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 반응 미묘한 변화, ‘박원순 찬양’→‘귀족노조에 혈세 퍼 줘’누리꾼들 지하철-철도파업 본질적 차이 오해
  • ▲ 18일 새벽, 서울메트로 파업 철회 소식을 올린 박원순 시장의 페이스북.ⓒ 화면 캡처
    ▲ 18일 새벽, 서울메트로 파업 철회 소식을 올린 박원순 시장의 페이스북.ⓒ 화면 캡처


    [10분 등장]에
    파업 막은 [영웅]으로..

    박원순 시장의 [깜짝쇼]


    17일 밤 11시 10분,
    서울 사당동에 있는 서울메트로 본사.
    서울지하철 1~4호선 파업을 눈앞에 둔 노사 양측이
    파국을 막기 위한 마지막 교섭에 나선 직후,
    박원순 서울시장이 협상장을 깜짝 방문했다.

    잠시 뒤인 11시 20분,
    서울메트로 노사 양측은
    예고된 지하철 파업을 불과 9시간 남짓 앞두고
    전격적인 협상 타결 소식을 전했다.

    협상장에 와 있던 박원순 시장은
    노사 양측 관계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면서
    감동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노사 교섭의 주인공인 장정우 서울메트로 사장,
    박정규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을 양 옆에 세우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서울메트로 노사 교섭 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은
    박원순 시장의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박 시장은 사진과 함께
    짤막한 소감을 밝힌 글을 함께 올렸다.

    메트로 노사가 소통을 통해 시민의 편에 섰습니다.
    만사 제치고 달려갔습니다.
    서울의 지하철은 한결 같이 새벽을 깨우며
    고단한 시민의 위로가 될 것입니다.

    마음으로 응원해 주신 시민여러분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 박원순 시장, 서울메트로 협상 타결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


    박원순 시장이
    서울메트로 노사 양측의 손을 잡은 기념사진은
    SNS와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협상 타결 직전
    불과 10분 동안의 등장으로,
    박원순 시장은 서울지하철 파업을 막은 [영웅]이 됐다.

    마지막 협상을 지켜보던 기자들의 카메라는 모두 그를 향했다.

    트위터는
    박원순 시장을 칭송하는 글들로 넘쳐났다.
    박원순 시장을 박근혜 대통령에 빗대는 게시글들도 적지 않았다.
    박원순 시장을 칭송하는 누리꾼들의 반응은
    흡사 <용비어천가>를 떠올리게 할 만큼 뜨거웠다.

  • ▲ 박원순 시장이 서울메트로 파업을 막았다는 취지의 트위터 게시글들.ⓒ 트위터 화면 캡처
    ▲ 박원순 시장이 서울메트로 파업을 막았다는 취지의 트위터 게시글들.ⓒ 트위터 화면 캡처
     
  • ▲ 박원순 시장이 서울메트로 파업을 막았다는 취지의 트위터 게시글들.ⓒ 트위터 화면 캡처
    ▲ 박원순 시장이 서울메트로 파업을 막았다는 취지의 트위터 게시글들.ⓒ 트위터 화면 캡처
     
  • ▲ 박원순 시장이 서울메트로 파업을 막았다는 취지의 트위터 게시글들.ⓒ 트위터 화면 캡처
    ▲ 박원순 시장이 서울메트로 파업을 막았다는 취지의 트위터 게시글들.ⓒ 트위터 화면 캡처

    박원순 시장이
    [서울메트로 파업 철회의 주인공]으로 올라서는 데에 필요한 시간은
    10분이면 충분했다.

    반면
    며칠간 밤을 새워 가면서 파국을 막아낸
    서울메트로 사장과 노조위원장은
    박원순 시장을 더 빛나게 만드는 조연에 만족해야 했다.

    박원순 시장에 대한 누리꾼들의 [찬양]
    박근혜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다.

    서울메트로 파업을 철도파업에 비교하면서,
    정부의 무능을 탓하는 글들도 올라오고 있다.

    박원순 시장이 지하철 파업을 막은 것처럼,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가 사태 해결을 위해
    노조와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댓글도 있다.



    법률적 성격이 전혀 다른
    지하철파업-철도파업


    그러나 지하철파업과 철도파업의 본질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말하는 누리꾼들은 거의 없다.

    서울메트로의 파업은 퇴직급과 급여 인상, 정년 연장 등
    [전형적인 근로조건 개선]을 이유로 했다.

    이와 달리 철도파업
    법령과 판례상,
    처음부터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반대]를 계기로 일어났다.

    이 두 가지 사안을 단순 비교하는 누리꾼들의 태도는
    매우 우려스럽다.

