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 인터뷰] 정우, "변신 부담? 아직은..상황에 맡기고 싶다"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가 됐다는 말이 있다.
배우 정우를 두고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탄탄한 연기력과
성실함을 기반으로 차지한 자리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단순히 [운]만으로 스타가 됐다고
언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우는
특유의 꾸밈없고 유쾌한 웃음으로
인터뷰 시간 내내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연기에 대해 이야기할 때만큼은 달랐다.

그는 오랜 시간
지금을 위해 준비하고 기다려온 것처럼 보였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원하는 역할을 위해
차분히 기다렸다고 답 할 때의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연기자로서의 생각이 분명해 보였다.

그의 발전이 기대되고
반짝 스타로 그치지 않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이었다.

유쾌함과 진지함을 갖춘 그는
참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카메라가 어색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원래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카메라보다 아직 인터뷰가 익숙하다. (웃음)
그래도 리포터 분들이랑 익숙해졌다.
<응사> 배우들과 같이 할 때와
혼자서 할 때랑 약간 다른 것 같다.
카메라를 보면서 처음 뵙는 분이랑 인터뷰를 하면
어색하긴 한 것 같다.
원래 낯을 좀 가리는 편이다.
술자리도 세 명 정도 있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성격과 비슷한 캐릭터는? 신원호 감독은?

그래도 쓰레기다.
친한 사람들에게는 쓰레기(캐릭터)처럼 행동한다. (웃음)
극본을 받고 신원호 PD님이 고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평범한 느낌의 감독님은 아니었다.
첫 미팅 때 감독님과 한 마디도 안 했었다.
어떤 질문이나 이야기도 없으셨다.
왜 그랬는지 궁금했는데 잘 모르겠다.
(드라마를) 하기로 결정이 되고
그때부터 조금씩 친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출연했던 작품은 거의 다 보셨던 것 같다.

처음 캐릭터를 봤을 때 느낌은?

대본을 보면서 시원했다.
어떤 장치들은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대중들의 반응에 대해서
어떻게 올지를 이미 예상을 하시고 계신 것 같았다.
운이 좋아서 얻어 걸린 케이스는 아닌 것 같았다.

<응사>의 흥행 예상은 했었나?

대본을 받고, <응답하라 1997>을 봤었다.
전작에 대한 소문을 들었기 때문에 봤다.
너무 재미있었다.
완성도 부분에서 이야기나 디테일을 잘 잡아낸 것 같았다.
일단은 안심이 됐다.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심은 0.1%도 안 했다.
이 작품뿐만 아니라 한 번 믿고 가기로 했으면
감독님의 말씀을 신뢰하는 편이다.
<응사> 현장에서는 거의 모니터도 안 했다.
(어떻게 나왔는지는) 방송으로 확인 했다.

캐릭터 설정은 어떻게 했나?

큰 맥락은 대본에 나와 있는 대로 했다.
하지만 디테일은 감독님께서 나에게 전적으로 맡겨 주셨다.
그것이 나에게는 큰 힘이 됐다.
드라마에서 욕심을 냈던 것은
대사가 애드리브처럼 보였으면 하는 것이 있었다.
어떤 것이 대사다 애드리브다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주어진 대본대로 했던 것 같다.
기억이 나는 것은 성균이에게
[살인마 새끼]라고 했던 것 정도였다.
물론 하면서 호흡이나 손짓 같은 것은
내 입맛에 맞게 한 것은 있다.
감독님이나 작가님들은 나를 무한신뢰했다.
나 역시 무한신뢰를 하고 있었다.
거기서 시너지가 파생된 것 같다.

생활연기를 벗어난 연기도 가능할지?

내 안에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아껴두고 있는 것도 있고
또 실망스럽지 않게 보여주기 위해서
녹슬지 않게 준비하고 있다.
물론 큰 패턴은 비슷할 것이다.
원래 리얼한 연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렇다.
내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들을 먼저 하고 나서
장르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역할들을 해보고 싶다.
변신을 하고 싶거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부담은 없다.
상황 자체에 맡기고 싶다.

