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디자이너 겸 영화배우? 독특한 이력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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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이 있기에 남들이 안 된다고 해도 전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정적인 길을 선택한다면 저는 과감히 역행하겠다."

     

    흔히들 '30'이라는 나이를 두고, "험한 길을 지나 안정을 찾아가는 시기"라고 표현한다. 물론 겨우 계란 한 판과 맞먹는 나이를 결코 많다고 치부할 수는 없지만 좌충우돌 앞만 보고 달리던 20대와는 극명한 차이가 있을터.

    그런데 어느 철없는 30살은 “꿈이 있으면 멍청해진다”며 누가 봐도 고생길인 영화계에 웃으며 뛰어든다.

    "애플의 창업주 故스티브 잡스가 남긴 “Stay hungry, Stay foolish"(만족하지 말고 바보처럼 도전해라)라는 말이 있다. 꿈이 있으면 멍청해진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서른 살에도 스무 살의 패기가 느껴지는 배우 정민아(30)를 지난 14일 서울 왕십리에서 만났다.

    그는 오는 22일 개봉하는 영화 ‘철가방 우수氏’에 단역인 ‘길자역’으로 출연했다.

    영화 '철가방 우수氏'는 중국 음식점 배달원으로 다섯 어린이를 후원하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故김우수씨의 삶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배우 최수종이 1994년에 영화에 도전한 뒤 딱 18년 만에 선택한 영화라 언론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

    ■ 170cm의 키와 동글동글하게 생긴 얼굴. 어디선가 본 듯했다. 역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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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민아의 데뷔는 고등학교 때다. 90년대 꽃미남 모델 최창민과 송혜교가 주연한 SBS 청춘시트콤 '나어때(1998년 10월 19일~1999년 5월 28일)'에서 조여정과 함께 출연했다.

    "시트콤의 인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조기 종영됐다. 상대적으로 주목 받을 기회가 없었다. 주연을 맡았던 최창민과 송혜교는 하이틴 스타의 상징인 교복CF를 찍었는데..."

    시트콤 이후 정민아는 배우로 직업을 정했다. 짧은 연기자 생활이었지만 당시 현장에서 느꼈던 생동감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된 것. 그래서 정민아는 대학도 연기전공으로 진학했다.

    대학을 졸업한 정민아는 배우의 길을 가고 싶었지만 쉽게 기회가 주어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리포터, 아나운서 등으로 일을 시작했다. 방송국에서 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에 무작정 나선 것. 그러면서 드라마에 단역으로 몇 번 출연하기도 했다.

    그러나 갑자기 정민아는 방송에서 떠난다. 이유는 불확실한 미래와 비고정적인 수입 등 현실적인 고민에 휩싸였기 때문. 그는 잠시 방송국을 떠나기로 결정하고 수익사업을 시작했다. 

    ■ 꿈만 쫒던 철없는 시기 “www.jmin00.com”으로 자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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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민아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은 수제 구두를 판매하는 회사다. 직원은 아무도 없다. 정민아가 혼자서 운영한다. 그리고 구두의 디자인까지 정민아가 직접 한다. 

    고등학생 때 배우를 시작한 정민아는 연기자를 하기 전부터 구두 디자인을 배웠었다. 특이한 조기교육을 받은 셈.

    “아버지는 구두 디자이너다. 어머니는 아버지 사업을 돕는 공장장이셨다. 구두를 디자인하고 만들어 백화점에 납품하는 일을 부모님께서 해오셨다. 내가 구두를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정민아의 부모님은 지금은 부도가 난 회사지만 당시 잘 나가던 구두 브랜드를 운영했다. 딸이 디자인에 소질이 있는 것을 발견한 아버지는 스케치부터 디자인까지 직접 가르쳤다. 그리고 공장에서 구두를 만들고 유통하는 과정은 어깨 너머로 늘 봐왔던 풍경이었다. 정민아가 돈을 벌기로 마음을 먹은 순간, 가장 먼저 구두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배우가 너무 하고 싶었지만 걱정이 많았다. 고정 수익을 창출하는 직업을 찾고 싶었고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구두를 하자는 마음이 들었다. 물론 아버지의 노하우도 있었기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스스로의 인생을 책임져야 하는 성인으로 독립된 수입이 없다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일 수 있다. 꿈을 위해서는 자립하는 것이 더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적 자립 완성...그리고 다시 꿈으로 

    연기에 중독된 것 같다고 말하는 인터넷 쇼핑몰 CEO, 정민아. 그는 이제 다시 연기에 매진할 시기가 왔다고 말한다.

    "'돈 벌면 뭐하겠노? 소고기 사묵겠제~" 소고기 사먹으면 힘내서 꿈을 향해 나아가야 된다고 생각했다. 이젠 소고기 사먹을 돈이 나오는 사업체가 있으니 연기자의 꿈을 이뤄야 할 때다."

    정민아는 직접 운영하던 쇼핑몰의 경영을 아버지에게 넘겼다. 최근 기획사와 계약도 했다. 후속작도 이미 예정돼 있는 상태다. 

    정민아는 스스로를 신내림을 받은 점쟁이에 비유하며 연기神이 빙의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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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는 내 운명인 것 같다. 신내림을 받은 것처럼 연기를 하지 않으면 답답하고 아프다.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장이 없으면 시름시름 앓는다. 신내림을 받은 점쟁이가 최고의 무당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선가 점을 보고 있다. 나도 최고의 배우가 되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도 어디에선가 내 감정을 표출하는 작업을 계속 하고 싶다.”

    예술가는 예술을 한다는 핑계로 경제적 궁핍을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재료비가 없으면 작품을 만들 수 없는 법. 일부 연예인들은 스타가 되서 돈을 벌겠다는 마음으로 '예술혼'을 판다.

    정민아는 스스로 재료비를 벌어서 예술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재료비를 버는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다른 배우들에 비해 조금 늦게 출발했다. 

    진짜 '예술혼'을 펼치는 연기자를 기다렸던 많은 관객들에게는 오히려 정민아의 늦은 출발이 반갑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