  • ▲ 경기도 의왕시 이동 의왕컨테이너기지 오봉역에 철도파업으로 운행을 멈춘 화물열차들이 서 있다.ⓒ 연합뉴스
    ▲ 경기도 의왕시 이동 의왕컨테이너기지 오봉역에 철도파업으로 운행을 멈춘 화물열차들이 서 있다.ⓒ 연합뉴스

    퇴직금과 급여, 정년 연장의 문제는
    [대화] 혹은 [소통]으로 풀 수 있는 사안이다.

    나아가 이것은
    현행 노동관계법령이 인정하는 [단체교섭의 범위 안]에 있다.

    즉, 서울메트로 노조 파업은
    노사 양측이 이른바 [소통][대화]로 풀 수 있는 안건이었다.

    박원순 시장이 협상타결 직전,
    협상장에 10분간 얼굴을 내밀어
    [기적]처럼 풀린 사안이 아니란 얘기다.

    반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철도파업
    처음부터 노사간 대화(단체교섭)의 대상 자체가 아니었다.
    코레일과 노조가 대화를 한다고 해서 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란 말이다.

    노조가 주장하는 것처럼,
    코레일의 자회사 설립이 민영화를 위한 수순이라고 해도
    사정은 달라질 것이 없다.

    [공기업 민영화]
    단체교섭의 대상이 아니며,
    이를 위한 파업은 [불법]이란 것이
    우리 대법원의 확고한 태도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현행법령과 대법원 판례를 통해 분명하게 드러난다.

    [민영화]
    근로조건 개선과 관계가 없다
    는 것이
    우리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다.

    대법원은
    지난 2002년 2월 벌어진 철도파업에 대해
    “민영화는 근로조건 개선과 관계가 없다”면서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즉, 노조의 주장대로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방안]을
    민영화의 수순이라고 가정하더라도,
    [공기업 민영화 반대]를 이유로 한 쟁의행위는 불법이다.

    이미 대법원은
    지난 2002년 2월과 2003년 6월 벌어진 [철도민영화 파업]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정리해고사업조직 통폐합, 공기업 민영화
    [기업 구조조정 실시 여부]는
    [경영주체의 의한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 ▲ 전국철도노동조합이 파업에 들어간 지 삼일째인 11일 오후 부산 동구 부산역광장에서 철도민영화를 반대하는 민주노총 부산본부 조합원들이 삭발투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전국철도노동조합이 파업에 들어간 지 삼일째인 11일 오후 부산 동구 부산역광장에서 철도민영화를 반대하는 민주노총 부산본부 조합원들이 삭발투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막기 위한 노조의 파업에 대해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이어 대법원은
    [공기업 민영화] 등으로
    근로자들의 지위나 근로조건이 변경되는 경우가 발생해도
    이것을 이유로
    [파업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정리해고나 사업조직의 통폐합, 공기업의 민영화 등
    기업의 구조조정의 실시 여부는
    경영주체에 의한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이는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그것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순한 의도로 추진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노동조합이
    그 실시 자체를 반대하기 위하여 쟁의행위에 나아간다면,
    비록 그 실시로 인하여
    근로자들의 지위나 근로조건의 변경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하더라도
    그 쟁의행위는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는 것.


       - 대법원 2005년 4월 29일 선고
                   2004두10852 판결 중 일부


    법조인들의 견해 역시
    대법원 판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수서발 KTX 민영화 반대]가
    [적법한 파업]의 요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현직 법조인들의 일반적인 판단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철도파업에 대한 법률적 성격은 분명하다.
    [근로조건 개선과 관련이 없는] 명백한 불법 파업이다.


    박원순의
    [협상장 퍼포먼스]
    거북한 이유는..


    상황이 이런데도
    박원순 시장에 대한 누리꾼들의 칭송이 이어지는 이유는,
    그가 보인 처세(處世)가 그만큼 기민(機敏)했기 때문이다.

    협상 타결 직전
    협상장을 전격 방문한 [박원순식 퍼포먼스]는,
    협상장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한 몫을 단단히 했다.

    협상 상황 취재를 위해 모여 있던 기자들의 관심이
    박원순 시장에게 쏠린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리고 그는 협상 타결 직후
    노사 대표와 손을 잡은 기념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시민을 위해 만사 제쳐 놓고 달려간 서울시장]의 모습을
    시민들에게 각인시켰다.

    물론 서울시는
    지하철 파업을 막기 위한 물밑 중재에
    많은 공을 들였다.

    박원순 시장의 정책특보가
    협상장에서 조정자 역할을 한 것도 맞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파국을 막은 주역은
    서울메트로와 노조의 협상대표들이지 박원순 시장은 아니다.

