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시민사회단체연합, 구룡마을 사태 긴급 기자회견범사련, “1차적 책임 강남구에 있어, 서울시도 미온적 대응”
  • ▲ 4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갑산(오른쪽) 범시민사회단체연합 대표가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이 대표 왼쪽은 이명희 공동대표(공주대 교수).ⓒ 연합뉴스
    ▲ 4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갑산(오른쪽) 범시민사회단체연합 대표가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이 대표 왼쪽은 이명희 공동대표(공주대 교수).ⓒ 연합뉴스

    “속이 다 시원하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서울 하늘 아래 최대의 무허가 판자촌,
    <구룡마을> 사람들이 25년 만에 얼굴을 활짝 폈다.

    1980년대 말,
    도시개발에 밀려 하나둘씩 이곳에 터를 잡은 거주민들과
    100여명의 토지소유주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한 마음으로 가슴속 체증을 씻어냈다.

    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에서 열린,
    <구룡마을> 관련 긴급기자회견.

    <강남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과 관련한 범사련 긴급 기자회견>이란
    긴 제목이 붙은 기자회견에는
    행사 시작 전부터 <구룡마을> 토지소유주와 거주민 등
    마을 사람 수십여명이 몰려들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범시민사회단체연합>(범사련)은 이 자리에서
    <구룡마을 진상조사 보고서>와 성명서를 발표하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신연희 강남구청장에게 뼈 있는 조언을 했다.

    내년 선거에서 재선을 위해
    <구룡마을> 문제에 정치논리를 개입시켜서는 안 된다.

    시장이든 구청장이든
    시민을 생각하지 않고 정치적 목적 달성만을 위해 꼼수를 부린다면,
    용서받지 못할 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 <범시민사회단체연합>(범사련)


    박 시장과 신 구청장이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수렴된 구룡마을 사람들의 바람을 끝내 외면한다면,
    낙천·낙선 운동에 나서겠다는 경고도 전했다.

    서울시와 강남구청,
    박원순 시장과 신연희 구청장의 갈등으로,
    <구룡마을> 개발이 계속 뒤로 미뤄질 경우,
    낙천 낙선 운동은 물론 형사고발도 검토할 것.

       - <범사련>


    250곳이 넘는 중도보수 시민사회단체의 연합체인 <범사련>이
    <구룡마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면서,
    서울시와 강남구청간 개발방식을 둘러싼 갈등으로
    본격적인 개발은 손도 못 대고 있는 구룡마을 문제가
    새로운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범사련>이 이날 공개한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에 진상조사 보고서>는
    도시개발·부동산·변호사 등 관계 전문가들의 자문과 자료분석 등을 거쳐
    정치색을 배제한 객관적인 시각에서 문제를 접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강남 속 판자촌 <구룡마을>개발,
    서울시-강남구청간 갈등에 주민만 피해


  • ▲ 구룡마을 전경.ⓒ 연합뉴스
    ▲ 구룡마을 전경.ⓒ 연합뉴스


    <구룡마을>은
    1980년대 말, 도심재개발 과정에서
    도시 빈민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형성됐다.

    현재 1,200여 가구에 2,5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서울 최대의 무허가 판자촌이다.

    거주민이 자리를 잡은 토지의 대두분이
    국유지나 시유지가 아닌 사유지인 탓에,
    처음부터 마찰이 불거졌다.

    이 지역에 대한 개발 및 주민 주거권 보장 문제는
    역대 서울시장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고민해 온 난제 중 하나였다.

    개발방식을 놓고 빚어지는 토지주와 거주민 사이의 갈등,
    거주민 사이 이해관계의 충돌,
    시와 해당 자치구인 강남구의 견해차 등
    개발에 앞서 풀어야 할 걸림돌이 많아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구룡마을> 개발 문제가 비로소 실마리를 찾은 것은
    오세훈 전 시장 시절인 2011년 4월이었다.