작품이 요즘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예전에도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많이 참고 있었다.
그게 많이 힘들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었다.
내실을 쌓고 싶었다.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주인공을 공격수로 표현하고 싶다.
앞장서서 뛰어가는 포지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경험이 많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미드필더나 수비수를 하게 된다면
내가 불안해 할 것 같았다.
공격을 했던 감을 잃어버릴 까봐
그것이 정말 두려웠다.

조연으로서의 경험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주연으로서 작품을 크게 볼 수 있는 눈도 필요하다고 봤다.
그런 기회들이 생각보다 덜 했었다.
작품에서 포지션에 맞게
역할에 맞게 연기를 해나가는 경험치를
많이 쌓아나가고 싶었다.
많이 기다렸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다.

이번 작품에서 내실을 쌓았다고 보는가?

이번 작품에서는 내실뿐만 아니라
인지도도 얻게 됐다.
또한 스탭들과 배우들이 워낙 훌륭하다 보니
많이 덕을 본 것 같다.
(고)아라 같은 경우에는
스타성이 분명 있었던 친구였다.
그런 부분에서 도움 받는 게 있었다.
내가 아니었어도 이 작품은 인기를 얻었을 것이다.

영화 <바람>?

영화에서 나온 이야기는
거의 사실이라고 보면 된다.
아버지 돌아가신 사실이나, 형과의 이야기,
친구들과 방황한 이야기는 사실이다.

정우씨에게 있어 아버지의 의미는?

그냥 뭐라고 해야 할까.
전에는 천하무적 태권브이 같았다.
지금은 슬픔이다.
힘든 일이 있을 때보다
좋은 일이 있을 때 그런 생각이 더 다가오는 것 같았다.
어릴 적만 해도 정말 큰 언덕이셨다.
무엇이든 다 할 수 있고
내 곁에서 지켜주시는 분이셨다.
지나고 나니까 되도록 생각을 안 하려고 한다.
슬프다.
힘들 때는 생각이 잘 안 난다. (눈물)

키스로 잔재주 부리는 게 싫다고 했는데?

쉽게 이야기하면 감정이 우선이고
그 다음이 보여주는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두 개 다 필요하다.
연석이와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 하다가 기사화 돼서
그렇게 된 것 같다. (웃음)

그렇다면 극중 상대역에게 잔재주를 부렸던 경험은?

거의 없었다. (웃음)
키스신만 그렇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연기 자체를 말하는 것이다. 

바로와의 키스신은 왜 잔재주를 부렸나?(웃음)

감정적인 것보다 벌칙이었으니까.(웃음)
원래는 볼에다 하는 것이었는데
약할 수도 있겠다고 해서 두 가지 버전을 찍었다.
장난을 좀 쳤다. (웃음)

대세가 됐다는 느낌은 언제 느꼈는지?

팬들의 반응이 아직도 적응이 안 되긴 한다.
실감이 안 난다.
시상식에 갔을 때 소리를 많이 질러 주셔서 힘은 났다.
물론 이전의 시상식 할 때 느껴보긴 했지만
(나를 알아본다는 느낌보다)영화제에 어느 배우가
레드카펫을 밟으니까 응원해주는 느낌이었다.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겼다는 것,
그것에 너무 감사드린다.
내가 하고 싶은 작품들의 폭이 넓어진 것에 대한 기쁨이 있다.

차기작은?

꼼꼼하게 보고 있다.
아직 어떤 작품이 될지 모르겠다.
영화 쪽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품이 끝나기도 전에 차기작을 선택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봤다. (그래서 시간이 좀 걸렸다.) 
끝내지도 않은 상태에서 다른 작품 대본을 받아서
스탭 밟을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했다.   

손호준이 뮤지컬을 했다.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면?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해라. (웃음)
안 그래도 문자가 왔었다.
고맙다고 하더라.
웃으면서 문자 메시지 주고받았다.
언제든지 오라고 하면 갈 것이다.
익숙해지면 부를 것 같더라.
보고 싶다.
응원해주고 싶다.

롤모델이 있다면?

송강호 선생님 너무 좋아한다.
꿈같은 분이다.
<관상>에서 함께 출연한 (조)정석이가 정말 부러웠다.
투탑으로 서면 정말 펑펑 울 것 같다. 

[ 사진= 정상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