    박원순 시장의 [협상장 퍼포먼스]
    뒤를 이은 [페이스북 자화자찬]이 거북한 이유는,
    짐짓 겸손한 듯
    자신의 공을 내세우지 않는척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영웅]으로 부각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 영민함 때문이다.



    지하철 파업 철회,
    누리꾼 반응 미묘한 변화

    “박원순은 영웅”→
    귀족노조에 혈세 퍼준 꼴”


    흥미로운 것은
    서울메트로 파업 철회 소식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이
    시간이 흐르면서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서울메트로 파업 철회에 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여전히 박원순 시장을 영웅으로 칭송하는 경우다.

    일부 누리꾼들은 지금도
    협상의 달인, 신뢰, 소통 등의 단어를 동원해
    박원순 시장을 띄우는 댓글을 올리고 있다.

    박원순 시장을 칭송하는 누리꾼들은
    현 정부를 비난하는 글도 함께 올리면서,
    철도파업의 책임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돌리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두 번째는 지하철 파업 철회를
    [깡통진보] 진영의 [연대파업]이란 측면에서 보는 시각이다.

    특히 이 경우는
    박원순 시장이
    전국적인 [파업 대오]를 깨트렸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다른 누리꾼들의 눈길을 끈다.

  • ▲ 서울메트로 노조의 파업 철회와 관련돼 박원순 시장의 개입을 비판하는 게시글들.ⓒ 트위터 화면 캡처
    ▲ 서울메트로 노조의 파업 철회와 관련돼 박원순 시장의 개입을 비판하는 게시글들.ⓒ 트위터 화면 캡처
     
  • ▲ 서울메트로 노조의 파업 철회와 관련돼 박원순 시장의 개입을 비판하는 게시글들.ⓒ 트위터 화면 캡처
    ▲ 서울메트로 노조의 파업 철회와 관련돼 박원순 시장의 개입을 비판하는 게시글들.ⓒ 트위터 화면 캡처
     
  • ▲ 서울메트로 노조의 파업 철회와 관련돼 박원순 시장의 개입을 비판하는 게시글들.ⓒ 트위터 화면 캡처
    ▲ 서울메트로 노조의 파업 철회와 관련돼 박원순 시장의 개입을 비판하는 게시글들.ⓒ 트위터 화면 캡처

    이들은
    철도파업-
    지하철 파업-
    민주노총 연대 파업-
    민주당 및 통진당 등 야당의 [대선 불복 선언]
    으로 이어지는
    [동시다발적 반정부투쟁]의 연장선상에서,
    박원순 시장이 [노동자]들을 저버렸다는 배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철도파업을 계기로
    박근혜 정부를 뒤 흔들 수 있는 다시없는 기회를
    박원순 시장이 깨트렸다는 비판이다.

    세 번째는 이른바 [박원순의 쇼]를 비판하는 경우다.

    서울지하철 노사갈등의 핵심이
    퇴직급과 급여, 즉 [돈]에 있었던 만큼
    파업 전에 타결된 사안이었다는 분석이다.

    노조가 파업을 예고한 것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었고,
    박원순 시장이 나서
    파업 철회의 극적 효과를 높였을 뿐이란 지적이다.

  • ▲ 서울메트로 노사간 협상 내용이 알려지면서 박원순 시장이 귀족노조에게 혈세를 퍼준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트위터 화면 캡처
    ▲ 서울메트로 노사간 협상 내용이 알려지면서 박원순 시장이 귀족노조에게 혈세를 퍼준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트위터 화면 캡처
     
  • ▲ 서울메트로 노사간 협상 내용이 알려지면서 박원순 시장이 귀족노조에게 혈세를 퍼준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트위터 화면 캡처
    ▲ 서울메트로 노사간 협상 내용이 알려지면서 박원순 시장이 귀족노조에게 혈세를 퍼준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트위터 화면 캡처

    실제 서울메트로 노조는
    파업 철회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얻었다.

    감사원와 국회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퇴직금 누진제를 폐지하지 않아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벌점을 받아 온 서울메트로는, 
    누진제를 폐지하는 대신
    호봉 가산 및 복지포인트 증액 등의 방법으로
    50% 수준의 퇴직수당 보전에 합의했다.

    서울메트로 노사가 합의한
    2.8%의 임금인상률은
    올해 물가 상승률(1.2%)의 두 배가 넘는다.

    서울메트로의 노사 협상 결과가 알려지면서
    박원순 시장이
    [귀족노조]에게 서울시민의 혈세를 쏟아 붓는 대가로,
    [시민의 환심]을 샀다는 비판도 시간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