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다시함께상담센터, 성매매 여성 상담 분석결과 발표탈성매매 하고 싶어도 못해..업주 고리사채, 선불금이 발목 잡아 성매매 여성 극심한 불안..“죽고 싶다” 자살 시도 많아
  • ▲ 서울 북창동 일대 유흥가의 모습(자료사진).ⓒ 연합뉴스
    ▲ 서울 북창동 일대 유흥가의 모습(자료사진).ⓒ 연합뉴스


    성매매에 나서는 피해여성들의 최초 성매매 시기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특히 조사결과 성매매 여성 2명중 1명은 어린 시절 성폭행이나 가정폭력의 경험을 가지고 있어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심리상담 및 치료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다시함께상담센터는 11일 최근 3년간 성매매 여성과의 상담내용 및 사례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2003년 문을 연 ‘서울시 다시함께상담센터’는 성매매 예방 및 인권보호를 목적으로 성매매 피해자 상담과 법률, 의료, 심리, 자활 지원, 성매매 예방 캠페인 등을 펼치고 있다.

    센터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상담한 성매매 종사자 및 피해자는 3,869명으로 모두 34,919건의 상담을 진행했다.

    센터는 이 중 지속적인 상담이 이뤄진 413명의 상담내용을 분석했다.

    조사결과 ‘최초 성매매 경험 연령’은 13세부터 19세 이하가 39%로 가장 높았다. 20세~25세 이하 29%, 26세~35세 이하 19%, 36세 이상은 4%를 기록했다.

    나아가 성매매 여성 78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분석 결과 응답자의 74%는 ‘가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가출 시기는 ‘중학생 때’가 72%로 가장 많았다.

    “이런 결과는 성매매 피해여성 3명 중 1명 이상은 청소년기에 학업중단, 가출 등 보호자로부터 이탈된 상태에서 성매매에 처음 나서게 됐음을 보여준다. ‘청소년 성매매 예방 및 조기개입’이 필요하다”
     - 서울시 다시함께상담센터 관계자

    센터의 심층분석 결과는 성매매의 원인이나 동기, 그 배경 등을 짐작케 한다.

    심층분석에 참여한 78명의 여성 중 55%는 가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피해 정도는 주 3회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이 44%를 넘었다.

    가정폭력 경험 시기는 초등학교 때가 49%로 가장 많았으며 뒤를 이어 취학 전 30%, 중고교때가 12% 였다. 전체 응답자의 무려 79%가 아동시절부터 심각한 가정폭력을 겪었음을 알 수 있다.

    성폭력 피해를 당한 경험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결과는 아동 성폭력이 피해자들의 정서에 심각한 영향을 줘 왜곡된 성 의식을 갖게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심층분석 응답자 중 성폭력 경험이 있는 여성은 50%였으며, 그 시기는 ‘초등학생 때’가 23%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이어 중학생 21%, 고등학생 18%, 취학 전 10%로 나타났다.

    결국 전체의 72%가 청소년기에 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성매매 여성들에게 가장 필요한 성교육은 매우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층분석 응답자 중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12%에 그친 반면 87%는 성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성매매 여성들의 탈성매매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업주의 고리사채와 선불금 등으로부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업주의 선불금과 '강제 맞보증'은 성매매 여성의 탈성매매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심층분석 결과 성매매 여성의 57%는 여전히 선불금 및 고리사채 등으로 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응답자의 52%는 동료의 선불금 채무까지 떠안아야 하는 ‘강제 맞보증’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매매 여성 대부분은 경찰이 업주와 유착관계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경찰의 단속 또는 조사 시 ‘죽고 싶을 만큼’ 굴욕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아가 성매매 여성은 탈성매매 후에도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며 이로 인해 상당히 많은 여성들이 자살을 시도하는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시와 센터는 분석결과를 토대로 상담 및 대책마련을 강화할 계획이다.

    우선 청소년의 성매매 유입을 막기 위해 ‘가출 청소년 성매매 방지 특별대책’을 마련한다. 가출 등 성매매 위기에 놓여있는 ‘청소녀’들을 위한 건강지원센터도 운영키로 했다.

    탈성매매의 발목을 잡는 악성고리사채 및 선불금이 법률적으로 무효임을 알리는 안내 전단을 서울의 모든 유흥업소에 부착하고, 그 상태도 지속적으로 점검한다.

    앞서 시는 안내 전단 부착을 제대로 하지 않은 48개 업소를 적발, 개선을 요구했다.

    나아가 시는 서울지방경찰청과 협약을 맺고 성매매 여성에 대한 경찰 조사시 시 상담원이 동석하는 제도를 시범실시키로 했다.

    “성매매 피해자의 인권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다. 성매매가 성폭력, 가정폭력과 깊이 관계돼 있다는 사실도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성매매 피해자의 인권보호와 성매매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 조현옥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