    당시 시는 <구룡마을>에 [공영개발(수용 및 사용)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1년 뒤 시는 기존의 [수용·사용 방식]에 [환지방식]을 추가했다.

    시는 방식 변경에 대해
    사업 시행자인 SH공사의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환지]를 추가한 개발방식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남구청이 시의 개발 방식 변경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당초 예정된 <구룡마을> 개발이 난항을 겪기 시작했다.

    강남구는
    시가 인허가권자인 구청장과의 협의 없이 개발 방식 변경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기존 안인 [수용·사용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 구청장이 직접 나서,
    시의 개발 방식 변경과정에 특혜의혹이 있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반면 시는 강남구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개발 방식 변경에 법적인 하자나 특혜의혹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개발 방식 변경을 놓고
    시와 강남구가 극심한 갈등을 빚으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마을 사람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구룡마을> 문제를
    더 이상 시와 강남구에만 맡길 수 없다는 판단한 마을 토지주협의체는
    지난 4월 <범사련>을 찾아 탄원서를 접수하고,
    사태 해결에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범사련>은 보고서를 통해
    <구룡마을> 토지소유자-현지 거주민-개발업체 모두가
    일종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서울시와 강남구청에 강력한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범사련>은 대책위원회의 확인 결과,
    <구룡마을> 개발 지연의 1차적 책임이 강남구에 있으나,
    서울시도 미온적이고 무성의한 대응으로 상황을 악화시킨 과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사련>은 사태 해결을 위해
    시와 강남구 모두 [민관협의체]에 적극 참여할 것을 요구했다.

    다음은 <범사련>이 발표한
    <구룡마을 진상조사 보고서>의 주요 내용이다.

    강남구청의 입장과 대응에 상당한 무리수가 있다고 판단한다.
    구청장이 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굳히기 위해
    시민과 구민, <구룡마을> 개발사업을 볼모로 하는 것이라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 강남구는
    지난해 말 환지방식 등 혼용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구 도시계획위원회의 자문결과를 첨부해 서울시장에게 보내놓고도,
    시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방식을 변경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강남구의 이런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

    ▲ 투자와 투기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등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 <구룡마을> 사업에 적용되는 개발방식(미분할혼용방식)에서의 [환지]와
    [환지방식]에서 말하는 [환지]의 기준 및 방법이 다른데도 이를 간과하고 있다.


    서울시도 지금까지의 미온적이고 무성의한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박원순 시장도
    <구룡마을> 문제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 서울시는 시장과의 면담 및 시의 입장표명을 요구하는 공문에
    아무런 회신도 하지 않는 등 무성의한 모습을 보였다.

    ▲ 시민사회단체 출신이란 사실을 강조하는 박원순 시장은
    <범사련> 대책위와의 면담을 수락하지 않는 등 [불통]의 모습을 보였다.

    ▲ 입장표명을 요구하는 공문에 한 달이나 지나 회신을 보내는 등
    현 사태 해결을 위한 의지가 있는 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 서울시의 늑장 행정과
    <구룡마을> 사태 해결에 대한 미온적인 대응에 대해
    <범사련>은 강력한 비판과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결의한다.


    <범사련>은 위와 같은 내용의 조사보고서를 바탕으로
    서울시-강남구-SH공사-토지주-거주민-관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민관정책협의체]를 통한 사태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남구청은
    상급기관인 서울시가 결정한
    [미분할 혼용방식]에 의한 [공영개발]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서울시도 강남구와의 힘겨루기식 행정편의주의에서 벗어나
    토지주와 지역민의 고통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갑산 대표는
    <구룡마을> 거주민과 토지주 대표, 시민단체 대표가 참여하는
    <아름다운 구룡마을 가꾸기 시민모임>을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구룡마을> 토지주 대표는
    시와 구청 모두 더 이상 꼼수를 부리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와 구청 모두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범사련>의 조사결과를 존종해 주기 바란다.

    우리 토지소유주들은
    <구룡마을>이 강남스타일답게 재탄생할 수 있도록
    지원과 협조를 아까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