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최초..'학교 폭력 가해자' 전면에 내세워"애들을 땅에 묻어본 적도 있어요!" 섬뜩한 발언 남발합창대회 열린 폴란드서 클럽 출입, 음주 파문 일으켜

  • 일진 미화 프로그램? 착한 예능 프로그램?

    지난 21~22일 이틀간 추석 특집으로 방송된
    SBS <송포유>가 방송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송포유>는 이른바 [문제아]로 지목됐던 학생들이
    [멘토]들의 눈물어린 지도 속에
    [국제합창대회]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3부작 프로그램.

    [위기의 청소년]을 위해,
    기꺼이 [멘토]를 자처하고 나선 인물은 가수 이승철과 엄정화.
    이들은 지난 6월부터 각각
    <성지고등학교(성지고)>와
    <서울도시과학기술고등학교(과기고)>를 찾아가
    100일 동안 합창대회를 준비해 왔다.

    방송 최초로 [대한민국 하위 3%]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은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였던 당사자들을 [양지]로 끌어냈다는 사실도
    <송포유>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는 요소가 됐다.

    [결과적]으로는 대성공을 거뒀다.
    마지막 방송(3회분·27일 방송)을 앞둔 <송포유>는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를 휩쓸 정도로 화제를 모았고,
    양자 대결에서 승리한 <성지고> 학생들은
    지난 11일부터 16일까지 폴란드에서 열린 <코페르니쿠스 국제합창대회>에 참가해
    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문제아]였던 청소년들이 [합창]이라는 긴 과정을 통해
    드디어 [어른]으로 성장한다는 휴먼 스토리가 짜여진 순간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포털사이트 게시판이나 각종 뉴스의 댓글난을 보면
    <송포유>에 대한 [찬사]보다는 [비난]이 주를 잇고 있다.

    오랫동안 [가해자] 역할을 했던 학생들의
    충격적인 [일탈 행위]가 여과없이 방영되는가하면,
    프로그램 진행 중에도 일부 학생들이
    거리낌 없이 [탈선 행동]을 저지르는 등,
    전혀 [교화]가 이뤄지지 않은 모습이 드러났기 때문.

    우리 학교는 두 명이 세 명이 돼서 나가는 학교예요.

    한 대 맞으면 세 대 때려야 합니다.

    애들을 땅에 묻어본 적도 있어요.


    [심각한 범죄]로 여겨질 만한 일들을 무덤덤하게 밝히는 학생들.

    문신이 가득한 학생들을 내세워 상대팀의 기선을 제압하는 모습.

    방송상에 비쳐진 [위기의 청소년]들은,
    한때 피해자였던 학생들이나
    일반 시청자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했다.

    불량스러웠던 과거를 반성하기는 커녕,
    [무용담]처럼 늘어놓는 학생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전파를 타면서
    [착한 예능]을 표방했던 <송포유>는
    졸지에 [일진 미화방송]이라는 오명을 덮어쓰고 말았다.

    게다가 폴란드 합창대회에 참가한 일부 학생이
    현지 클럽에 출입, 술을 마신 사실이 공개되면서 파문은 겉잡을 수 없이 커졌다.
    

    폴란드 클럽 좋구만 굿.
    폴란드 클럽 5시에 마감인데 7분 남았다.
    이제 폴란드의 밤도 지나가는구나.
    한국 가서 소주나 X나게 빨아야지.


    <송포유>에 출연 중인 한 학생은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클럽 출입]과 [음주 사실]을 자랑스럽게 털어놨다.

    또 다른 학생은 술을 40병이나 구입한
    영수증을 공개하는 [기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해당 게시글이
    [송포유 일진 해외원정 지원프로그램]이라는 제목으로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 퍼지면서 수많은 네티즌들의 [공분]을 자아냈다.

    송포유, 폴란드에 합창대회하러 보냈더니 클럽에 가다니...

    술 마시고 클럽 가서 놀던 애들, 어떻게 포장하는지 봐야지.


    파문이 커지자 <송포유> 제작진은
    24일 오후 서울 양천구 SBS 목동 사옥에서 긴급 [기자시사회]를 갖고
    [음주 파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폴란드 합창대회에 참가한 일부 학생이
    SNS에 올린 음주 파문은 사실입니다.


    관리를 제대로 못 한 점을 인정하며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폴란드에 21명의 학생이 갔는데
    생각보다 관리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를 감당하지 못한 부분은 전적으로 저희들의 실수입니다.


    이날 <송포유>의 연출을 맡은 서혜진 피디는
    "당초 기획 의도는 [소외된 학생]들이 [합창]이라는 과정을 통해
    작지만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며
    "긴 시간 동안 세계 합창대회를 준비하면서
    학생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서혜진 피디는 학생들의 [과격한 언행]이 그대로 공개된 것에 대해선
    "엄연히 존재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다"며
    "일부분만 부각돼 [일진 미화] 논란이 일고 있는데,
    애당초 자극적인 효과를 얻기 위함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서혜진 피디는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의 아이들이 방송을 통해 변화를 겪었다"며
    "100일이라는 시간 동안,
    이같은 변화의 조짐을 볼 수 있어 감사함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같은 [구구절절한] 해명에도 불구,
    <송포유>을 바라보는 네티즌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우선, [가해자를 싸고 도는 듯한] 제작진의 언행이
    [네티즌의 반감]을 키우는 첫 번째 요소가 되고 있다.

