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은행이 4일 시중 자금 공급량을 2년 안에 약 2배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로운 금융완화 조치를 발표했다.

    일본은행은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 취임 이후 처음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3∼4일)에서 '2년 내 물가 2% 상승' 목표를 가능한 한 조기에 실현하기 위한 '양적·질적 금융완화' 조치를 결정했다.

    일본은행은 금융정책의 지표를 익일물 금리(콜금리)에서 본원통화(monetary base·시중의 현금과 민간 금융기관이 중앙은행에 맡긴 지급준비금의 합계)로 변경하고 작년 말 기준 138조 엔이던 본원통화 규모를 연간 60조∼70조 엔가량 늘려 내년 말 270조 엔(약 3천210조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장기국채 매입량을 내년 말까지 현재의 배 이상인 190조 엔(약 2천259조원) 규모로 확대키로 했다. 현재 만기까지 1∼3년으로 한정한 매입 대상을 '만기까지 최장 40년'으로 변경, 평균 잔여 만기를 현재의 배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부동산투자신탁(J-REIT) 보유량은 각각 매년 1조 엔(약 12조원)과 300억 엔(3천566억원)씩 확대키로 했다.

    이런 조치들을 위해 장기국채 보유액을 화폐 발행 총액 이내로 유지한다는 내용의 '일본은행권 룰(규칙)'의 적용을 일시 정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전임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총재 시절인 2010년 도입된 '자산매입기금'의 활용과 1960년대부터 계속된 통상적인 국채 매입(오퍼레이션, operation) 등 두 갈래로 이뤄져 온 금융완화 수단을 일원화하는 차원에서 자산매입기금을 활용한 금융완화 방식은 폐지하기로 했다.

    일본은행은 이 같은 금융완화를 몇 년간 시행할지 등 조치의 명확한 시한은 밝히지 않았다.

    구로다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2년 내 2% 물가상승 목표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전제한 뒤 "지금까지처럼 조금씩 완화를 확대하는 방식으로는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전력'(戰力)을 순차적으로 투입하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모두 강구했다"고 강조했다.

    일본은행이 발표문에서 "양적·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금융완화"로 자평한 이번 조치들은 작년 12월 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취임 이후 처음 나온 신규 금융완화 방안이다.

    작년 총선 때부터 아베 총리는 자신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의 한 축으로 과감한 금융완화를 단행하겠다고 밝혔고, 그에 따라 적극적인 금융완화론자인 구로다를 일본은행 총재에 임명했다.

    오후 1시40분께 이 조치가 발표된 뒤 도쿄 주식시장은 급등세를 보이면서 닛케이 평균주가지수는 전날 종가(12,362.20)보다 272.34포인트(2.2%) 오른 12,634.54포인트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