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 검사 사표 뒤에도 감찰 강행..본인은 법무부장관 감찰 거부'가족애' 부각 말고 책임지는 자세 보여야
  • ▲ 채동욱 총장의 취임식 당시 발언을 강조한 TV조선의 방송 화면.ⓒ TV조선 화면 캡처
    ▲ 채동욱 총장의 취임식 당시 발언을 강조한 TV조선의 방송 화면.ⓒ TV조선 화면 캡처

    취임 180일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채동욱 전 총장의 겉 다르고 속 다른 이중적 행태가 속속 드러나면서
    [채동욱 스캔들]로 인한 충격파가 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채동욱 전 총장의 [앞뒤가 맞지 않는] 석연치 않은 언행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혼외 아들 의혹]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는 정정보도 청구 소송은 전격 취하하면서,
    실제 성사여부가 불투명한 유전자검사만을 강조했다.

    자신을, 6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한 [단명 총장]으로 만든
    <조선일보>의 기사가 정말 오보(誤報)였다면,
    상식적으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취하한 것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검찰인의 처신은
    어떠한 경우에도 보편적인 윤리 기준과 국민의 눈높이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며 공직자로서의 처신을 강조했지만,
    법무부의 [진상조사 결과]를 보면
    엄격한 검사 [채동욱의 밤]은 그 누구보다 화려했다.


    이미 사표를 낸 지방 검찰청 차장 검사에 대한 [감찰]을 강행한 채동욱 총장은, 
    정작 자신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감찰지시]는 노골적으로 거부했다.


    언론이 숱한 의혹을 쏟아냈지만
    그때마다 채동욱 총장은 검찰 조직의 뒤에 숨었다.
    애꿎은 검찰청 대변인만이 총장의 개인사를 해명하느라 고초를 치렀다.


    자신의 불미스런 처신으로 검찰조직 전체가 동요하고,
    국민의 신뢰를 잃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끝까지 억울하다는 말만 할 뿐,
    사과다운 사과는 없었다.


    [혼외자 의혹을 사실이라고 보기에 충분할 정도]라는

    법무부의 [진상조사 결과]에 이어,
    내연녀로 알려진 임모 여인과 함께 거주한 [가정부]의 결정적 폭로가 나오면서
    채동옥 총장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높아만 갔다.
    그리고 이 사이 총수의 부적절한 개인사에 검찰은 만신창이가 됐다.

    채동욱 총장의 퇴임식에 참석한 검찰 간부들의 굳은 표정은
    이번 사건으로 검찰이 받은 상처의 깊이를 엿볼 수 있게 했다.

    채동욱 총장은 30일 열린 퇴임식에서 유독 [가족애]를 부각시켰다.
    채동욱 총장의 부인과 고교생인 작은 딸은 식장의 오른쪽 앞자리에 앉아 퇴임식을 지켜봤다.

    "39년 전 고교 동기로 만나 힘이 돼 준 아내,
    하늘나라에서도 변함없이 아빠를
    응원해주는 큰딸,
    지쳤을 때마다 희망과 용기를 되찾게 해준 작은딸에게 고맙다“

    "최고의 가장은 아니었지만
    부끄럽지 않은 남편과 아빠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


    가족애를 강조한 채동욱 총장의 모습은
    자신을 둘러싼 [혼외 아들 의혹]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채동욱 총장은 가족에 대한 살뜰한 애정을 드러내면서
    퇴임식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자신의 취임 6개월을 조명하는 동영상이 상영 될 때는
    감정이 복받쳤는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 ▲ 채동욱 전 총장이 30일 열린 퇴임식에서 동영상을 보다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 채동욱 전 총장이 30일 열린 퇴임식에서 동영상을 보다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그런 채동욱 총장을 바라보는 검찰의 시선은 싸늘했다.

    채동욱 총장의 이력을 소개할 때도,
    [채동욱]을 검찰의 상징처럼 묘사한 동영상이 상영되는 동안에도
    퇴임식에 참석한 검찰 간부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채동욱 총장도 검찰 내부의 냉랭한 분위기를 의식했는지
    관례를 깨고 일부 간부진하고만 악수를 한 뒤 총총히 식장을 빠져나갔다.
    떠나는 채동욱 총장을 지켜보는 검찰 간부들의 얼굴은 밀랍인형처럼 굳어 있었다.

