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슨 말을 할까요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 말문이 막혔습니다.
    할 말을 잊었습니다.
    할 말이 없습니다.

    민주 정치는 ‘대화의 정치’라고 하지만
    검은 것을 희다고 하고 흰 것을 검다고 우기는 사람들과
    무슨 대화가 가능합니까.

    인민공화국의 2인자라고 높이고 떠받들던 고모부를 단숨에 해치우고
    헤실헤실 웃고 돌아다니는 김정은과 대화가 가능하다고 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 ‘지도자’와 그런 정권을 두둔하면서, 북의 장성택 사건과 남의 이석기 사건이 같은 것이라고 어거지 논리를 펴는 자가 태평로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과 무슨 대화를 할 수 있습니까. 국회의사당이 타버린 것도 아닌데 장외투쟁을 하겠다면서 서울 시청 앞에 천막을 치고 “민중이여 일어나라”고 헛소리하는 국회의원들과 무슨 대화를 해야 합니까.

    국정원의 댓글 사건을 (그것도 미친놈들의 미친 짓이지만) 들고 나오면서 18대 대선이 무효이니 박근혜는 청와대를 떠나야 한다고 떠드는 흉측한 인간들과는 인사를 나누기도 어려운데 무슨 대화가 가능하다는 말입니까.

    인양된 <천안함>의 잔해는 가서 보지도 않고 “이것은 ‘북’의 소행이 아니다”라며 입에 거품을 물고 떠드는 ‘정신병자들’과 대화를 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가 아닙니까. 이 나라의 노조는 ‘치외법권(治外法權)’에 속하는 집단입니까. 이 나라의 철도 노조는 국가 권력보다 더 높은 자리에 도사리고 앉은 겁니까. 이런 사람들과 과연 대화나 협상이 가능한가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그 동안 대한민국의 정치는 썩을 대로 썩을 대로 썩었습니다. 저런 국회의원들이 있는 것도, 저런 시민 단체들이 와글와글 하는 것도, 저런 노조가 판을 치는 것도, 대한민국을 지키려고 결심한 정치 지도자들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김일성의 남침으로 6.25가 터졌을 때 목숨을 걸고 대한민국을 지킨 그 정신으로 오늘 우리는 우리들의 조국 대한민국을 사수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