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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행복론
김동길 /연세대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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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행복론이 국민 모두의 행복론과 일치되기는 어렵다고 믿습니다. 사람은 제각기 생각이 다르고 취미가 다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사람마다 하늘이 주신 개성이 있기 때문에 사람은 동물과 다른 것이어서 ‘갑’의 행복이 반드시 ‘을’의 행복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인간이 행복을 원한다는 것은 어김없는 사실이고 누구에게나 필요한 행복의 조건이 있는 것도 또한 사실입니다. 그것은 첫째 먹을 것입니다. 난행공행을 일삼는 수도승은 그의 삶의 목표가 보통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에 배고픈 상태를 즐길지 모르지만 ‘수염이 석 자라도…’라는 속담에도 있듯. 성현군자도 먹어야 삽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불행한 일이지만 굶어 죽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은 더욱 그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닙니까. 휴전선 이북에 사는 우리 동포 2천 3백만이 굶주리고 있다는 사실에 휴전선 이남에 사는 우리가 관심을 안 가지면 누가 관심을 가지겠습니까. 다만 북의 독재자의 집권을 연장시켜주기 위해 북에 식량을 원조해주는 일은 절대 있어선 안 될 일입니다.
국민 모두가 ‘적게 먹기 운동’에 동참하도록 권면하겠습니다. 그리고 시인 워즈워스가 그리던 ‘생활은 검소하게, 생각은 고상하게’라는 아름다운 꿈을 실현코자 나도 노력하고 국민에게도 권하겠습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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