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법부의 뒤집기가 반복되면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 일사부재리의 사법적 철칙이 유지되기 어려운 경우가 있을 겁니다.
    가령 일제하에 독립운동 하다가 감옥에도 가고 억울하게 사형선고를 받고 처형된 애국지사들의 재판을 오늘 우리가 어떻게 할 것입니까.

    일제는 이 땅에서 물러났고 따라서 그 시대의 재판결과를 오늘 왈가왈부 한다든가 그 악랄했던 사례들을 재심할 수는 없습니다.

    예컨대 제주의 4·3사태는 대한민국의 독립을 방해하고 저지하기 위하여 공산당의 사주를 받고 빨치산이 일으킨 남한 파괴공작이었습니다. 군·경이 합동하여 빨치산과 대항해 싸우는 과정에서 양민의 학살이 불가피하였음을 시인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엄연히 존재하는 오늘 재판이 다시 열려 오히려 빨치산의 손을 들어준다면 대한민국은 설 자리를 잃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군사쿠데타는 민주사회가 받아들일 수 없는 범법행위라는 사실은 우리가 5·16 당시에도 알았고 오늘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유신헌법‧유신체제도 잘못된 것이었고 긴급조치도 잘못된 것이었음을 오늘 새삼 알게 된 것이 아니고 그때에도 잘못된 것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와서 긴급조치 9호도 위헌이라고 36년 뒤에 그날의 판결을 뒤집는다면 앞으로 어떤 법도 집행해 나가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과거의 그 법이 다 잘못된 것이라면 그리고 그 판결이 다 잘못된 것이라면 그 때 그 법을 바로 잡고 그 판결을 내리지 않았어야 할 사람들이 도대체 누구란 말입니까.
    왜 제 얼굴에 침을 뱉는 겁니까. 정말 걱정스럽습니다.

    김동길(www.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