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국제업무지구] 주민들 피해만 남기고 끝나나?박원순 "뭐라고 오늘 확답을 할 순 없다. 다음에 밤을 새워 이야기하자"
  • ▲ 서부이촌동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은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개발구역으로 묶인 후 손님이 줄어들어 영업이익이 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상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음에 이야기하자"고 말했다ⓒ윤희성
    ▲ 서부이촌동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은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개발구역으로 묶인 후 손님이 줄어들어 영업이익이 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상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음에 이야기하자"고 말했다ⓒ윤희성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정부의 철도경영 정상화 대책으로 2006년 확정됐다. 
    서울시는 이 사업에 서부이촌동 일대를 포함시켰다.

    30조원 규모의 대형 개발사업으로 확대된 <용산국제업무지구>.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

    시행사 부도 등으로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주민들에게
    피해만 남기고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그간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던 주민, 건물주, 땅 주인들은
    7년간 끌어온 이번 개발사업에 대한 책임을 서울시에게 묻고 있다.



  • ▲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은 LG 야구단의 초청으로 시구자로 나섰다ⓒ이종현
    ▲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은 LG 야구단의 초청으로 시구자로 나섰다ⓒ이종현





    서울시는 그간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최근 박원순 시장이 직접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지난 1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용산구를 방문했다.
    박 시장은 이날 오후 6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
    <용산국제업무지구 주민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주민간담회는 박원순 시장이 직접 주민들의 어려움을 듣고
    해결책을 같이 모색하자는 취지였다.

    박원순 시장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을 찬성하는 주민들과
    반대하는 주민들을 따로 만났다.

    또 박원순 시장은
    서부이촌동 지역이 개발구역으로 묶이면서
    상권이 붕괴돼 피해를 본 상인들과도 만남을 따로 가졌다.

    문제의 핵심은 서울시의 대책방안이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은
    "그냥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왔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 ▲ 용산구 보건분소 대강당에서 열린 박원순 시장과 서부이촌동 상인들과의 간담회.개발구역으로 묶인 후 손님이 줄어들어 영업이익이 나지 않아 피해를 본 상인들은 박 시장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상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음에 꼭 찾아가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하자"고 말했다ⓒ윤희성
    ▲ 용산구 보건분소 대강당에서 열린 박원순 시장과 서부이촌동 상인들과의 간담회.개발구역으로 묶인 후 손님이 줄어들어 영업이익이 나지 않아 피해를 본 상인들은 박 시장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상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음에 꼭 찾아가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하자"고 말했다ⓒ윤희성




    이날 주민감담회에는
    서울시 박원순 시장,
    도시계획국장, 복지건강실장, 행정국장, 비서실장, 주거재생과장 등이 참석했고
    용산구청장과 부구청장, 도시관리국장(용산구청)이 배석했다.

    오후 6시 30분,
    박원순 시장이
    효창동주민센터 대강당에서 가장 먼저 만난 이들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이었다. 

    개발사업에 반대한 주민들은
    빠르게 구역해제를 고시해 줄 것을
    박원순 시장에게 요청했다.

    "빨리 구역해제 고시를 해 줬으면 한다.

    코레일이 토지대금 잔금을 납부했으니
    시장님이 구역해제를 결단하는 일만 남은 것 같다.

    그런데 시장님이
    이 눈치 저 눈치만 보고 있는 것 같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우리들의
    마음을 알고는 있는가?"

       - 지번총연합회 이복순 위원장


    이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빠른 시일내에 구역해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언제 사업 중단을 선언할 것인지는 분명히 말하지 못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이
    주민여러분께 고통만 안기고
    사실상 끝나가고 있다.

    서울시가 역할을 못 한 것 사실이고
    제가 취임한 이후에 사태가 많이 진전돼 있었기에
    구체적인 과정에 개입하고 역할을 하기가 어려웠다.

    누구의 책임이던간에
    누가 시작했던 간에
    책임은 서울시에 있고
    현직시장으로 책임은 느낀다.

    지정해지는 수일내에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레일 대표가 새롭게 왔다고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거나
    새로운 시행사가 나타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새로운 코레일 사장과 적극적으로 대화해
    빠른 시간내에 사업을 정리하도록 하겠다.

    언제라고는 약속할 순 없다.

    다만, 약속할 수 있는 것은
    서부이촌동을 조만간 방문해
    여러분들의 말을 듣으며 하룻밤 지샐 것이라는 것 뿐이다"

       - 박원순 시장


    오후 8시.
    박원순 시장은
    용산구 보건분소 대강당으로 장소를 옮겨
    서부이촌동 상인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상인들은
    지난 7년간 개발구역으로 묶이면서
    상권이 붕괴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영업이익에 큰 손상을 입고 빚에 허덕이는 상황이 된 상인들은
    울분을 토했다.
    이들은 박원순 시장에게 적절한 보상을 요청했다.


    "용산개발사업 무효가 되자 상인들은 죽을 판이다.
    멀쩡히 잘 살고 있던 사람들이
    날벼락을 맞고 빚에 허덕이고 있다.

