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관계자 "지금 사퇴도 늦은감 있다" 압박 인정
  •  

  • ▲ 김병관 내정자의 휴대폰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사진이 인쇄된 고리가 달려 있어 눈길을 끈다.  ⓒ 연합뉴스
    ▲ 김병관 내정자의 휴대폰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사진이 인쇄된 고리가 달려 있어 눈길을 끈다. ⓒ 연합뉴스

     

    청와대는 김병관 국방부장관 내정자가 22일 자진사퇴하자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일 김학의 법무부 차관이 ‘성상납 스캔들’로 불명예 퇴진한 데 이어 거듭된 인사(人事)실패로 비춰지는 데 부담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뉴데일리>와 통화하면서도 말을 아꼈다.

    “김병관 내정자의 사퇴는 스스로 밝힌 사퇴의 변으로 이해해 달라. 할 말이 없다.”


    이 관계자는 김 내정자가 사퇴를 결정하기까지 청와대와 사전에 교감했다는 부분과 관련해서는 “그 점에는 말하기 어렵다”고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김 내정자 측은 “자진사퇴는 대통령에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스스로 결심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청와대 내 기류는 다르다.

    다른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금 사퇴도 조금 늦은 감이 있지 않느냐”고 말해
    사실상 청와대가 김 내정자의 사퇴를 압박해온 점을 인정했다.

    실제 김 내정자는 그동안 자신을 둘러싼 대부분의 의혹을 부인하면서 사퇴 요구를 일축해왔다.
    최근까지 국방장관직을 한 치의 사심도 없이 오로지 필사즉생(必死則生)의 각오로 수행해서 국민의 우려와 염려를 불식하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해 왔다.

    김 내정자는 국방장관으로 내정됐을 당시, 휴대 전화 고리에 고(故)박정희·육영수 대통령 내외의 사진을 걸고 다니며, 박 대통령 사람이라는 점이 부각됐다.

    김 내정자가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몰린 박 대통령을 ‘위하는 방향’을 취하더라도,
    청와대와 교감없이 자진사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군 안팎의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한 청와대 관계자의 말도 같은 맥락이다.

    “김 내정자가 박 대통령에게 깊은 충성심을 가졌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
    충성심이 높은 사람은 윗사람을 따를 수밖에 없다.”


    김 내정자의 사퇴로 박근혜 정부의 첫 국방장관은 당분간 공석이 지속될 전망이다.

    MB정부 출신인 김관진 국방장관 체제가 이어진다고 할 때 안보공백이 메워질 지도 의문이다. 
    박 대통령이 '국정철학의 공유'를 강조하면서 이전 정부 인사들과 함께 일하는 데 부담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새 국방장관 인선을 서두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청와대 다른 관계자는 "곧바로 새 인선에 착수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