 있을 게다.
물론 새(鳥)대가리와 그의 추종새(鳥)들도 이 사실을 잘 안다.
그러나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하는 대한민국에서는 언제나 있을 수 있는 일,
즉 기회주의만이 살길인거다.
어차피 대한민국의 역정(歷程)을 그렇게 정의(定義)하신 분들의 뜻을 받드는 일이니 말이다.
“원칙적 입장을 지니지 못하고 상황이나 세력관계에 따라 동요하는
무원칙적(無原則的)인 행동이나 그와 같은 사상적 조류(潮流)”...
지금 이 땅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행태다.
여의도 새(鳥)떼-새누리·새연합, 지식인, 종교인, 법조인 등등
각계각층에서 이런 사람들의 목소리가 유난히 높다.
그리고 들이대는 논리와 구사하는 언어 또한 몹시 유려(流麗)하다.
“통일은 대박” 이후 북녘의 어린 ‘최고 돈엄(豚嚴)’ 눈치만 보던
이 땅의 원탁회의 좋아하는 “쓸모있는 얼간이”들이 드디어 ‘코리아 인권’을 내놓았다고 한다.
“북한 인권은 따로 떼어서 접근하면 안 되고
남한 인권 문제와 함께 한반도 전체에서 풀어야 한다”는 게 골자라 한다.
삶은 일신(一身)의 안락을 지향하면서도 의식은 언필층 진보(進步?
아니 眞保=진짜보수)에 머물고자 하는 위선(僞善)이 구조화된 “배울 만큼 배운”,
“가질 만큼 가진” 군상(群像)들의 말따먹기다.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에 대해 그렇게 큰 관심을 보이는 데도,
대한민국 구개의사당(口開議死堂)에서는 ‘북한인권법안’이 아직도 먼지에 쌓여
어느 구석에 쳐 박혀있는 지도 모르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원탁회의를 같이 해 온 멤버들도 여의도의 날개 불그레한 철새들이었다.
대한민국 정체성에 분(糞)칠을 해 온
‘똥 짊어진 당’(똥진당)의 해산을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언제 끝날지 부지하세월이다.
‘석기시대’의 주역과 동고동락하는 똑똑한 법(法)조개
(혁명을 위해 사법시험을 공부했던 便好士)를
비롯한 똥진당 일당들의 시간 끌기 농간(弄奸)은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혹여 우리 존경하옵는 재판관님들도 좌고우면(左顧右眄)하시면 안 되는데... 걱정이 된다.
1956년 서독(西獨) 연방헌법재판소의 독일공산당에 대한 위헌판결에 이런 내용이 있다고 한다. “정당이 자유민주주의를 폐지하기 위한 과도기적 단계로서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한다면,
그것만으로써 곧 위헌이다”...
우리 헌법재판관님들의 신속한 심리와 단호하고 추상(秋霜)같은 판결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자유통일은 여기저기 눈치나 보면서 이곳저곳 기웃거리거나,
또는 이 길 저 길 들락거려서는 절대로 이룰 수 없는 과업이다.
“우리가 하려는 통일은 어디까지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즉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가 구현되는 통일 한반도이다...
"북한을 자극하기 때문에 그것을 지향한다고 명시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2014. 3. 19. 류길재 통일부장관)...
오랜만에 들어보는 당연하지만 신선한 말이다.
여기에 신념과 열정이 합해질 때 통일의 길은 넓고 밝게 열릴 것이다.
문제는 기회주의다.
여의도 새(鳥)떼들의 교언영색(巧言令色)에 속지 말고,
‘쓸모있는 얼간이’들의 양비론(兩非論)에 현혹되지 말아야 할 때다. <더 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