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물 정부에 대한 미국의 사례


  • 미국과 한국의 의회제도에서 가장 큰 차이는 여당과 야당의 운영상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소속한 정당이 여당이고, 다른 정당은 의석 수에 상관 없이 야당으로 불린다.
    하지만 미국은 의회 다수당이 여당이다.
    대통령이 어느 당 소속인지는 전혀 관계가 없다.
    가령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이지만, 의회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이기 때문에 공화당이 여당이다.

    미 의회의 모든 위원회와 소위원회는 다수당이 위원장을 맡고, 야당은 단 한 자리도 갖지 못한다. 국민이 다수당에 책임을 갖고 의회를 이끌고 나가 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기 때문에, 한국 국회와는 달리 다수당이 모든 위원장직을 독점하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 소속이었다면, 모든 법안들이 일사천리로 통과되었을 것을 당이 다르기 때문에 백악관과 의회는 자연히 마찰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하원과는 예산안 심의를 놓고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때문에 정해놓은 예산통과 기일 안에 예산이 통과된 적이 그리 많지 않다.
    미국의 예산 기한은 10월 1일 시작해서 다음해 9월 30일에 끝난다.
    9월 30일 전 예산 가결에 실패하면, 소위 ‘Continuing Resolution’ (연속예산법안)이란 법안을 통과시켜 전년도와 똑같은 예산으로 당분간 (대개 3개월간) 정부를 운영할 수 있게 한다.

    1995년에 민주당 소속 클린턴이 대통령이었을 당시,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했었다.
    그때 나도 재선의 공화당 하원의원이었고,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을 중심으로 공화당은 클린턴이 제출한 예산안에 제동을 걸었다.
    공화당은 건강보험비용, 환경부처 예산안, 정부가 제공하는 후생사업들의 예산을 더 많이 줄이자고 주장했고, 클린턴 대통령은 줄일 만큼 줄여 더 이상 삭감은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깅그리치 의장은 적자 한도액을 의회에서 더 늘릴 수 없다며 서로 팽팽히 맞서는 바람에, 연속예산법안 시효가 끝나는 11월 13일 자정이 지나면서 일부 연방정부 기관 (국방부, 경찰 같은 필수적이 아닌 정부 기관들)이 문을 닫았다.

    이 사건이 바로 저 유명한 1995년의 정부 폐쇄였다.
    클린턴은 당시 거의 20일 동안 정부가 문을 닫는 바람에 8억 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의회를 비난했고, 이듬해 1월 초에 예산안을 힘들게 통과시켰다.
    하지만 놀랍게도 여론은 대통령의 편이었고, 그래서 대통령 선거에서 섹스 스캔들로 상처투성이였던 클린턴이 공화당의 영웅 밥 돌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새 대통령이 새 정부를 구성해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는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를 국회가 지연시킬수록 국민은 국회에 등을 돌리고 대통령의 편을 들게 될 것이다.
    미국에서 있었던 의회와 대통령의 정부폐쇄라는 정면대결에서, 국민은 결국 의회에 등을 돌렸던 1995년 사건을 기억하기 바란다.
    마찬가지로 박근혜 정부의 최근 업무 공백 상황은 국민이 새 대통령을 무력화시키는 국회에 등을 돌리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미국에서는 국민이 새로운 대통령을 당선시켰으면, 새 대통령이 새로운 정부개편안을 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일단 맡기는 것이 통례이다.
    물론 개편안으로 정부의 부서와 예산이 늘어날 경우 이에 따른 추가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따라 삭감을 요구하거나 개편안을 반대하는 경우는 있다.

    지금 한국의 상황에서는 야당이 임시국회 소집을 계속 거부할 경우, 여당 단독으로라도 임시국회를 열고 그 이유를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야당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불가능하게 하면, 그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
    때문에 여당이 밀어부치는 수밖에 없다. 일
    단 여당만으로 임시국회를 열어 정부조직 개편안을 통과시키고 새 대통령이 국정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여당 지도부가 발벗고 나서야 한다.

    여당 지도부가 무력한 것인지, 국민들이 압도적인 여당으로 만들어줬는데도 여당이 야당에 계속 끌려 다닌다면, 국민들이 여당으로부터 먼저 등을 돌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