  • ▲ 채동욱 총장의 퇴임식에 참석한 검찰 간부들의 모습.ⓒ 연합뉴스
    ▲ 채동욱 총장의 퇴임식에 참석한 검찰 간부들의 모습.ⓒ 연합뉴스

    채동욱 총장이 떠나면서
    그의 겉 다르고 속 다른 언행들도 하나 둘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특히 채동욱 총장 사퇴의 직접적 원인이 된,
    [감찰]과 관련된 일화가 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4월 4일 채동욱 검찰총장은 취임식을 가졌다.

    이날 그는 유독 검사의 [청렴]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직 전체를 위해 누구든 [청렴]을 저버린다면,
    그 뿌리를 들어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조직 전체를 치명적인 위기로 몰아갈 수 있는
    검찰 구성원의 작은 실수까지 살필 수 있도록 [감찰] 기구를 확대하고,
    외부 [감찰] 인력 늘리는 등 [감찰]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것.


    채동욱 총장은 자신의 선언을 실천에 옮겼고,
    내부에서 지나치다는 반발이 나올 정도로 엄격하게 책임을 묻는 모습을 보였다.

    채동욱 총장의 살벌한 [감찰] 칼 끝에 희생당한 대표적인 사례가
    이준명 전 창원지검 차장 검사에 대한 징계다.

    이 전 차장 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씨와 관련된 형사 사건에 대해
    내용을 언론에 잘못 알렸다는 이유로 [감찰]을 받았다.

    심지어 채동욱 총장은
    이 전 차장이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낸 상황에도 불구하고 [감찰]을 강행했다.

    검사가 수사 상의 과오가 아닌
    언론에 대한 대응 미숙을 이유로 징계를 받은 것은
    이 전 차장이 처음이었다.

    이 전 차장에 대한 [감찰]은
    여러 면에서 [혼외 아들 논란]으로 촉발된 [채동욱 스캔들]과 대비된다.

    가장 극적인 것인
    그토록 [감찰]을 강조하던 채동욱 총장이
    법무부장관의 [감찰] 지시를 거부하면서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사실이다.

    지검 차장은 언론 대응이 미숙했다는 이유만으로
    사표를 낸 뒤에도 [감찰]이 이뤄졌고,
    검찰총장은 [혼외 아들 의혹]이라는,
    헌장 사상 유래를 찾을 수 없는 불미스런 의혹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법부부장관의 [감찰] 지시를 정면에서 거부했다.

    [조직 전체를 치명적인 위기로 몰아갈 수 있는
    구성원의 작은 실수까지 살피기 위해]
    누구보다 [감찰]의 역할과 기능을 강조하던 모습은 6개월 만에 자취를 감췄다.

    그가 말한 [감찰]은
    [검찰의 전설이 되고자 한 검사 채동욱]을 제외한
    그 밖의 검찰 구성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었을까?

    부하를 향한 냉혹한 [감찰]의 잣대를
    [혼외 아들 논란]으로 의혹의 중심에 선 자신에게는 작용치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퇴임식은 끝났고 제39대 채동욱 검찰총장은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채동욱 총장은 퇴임식에 참여한 간부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뒤 
    “여러분들이 보인 헌신을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일부에서 한 때 [특수수사의 교본]으로 추켜세웠던 채동욱 검사는
    자신의 총장 [취임사]를 끝내 지키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했다.
    말과 행동이 달랐기 때문이다.

    자연인 채동욱이 검찰의 전설로 기억되길 바란다면
    [퇴임식]에서 한 말만은 지켜야 한다.

    자신의 부하와 동료들이 보여준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본인이 떳떳하게 공개석상에 나와야 한다. 그리고 진실을 말해야 한다.

    [엄격한 검사] 채동욱이 보여준 [낮]과,
    [법무부의 진상조사] 및 내연녀 [가정부]의 폭로로 드러난
    [밤의 모습]이 달랐다면 그것도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


  • ▲ 내연녀 가정부가 공개한 채동욱 전 총장의 연하장과, 채 전 총장의 방명록 글씨의 필적감정결과를 보도한 TV조선 방송.ⓒ TV조선 방송 화면 캡처
    ▲ 내연녀 가정부가 공개한 채동욱 전 총장의 연하장과, 채 전 총장의 방명록 글씨의 필적감정결과를 보도한 TV조선 방송.ⓒ TV조선 방송 화면 캡처

    법무부의 진상조사와 내연녀 가정부의 폭로는
    꾸며냈다고 보기엔 내용이 너무 리얼하다.

    가정부가 공개한 [연하장]의 [필적감정결과] 역시 마찬가지다.
    더구나 그가 내연녀 및 혼외 아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있다는 증언까지 나오고 있다.

    자신의 개인사로 인해 만신창이가 된 검찰을 위해
    이번만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자연인 채동욱의 다음 행보에 눈길이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