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는 한국 속담이 있다. 이 말이 한국 고유의 속담이라 그런 것일까? 한국의 반대편에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전통 강호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맨유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는 듯하다.

    맨유는 9일(현지시간) 맨체스터 올드 트라포드에서 엄청난(?) 명승부를 만들어 냈다. 물론 그 주인공이 그들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2013/201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5라운드에서 맨유의 수석코치였던 르네 뮬레스틴이 이끄는 풀럼과 접전 끝에 2-2 무승부를 기록하며, 승점 1점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앞서 열린 토트넘과 에버튼 경기에서 에버튼이 패배함에 따라 6위 에버튼과의 격차를 4점으로 좁혔지만, 토트넘과는 6점으로 벌어졌다. 유럽 챔피언스의 마지노선인 4위인 리버풀과의 승점 또한 9점으로, 맨유가 3연승을 거둘 때 리버풀은 모두 패배해야 만회할 수 있는 지경까지 온 것이다. 물론 지난 주말, 아스날을 상대로 5골을 폭격한 리버풀이 3연패 한다는 것은 오히려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반 페르시도 부상에서 돌아왔고, 루니는 여전히 맨유의 활력소이자 중심축이다. 또한 지난 달에는 모예스가 스페인의 플레이메이커 후안 마타를 직접 맞이하며 새로운 맨유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FC바르셀로나나 레알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 등 단골 강호들이 자랑하는 일명 '크랙' 인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아르옌 로벤급의 선수가 없는 맨유로선 조직력을 강화해야 했고, 장신 공격수가 없기에 오밀조밀한 패스 위주의 축구를 전개해야 했다. 하지만 에슐리 영, 야누자이 등이 남발한 크로스만 무려 81회, 맨유는 지난 시즌의 좋은 기억은 온데간데 없이, 신바람 나는 축구를 하는 데 또 실패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더 이상 네만야 비디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수비수는 아니라는 것이 이번 풀럼전에서 증명되었다. 비디치는 종료 직전 마이클 캐릭으로 향하는 헤딩 패스 미스를 범해, 통한의 동점골을 내주며 주장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하였다. 물론 수비 문제는 비디치 한 사람만의 문제는 아니다. 1점 리드를 할 때, 선수들의 체력을 감안하여 좀 더 유연한 경기 운영과 볼 배급이 이루어졌어야 했는데, 이런 부분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끌던 시절에 이런 상황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하나부터 열까지, 맨유는 총체적인 문제점에 빠져있다. 답이 없는 전술과 조직력에 '멘탈' 까지 약해지며, 맨유를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에 머물게 만들고 있다. 성격이 유별났지만, 에릭 칸토나와 로이 킨 등이 그리운 이유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질문해본다. 맨유는 환상적인 선수들은 분명 많지만, 묵묵히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리더가 없다. 이미 예전의 기량을 잃은 라이언 긱스와 리오 퍼디난드에게 이런 역할을 맡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불과 13경기를 놔두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상위 4팀에게만 주어지는 유럽 챔피언스 리그에 참가하지 못하게 된다면, 선수들의 이탈뿐만 아니라, 여름 이적시장도 계획대로 보내지 못할 것이다.

    [사진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홈페이지 / 데이비드 모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