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팀의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이 15일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손을 들며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팀의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이 15일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손을 들며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수년 전 '태극 마크'를 달고 빙판을 누볐던 한 선수가 이번엔 러시아 국기를 달고 나와 금메달을 목에 거는 기막힌 상황이 연출됐다.

    '빅토르 안' 안현수(29·러시아) 쇼트트랙 선수의 이야기다.

    한국시각으로 15일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 경기에서 안현수는 1분25초325의 압도적인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날 준준결승과 준결승에서도 노련한 경기운영 테크닉으로 차원이 다른 '능력'을 과시한 안현수는 초반부터 1위를 선점, 단 한 차례도 선두를 내주지 않는 경기력으로 대망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함께 결선에 출전한 러시아 동료(블라디미르 그리고레프)도 2위를 차지, 겹경사를 누렸다.

    그동안 쇼트트랙에서 취약점을 드러냈던 '동계스포츠 강자' 러시아는 이번 소치올림픽에선 '빅토르 안'의 합류로 대번에 쇼트트랙 강국으로 급부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남자 1,000m, 1,500m,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휩쓸며 3관왕에 등극했던 안현수는 이후 부상과 한국빙상연맹의 파벌 싸움에 휘말려 뒷전으로 밀리는 아픔을 겪었다. 평소 남자 동료가 아닌 여자 동료들과 연습을 할 정도로 심각한 '왕따'를 겪었던 안현수는 결국 국내 무대에선 자신이 설 자리가 없다고 보고, 2011년 러시아 대표팀에 몸을 맡겼다.

    오로지 금메달을 따기 위해 러시아 선수로 귀화한 안현수. 러시아로 떠나기 전, 무릎부상과 스트레스 등으로 심신(心身)이 망가졌던 안현수는 러시아 스포츠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서서히 예전의 기량을 되찾기 시작했다.

    한국의 '옛 스승'까지 러시아에 합류, 정상 컨디션을 되찾은 안현수는 이번 소치올림픽에서 러시아 쇼트트랙 선수단을 리딩하는 간판 선수로 참여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안현수는 정상 컨디션을 되찾은 것은 물론, 예전보다 더욱 노련해진 경기 운영을 선보였다.

    8년 만에 러시아 국적을 달고 '세계 정상' 자리에 등극한 안현수는 500m에서 다시 한번 금메달 사냥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빙상연맹의 파벌 싸움에 밀려 어쩔수 없이 '러시아 선수'가 된 안현수가 '금맥'을 움켜쥐자, 국내 팬들은 저마다 빙상연맹을 맹비난하며 성토를 퍼붓는 모습이다.

    다수의 네티즌은 "세계 정상의 기량을 갖춘 안현수를 빙상연맹이 내쫓았다"며 '선수 관리'에 허점을 드러낸 '빙상연맹'을 힐난하는 글을 관련 기사 댓글로 쏟아내고 있다.

    특히 네티즌의 접속 폭주로 인해 오후 10시 현재 '빙상연맹' 홈페이지는 다운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