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제강점기 조선신궁 건립으로 일부가 철거되고 땅속에 묻혔던 남산 회현자락의 한양도성이 100년 만에 발굴됐다.

    서울시는 한양도성 복원을 위한 남산 회현자락 3단계 정비사업으로 성곽 추정선 12곳을 조사하던 중 지난 6월 가장 먼저 시굴한 중앙광장 분수대 근처 3곳에서 도성의 유구(遺構, 옛 토목건축 구조를 알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조사로 확인된 부분은 지표면으로부터 3∼4m 깊이에서 벽돌 층계가 4∼5단인 곳도 있고, 6∼7단인 곳도 있다. 길이는 6m 가량 발견된 곳도 있으며 보존 상태는 모두 양호하다.

    유구에서는 성곽을 세우는 기둥을 설치하기 위해 파낸 '영정주공' 등도 함께 발견됐으며 태조 때 처음 세운 성곽 위에 세종 때 개축한 것으로 보이는 부분도 확인됐다.

    남산 회현자락의 한양도성은 경성·용산시가도(1912년) 등 기록으로만 존재해 이번 발굴은 의미가 더 크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특히 유구 옆에는 조선신궁 잔재로 보이는 특이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확인됐다.

    조선신궁은 일종의 종교시설로 일제가 1918년 한양도성터에 건립하기 시작해 1925년 완공했다. 조선신궁에는 일본 건국 신화의 주역인 아마테라스 오미가미와 1912년에 죽은 메이지 일왕을 안치해 한국인에게 참배를 강요했다.

    조선신궁은 1945년 9월 철거되고 이후 동·식물원과 분수대가 설치됐다.

    조치욱 서울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정확히 조선신궁의 잔재인지는 건축 전문가들에게 자문해야 알 수 있다"면서도 "이곳에 거대한 콘크리트를 써서 지은 건축물이 조선신궁 밖에 없고 발견된 콘크리트가 요즘 쓰이지 않는 것임을 고려하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서울시로서는 이곳을 일제침략으로 훼손된 과정이 그대로 간직된 역사적 장소로 보고 있다.

    시는 1912년 지적원도를 고려해 초기에 시굴한 중앙광장 분수대 근처 3곳에서 모두 유구가 확인됨에 따라 앞으로 발굴하는 구간에서도 잇따라 성곽이 발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에 발굴조사에 들어간 중앙광장 일대는 일제가 1910년 한양공원 조성, 그리고 1925년 조선신궁 건립을 위해 지형을 크게 변형시키고 한양도성 777m를 훼손한 지역이다.

    서울시는 조사를 위해 한양도성 추정선에 있는 중부공원녹지사업소 청사를 없앴으며 남산분수대와 수목 철거와 이식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오해영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2009년 1단계로 정비한 힐튼호텔 앞 아동광장과 2012년 2단계로 정비한 백범광장 일대 성곽은 '복원'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3단계는 '유구의 보존과 정비'에 주안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시는 출토된 유구는 전문가 자문을 거쳐 2014년 2월까지 설계해 2015년까지 보존과 정비, 공원조성 사업을 마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