    서혜진 피디는 지난 22일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피해자에 대해 사과를 하라는 식의 방송은 굉장히 교조주의적인 발상"이라며
    "이미 죗값을 치른 아이들에게 대체 어디까지 바라는 것이냐"고 되물은 바 있다.

    인터뷰 취지는 어떻게 해서 이 학교에 오게 됐느냐는
    팩트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거기에 대고 피해자에 대해 [사과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요?

    그렇게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굉장히 교조주의적이고 쌍팔년도 사고방식입니다.

    이 아이들은 이미 소년원에 갔다 왔고
    보호관찰을 받는 아이들로,
    이미 죗값을 치른 아이들에게
    대체 어디까지 뭘 어떻게 하라는 것입니까?


    이같은 가해 학생들에 대한 [관대한 인식]은
    <송포유>의 한 작가가 남긴 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작가 A씨는 얼마 전 <송포유> 출연 학생이
    "너무하다 정말. 악플이 뭔지 몰랐었는데.
    우리가 노력한 건데 그거에 대해서 욕을 그렇게 쉽게 할까"라는 심정을
    자신의 카카오스토리에 늘어놓자,
    "걔네들은 루저"라며 가해 학생들을 일방적으로 감싸는 모습을 보였다.

    걔네들은 너희처럼 방송에도 못 나와 보고 살면서
    기회를 제대로 못 가져본 루저들이라서 그래.
    그러니까 불쌍히 여겨주렴.


    해당 발언에 대해 질타가 잇따르자 제작진은
    "출연 학생들의 신상이 털리고 욕설을 듣는 상황이 벌어지자,
    작가가 사적으로 위로하면서 한 말이었다"면서
    "공개될 줄 모르고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계속해서 가해 학생들을 몰아가는 것은 교조주의적인 발상"이라는
    서혜진 피디의 지적에,
    <오마이뉴스>는 25일
    <'송포유', 제작진의 '예능 교조주의'가 낳은 불편함>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피해자의 입장은 배제한 채 '그림'만을 계산하고
    '예능'만을 생각한 제작진의 '예능 교조주의'는
    <송포유>를 불편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꼬집었다.

    <송포유> 제작진의 패착은
    이렇게 가볍지 않은 현실 속의 주제를
    '예능적'으로 접근하려 했다는 데부터 시작한다.
    1·2부에서 피해자의 이야기는 쑥 빠졌고,
    가해자로 보이는 이들이
    "사람을 땅에 묻었다",
    "한 번 쳤는데 전치 8주의 상해를 입혔다"고
    말하는 내용만이 화면을 채웠다.

    이건 '선택과 배제'의 문제다.
    합창단이 가진 다양한 사연을 다 보여줄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 사연들 중
    일부를 선택해 보여주는 것은 제작진의 몫이다.
    '그림이 될 만한' 사연들만을 배치해
    프로그램에 선정성을 덧칠한 것은
    학생들이 아니라 제작진이라는 이야기다.

    이렇게 '그림'만을 계산하고
    '예능'만을 생각한 제작진의 '예능 교조주의'는
    <송포유>를 불편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버렸다.
    <송포유>의 모두가 방송의 피해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학교 학생들은
    열심히 노력해도 폴란드에 갈 기회를 놓쳤으며,
    또 다른 학교의 학생들은
    '학교폭력의 가해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 25일자 <오마이뉴스> 기사 중에서


    또한 서혜진 피디가 기자회견에서
    "절대로 자극적인 효과를 노리고 찍은 것은 아니"라며
    "엄연히 존재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해명한 발언도,
    여전히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다.

    이는 지난 23일 서울 성지고등학교 교사 C씨가 올린
    게시글과 정면으로 대치되기 때문.

    C씨는 이 글에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좋은 취지로 촬영을 한다고 하여 우려 반 기대 반으로 협조했으나
    제작진은 아이들을 가장 나쁘게 보이게 만들기 위해
    말도 안되는 질문을 던졌다"고 주장했다. 

    제작진이 [그럴싸한 그림]이 나오도록 자극적인 대답을 유도했다는 것.

    앞도 뒤도 다 자르고 아이들을 깡패처럼 보이도록
    교묘히 편집을 했습니다.
    이건 아이들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다 당한 겁니다.

    시청률을 위해 그렇게 막장이지도 않은 아이들을
    상대로 그런 식으로 매도한 것이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잠을 못 잤습니다.

    방송사의 어이없는 잘못으로 인해
    제발 더 이상 저희 아이들이 피해가 없길
    진심으로 간절히 바랍니다.


    현재까지는 자극적인 대답을 유도했다는 교사의 주장과,
    인위적인 편집이나 유도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는 제작진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일부 청소년 전문가들은
    "가해자가 제대로 된 사과나 반성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무용담처럼 말하는 것은 피해자에겐 2차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한국청소년상담원 손재환 조교수는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학교 폭력에서 피해자가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하고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는 것이 제일 문제"라며
    "가해 학생이 폭행 사실을 무용담처럼 얘기하게 되면
    피해자에겐 2차 피해가 된다"고 밝혔다.

    김건찬 학교폭력예방센터 사무총장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반성과 사과 없이
    노래하는 모습만 앞세운다면
    방송의 [정당성]을 얻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