    세입자들은
    장사가 안 되기에 빚을 질 수 밖에 없고

    월세로 생활비를 썼던 건물주들은
    빚을 내 생활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많은 상가들이
    보증금을 모두 탕진하고

    서부이촌동을 떠나고 있고

    일부 가게들은
    가스-전기-수도 등의 요금도 못 내

    그나마 하던 장사도 못 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서울시는 그간 아무 것도 한 게 없다.

    박원순 시장을 만나기 위해
    그간 1,000번 이상 서울시청을 방문했다.

    그런데 단 한번도 자리에 있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에 있었나?
    이제와서 감담회를 하면 뭐가 달라지는가?

    서울시가
    개발구역으로 선정하면서
    시작된 상인들의 영업손실에 대해
    보상할 방안은 가지고 있는가?"

       - 서부이촌동 상가 비상대책위원회 신명희 씨



  • ▲ 용산구 원효1동주민센터 다목적실에서 열린 박원순 시장과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 정상화 찬성 주민들과의 간담회 현장ⓒ윤희성
    ▲ 용산구 원효1동주민센터 다목적실에서 열린 박원순 시장과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 정상화 찬성 주민들과의 간담회 현장ⓒ윤희성



    상인들은 그간 서울시 공무원을 만나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다.

    서울시 공무원들의 대답은 늘 똑같았다.

    [법에 보호할 근거가 없다]고 말할 뿐
    다른 대책은 늘 없었다.

    이날 박원순 시장 역시
    상인들에게

    별다른 해결책을 내밀지 못했다.

    박원순 시장은
    상인들에게 
    [꼭 다시 만나서 같이 고민하자]고 제안했을 뿐이다.


    "가슴이 무겁다.
    오늘 와서 직접 보니
    서부이촌동 주민들이
    여러 유형이라는
    사실을 알게됐다.

    진작에 와서 알아보지 못했던 것 미안하다.

    그런데 오늘이라도 안 늦었다.

    어찌됐든
    뵙게 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에 좀 더 차분하게 깊이있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약속하겠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하실 정도까지
    깊이 있게 대화를 나누고 도움이 되는 일을
    함께 검토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다.

    다른 시장이라면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 박원순 시장


    9시 35분,
    원효1동주민센터 다목적실에서
    박원순 시장은 이날 마지막 주민간담회를 가졌다.

    세 번째 간담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정상화를 간절히 원했다. 


    "2만명, 2천300세대가 살고 있는 서부이촌동.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주민들의 56%가 찬성했던 사업이다.

    국가적인 사업이고
    서울시가 주관했기에 우리는 철석같이 믿었다. 

    또 개발한다는데 싫어 할 주민이 어디 있겠는가?

    박원순 시장은
    이 사업 정상화를 위해

    그간 무슨 노력을 했나?

    드림허브와 코레일과 이야기나 해 본 적 있던가?
    서울시는 상황이 어렇게 되기까지 뭐 하고 있었는가?

    우리들은 사업을 정상화시키는 게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인 것 같다.

    만약 사업을 포기한다면
    박원순 시장은

    피해를 본 주민들의 보상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것이다"

       - 11개구역 대책협의회 위원장 이상규.


    박원순 시장은
    주민들의 사업 정상화 요구에 대해서 즉답을 피했다.
    그리고 코레일에
    사업 재개의 결정권이 있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딱한 상황이다. 
    시행사가 잘 되서 가는게 좋았던 상황이었는데...

    그간 서울시가 돈을 투자할 상황도 아니고
    투자자를 끌어오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코레일에 새로운 사장이 오셨는데
    새로운 안을 내서 여러분들의 소망처럼
    이 사업을 되게 만들면 좋기는 하겠지만

    현재는 과거보다 더 어려운 상황인데
    코레일이 무슨 용빼는 재주를 가지고 있을까?

    코레일 사장과 내일부터라도
    당장 전화하고 만나서 상황을 확인하도록 하겠다.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주민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제가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겠다.
    조만간 서부이촌동으로 가겠다.

    잠을 자면서라도 여러분의 문제들을 함께 공유하고 공감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

       - 박원순 시장  




  • ▲ 서울수복 63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정상윤
    ▲ 서울수복 63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정상윤






    박원순 시장은
    당선 후 지금까지
    <현장시장실>이라는 아이디어를 내세워
    자치구를 직접 찾아가 현안을 듣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모양새를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웠다.

    용산구는 18번째로 찾은 자치구였다.

    이달중에 동작구가 예정돼 있고
    내달 마포구에 <현장시장실> 일정이 잡혀있다.

    박원순 시장은 11월까지 서울시 25개의 자치구 중
    20개 자치구를 직접 방문한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신청한 자치구를 대상으로만

    <현장시장실>을 운영하기에
    마포구가 현재 잡힌 마지막 자치구다.

    그렇다면 박원순 시장의 12월 <현장시장실>은
    서부이촌동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의 이같은 행보는
    형식적 만남만을 내세워
    다가오는 지방선거 대비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많다.

    말만 번드르하고
    영양가 있는 정책조율이 나오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름다운재단>과 <아름다운가게> 창시자인 박원순 시장은
    원래 [말만 아름답게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데,
    이날 용산구를 찾아서도
    그것 하나만은 청산유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