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민족끼리> 가입자 철저 수사해야

    北, 사이버전쟁 과연 버텨낼까?

    김승근 /독립신문  편집장
           

  • 과거 이란 및 시리아, 알제리, 이집트 등의 정부 시스템에 심각한 DDOS 공격을 감행했던 국제 해킹집단이 북한에게 사이버 전쟁을 선포했다. 북한의 모든 시스템 자료를 지워버리겠다고 단언한 단체명은 ‘어나니머스(Anonymous)’.

    이제 북한은 그토록 입으로만 떠든 핵전쟁이 아닌 사이버전쟁부터 치러야 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북한이 한국의 주요기관을 수도 없이 공격하며 혼란을 벌였던 걸 생각한다면 이야말로 ‘인과응보’라 할만하다. 북한이 자랑하던 해커부대는 이제 자신들의 해킹능력을 방어능력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어나니머스는 지난 4일 북한의 대표적인 대남선전 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했고, 즉각 회원 9001명 명단을 공개했다.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가입자의 상당수가 한국인이거나, 최소 한국인의 계정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우리민족끼리’는 국가보안법상 한국인으로는 가입은 물론이고 접근조차 차단돼 있다. 물론 우회사이트를 이용하거나 해외에서 접속할 수는 있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한국인으로서 여기 가입한다는 거 자체가 불법이란 얘기다.

    우리민족끼리는 북한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성명과 담화 내용을 게시하고, 북한에서 발행하는 '노동신문'과 '통일신보' 등의 기사를 올려놓는 대남 선전선동 웹사이트다. 대한민국을 비난하고, 북한 체제를 찬양하고, 김정은 등 김씨 3대를 찬양 히거나 남한의 종북세력들에게 선동성 지령을 내리는 등의 글로 가득 차 있는 사이트라 보면 된다. 그래서 이 사이트의 가입자들을 이른바 ‘종북세력’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이번에 공개된 ‘우리민족끼리’의 ‘가입자 명단’이 웹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 등을 통해 신상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통합진보당 당원부터, 민주노총 간부, 대학교수, 전교조 소속 교사, 기자 등이 다수 여기에 가입했다. 소위 종북세력이라 불릴 수 있는 이들이 대거 포함돼 있는 게 우연만은 아닐 거다. 물론 일부에서 말하는 ‘간첩 명단’이나 ‘종북 명단’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 개연성은 충분히 의심해 볼만 하다.

    국가보안법상 국내 거주자가 '우리민족끼리'에 가입하거나 회원 활동을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이 때문에 리스트 중에 국내 거주자가 포함돼 있다면 법적 처벌이 불가피하다.

    물론 여기 드러난 사람들을 무조건 간첩이거나 종북세력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호기심에 가입했거나, 일부 직업적 특성에 따라 필요해서 가입한 이들도 일부 포함됐을 가능성은 있다.

    따라서 국내 가입자 중에 업무상 북한 정보 수집을 위해 불가피하게 가입할 필요성이 있었던 회원이라는 점이 입증될 경우엔 수사기관이 정상을 참작해 처벌 수위를 낮춰줄 가능성은 있다.

    그렇지만 소수의 일부를 제외하고, 말하자면 국가가 불법이라고 정해놓은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해 반복적으로 그들의 주장을 읽고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들의 주장을 따르거나, 혹은 필요했던 사람들이 아닐까. 우리는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주워 섬기는 이들을 많이 봐 왔다. 최근 이적활동을 한 것으로 판결난 전교조 간부만 봐도 그렇다. 그 외 통합진보당의 많은 의원과 당원들은 과거 국보법 위반 전과가 있거나, 심각한 이적활동을 펼친 이들이 많다. 촛불집회 등 굵직굵직한 국책사업에 반대해온 민주노총 중 일부도 마찬가지다.

    또 이들이 북한과 직접적인 연결이 있었을 수 있다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북한의 추종세력들을 지키고 양성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들을 직접관리하고 지원했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정부는 철저히 조사해 이들의 과거 자료를 살피고, 이적활동에 사용했거나 자신의 주장으로 재가공한 것을 잘 가려내야 한다. 우리의 주적이며 핵공격 협박까지 하고 있는 적의 주장을 그대로 섬기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

    지난 2010년 12월 국내 인터넷 종북 카페였던 '사이버 민족방위 사령부' 가입자 명단이 입수돼 70여명에 대해 수사를 진행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명단이 공개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어나니머스가 명단을 공개하자 당연히 통합진보당에서는 즉각적인 비난에 나섰다. ‘우리민족끼리’ 회원 신상 공개가 ‘폭력적’이라고 밝혔고 통진당 이석기의원은 각종 법 위반 사항과 명예훼손문제를 들먹이며 형사처벌과 민사상 손배 소송도 가능하다고 반발했다.

    어나니머스가 잘했고 못했고를 떠나 공개된 사이트 회원 신상들에 대해서 정보기관을 비롯한 검경은 즉각적인 수사에 나서 처벌여부를 가려야 할 것이다. 이메일이 도용됐을 가능성도 있는 만큼 선량한 피해자는 반드시 제대로 가려내고 진짜 이적활동을 펼쳤던 이들을 솎아내 강도 높게 처벌해야 한다.

    9001명 중 비율적으로 어떨지는 몰라도 이적활동을 펼치는 종북론자, 혹은 간첩이 숨어있을 확률도 높은 만큼 최소한 9001명으로 줄어든 간첩 수사명단을 확보한 것으로 정부는 생각하면 된다.

    무조건적인 마녀사냥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절대 아니다. 이미 자신의 이메일이 도용된 채 지냈던 피해자들에게는 혹시 있을지 모를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수사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어나니머스는 우리민족끼리 외에도 북한 정부 포털사이트인 '내나라', 고려항공 등을 해킹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고 알려왔으며, 북한 인공위성인 광명성을 비롯한 인트라넷 등에도 침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의 모든 정보시스템을 장악해 마비시키고, 다 지워버리겠다는 으름장에 김정은은 아무말 없지만 사실상 긴급 상황을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

    명단 공개에 이어 어나니머스는 3분 7초짜리 동영상을 통해 한 번 더 북한에 강력한 경고장을 날리기도 했다. 영화 ‘브이포벤데타’의 주인공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이 나타나 북한에 핵무기 생산을 중지하고, 핵무기를 이용한 위협을 멈출 것, 김정은이 사임할 것 등을 요구한 것이다.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북한 정부의 모든 데이터를 지우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우리도 못하고 있는 말을 일개 해킹집단이 한 셈이다. 김정은은 우리나라와 미국 등에 무차별적 사이버 공격을 감행한 것에 대해 벌을 받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반성하라.

    ‘북한의 독재정부를 쓸어버릴 것’이라는 어나니머스의 서릿발 같은 경고장. 이 경고장이 국제 해커집단이 아닌 북한을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국력으로 무장한 대한민국 정부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여운이 남는다.

    독립신문 김승근 편집장 (hem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